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후 혼란틈타 거점구축/개방된 국경 출입 쉬워/무기범람… 얼마든 구입/서방측 “오일달러 벌려는 속셈” 분석걸프전쟁 발발 이후 서방국가에 대한 테러공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는 동구 각국이 테러단체의 배후거점이 되고 있어 주목된다.
공산정권 당시 반서방테러단체의 배후지원세력을 자처했던 동구 각국은 이제 아랍인들이 대서방 응징을 다짐하는 「테러소굴화」되고 있는 것이다.
동구 각국은 90년부터 본격화된 국경개방으로 출입국이 서방 어느 나라보다 용이해졌으며 각종 무기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등 테러단체의 은신처로는 안성맞춤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련군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유출된 중화기까지 돈만 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동구는 테러단체의 무기조달 창구로 탈바꿈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와 헝가리에만 수천 명의 아랍인이 유학이란 명목으로 체류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이라크 군장교 49명도 포함돼 있다.
이라크 군장교들은 현재 체코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데 서방 각국에 테러비상이 걸리면서 이들의 행적에 의혹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정식비자를 갖고 체류중인 아랍인들 이외에도 불법적으로 동구에 머물고 있는 테러연관 인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구 각국 정부는 이들에 대해 국외 추방 등 강제조치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동구 각국의 정부들은 이라크나 리비아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테러혐의자로 지목,추방한다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동구 각국 정부가 아랍인들에게 관대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기판매 및 은신처 제공 등을 통해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려는 속셈 때문인 것으로 서방군사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체코연방내 슬로바키아공화국의 한 고위관리는 지난 1월 중순 7만명의 고용효과가 있는 무기거래를 허용토록 관련법규를 개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테러단체들의 활동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동구 각국에는 테러용으로 개발된 무기가 널리 있는데 소형경기관총과 고성능 플라스틱폭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88년 12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팬암항공기 공중폭파사건은 헝가리와 체코에서 은밀히 제조되고 있는 「셈텍스」란 고성능 플라스틱폭탄이 위력을 떨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 각국에서 전매특허처럼 생산해내는 이 플라스틱폭탄은 걸프전쟁 발발 이후에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서방 각국은 테러대비에 골몰하고 있다.
체코에서 만든 페르모렉스란 고성능폭탄과 각종 폭약·기관총 등을 밀거래하던 아랍인들이 헝가리·유고 등 동구권 곳곳에서 체포되고 있어 현지의 서방공관과 쿠웨이트대사관당국은 초긴장상태에 있다.
동구 각국은 최근 서방정부의 끈질긴 요구에 굴복,41명의 테러혐의자를 강제출국시키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과거의 몇몇 전례에 비춰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체코는 86년 서독 주둔 미군부대에 테러공격을 감행했던 「붉은 여단」 행동대원들의 은신처가 됐으며 헝가리는 「카를로스」로 알려진 남미 베네수엘라 출신의 1급 테러리스트를 비호해준 적이 있기 때문.
이번 걸프전쟁으로 미국 등 주요무기수출국의 군수산업체들이 막대한 「전쟁특수」를 맛보고 있는 것처럼 동구 각국도 테러의 전초기지 역할을 함으로써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테러라는 비인도적 공격행위의 비호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고 있다는 서방주변국의 비난이 점차 거세지면서 동구 각국정부는 지금까지의 방조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아랍국가와 동구 각국의 유대관계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중동지방의 풍부한 오일달러는 경제개발자금 마련에 혈안이 된 동구 각국의 구미를 당기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번 걸프전쟁은 「테러소굴」이란 오명을 동구 각국에 남기는 한편 급격한 민주화란 변혁과정에 있는 동구체제가 치안확보나 범죄단속에 얼마나 허약한지를 다시 한 번 재확인시켜주고 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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