◎금씨 “총회때까지 입장유보” 수락시사/“대통령 인척 반대한다면 뜻 따르겠다”/박용학 비상근부회장 지난주 청와대 방문설무협회장단이 4일 금진호 무협 고문을 차기 회장에 추대한 것은 최근 무역업계의 어려운 실정 및 무역특계자금의 변태운용사건 등 현안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힘있는 실력자」를 영입,업계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자구책으로 보여진다.
회장단은 이날 금 고문이 상공부 장관을 역임했을 뿐만 아니라 대외통상활동으로 해외에 지명도도 있어 적임자라고 추대배경을 밝혔으나 이보다는 노태우 대통령과 동서지간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수출부진 등 침체에 빠진 무역업계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업계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고 업계의 이익,입장을 정부측에 효과적으로 대변해 정부정책을 유도해낼 수 있는 강력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데 무역업계의 이해가 일치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 고문은 사실 그 동안 경제계에서 알게 모르게 각 방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막후실력자. 더욱이 금 고문은 최근 3년간 무협상임고문을 맡아와 무협업무에도 애착을 가져오며 회장직에 대한 생각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왔다.
○…금 고문은 이날 회장에 추대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장단회의가 회장선출과 관련해 무협 정관에서 규정하는 공식적인 절차가 아닌만큼 오는 11일 총회에서 정식으로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회장추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도리』라며 회장추대에 대한 수락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거부할 뜻도 강조하지 않아 일단 수락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금 고문은 『수락여부에 대해 주위사람들과 신중히 의논해 볼 것』이라며 『국민여론이 내가 대통령의 동서이기 때문에 회장직에 임명되는 것을 반대할 경우 이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장선임문제에 있어서 후보인선·교섭권한을 무협회장단으로부터 위임받은 박용학 무협 비상근부회장(대농그룹 명예회장)은 이날 회장단이 금 고문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 데 대해 『무역업계의 침체·난국타개를 누구보다도 박력있게 추진해나갈 수 있는 가장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박 비상근부회장은 또 최근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이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 추대됐다가 대통령의 친척이라는 점이 걸려 결국 수포로 돌아갔던 사실과 관련,금 고문 역시 대통령의 친인척(손아래 동서)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무역협회는 전경련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회의를 마친 후 박용학 비상근부회장은 『토의를 진지하게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차기 회장문제와 관련,청와대 등 정부 쪽과 상의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
그러나 무협과 업계관계자들은 금 고문의 추대사실에 대해 『이미 오래전부터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
업계관계자들은 무협 회장자리는 역대회장 선임사례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정부에서 사전에 낙점을 하고,회장단 추대와 총회선출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날 무협회장단회의가 외견상 1시간30분여나 끌었던 것은 대외장식용이라고 단언.
업계 일각에서는 심지어 무협 차기 회장 선출문제를 코앞에 두고 정부에서 무역특계자금의 변칙운용문제를 터뜨린 것도 회장교체와 모종의 함수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이와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토요일(2일) 박용학씨가 청와대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언.
○…박 부회장은 금 고문의 회장추대에 회장단 중 반대자가 없었느냐는 물음에 『반대자가 없었다. 만장일치였다』고 말하며 『다만 오늘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업계 출신이 차기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금 고문이 대통령의 동서인 점을 들어 기자들이 친인척 배제원칙에 어긋나지 않느냐고 집중질문한 데 대해 박 부회장은 『오늘 회의에서 어느 참석자도 이 문제에 집착하지 않았다』며 『무협은 사단법인 형태의 임의단체로 전경련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짤막하게 답변.<송태권 기자>송태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