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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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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창 불붙고 있는 걸프전은 많은 함축을 갖고 있다. 지정학,군사,정치,경제 등 어느 시각에서 관측하든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국제정치 질서에도 큰 변화가 예견된다.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의 하나인 찰스·크라우트해머는 타임지 기고에서 『걸프전에 걸려 있는 것은 베트남 유산이다』고 했다. 미국이 이 싸움에서 깨끗이 이긴다면 갱생,자신,확신을 되찾는다는 것이다.◆국제정치사회에서는 앞으로의 시대를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질서유지) 시대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의 목적을 『냉전 이후의 새로운 질서확립』이라고도 했다. 그의 취지는 미소 대립의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미소 화해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과도기에 지역강국 이라크의 약육강식의 침략행위는 새 질서의 도전이므로 시범적으로 제지하겠다는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은 「넘버투」 공포증에 걸려 있다. 2차대전 이후 1등 국민의 긍지를 누려온 미국민들은 경제적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쇠퇴,일본·서독 등에 뒤처지자 2등국으로 전락하지 않나 하는 두려움에 차있어왔다. 예일대 교수 폴·케네디의 명저 「대국의 흥망」이 베스트셀러가 됐던 것도,또한 필자 자신이 상하 양원 청문회를 비롯,각종 집회 등에 불티나게 팔려다닌 것은 이 불안 때문이었다. ◆미국이 냉전체제에서 살아남은 초강대국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2차대전 직후 유아독존했던 초강대국의 위상과는 다르다. 앞으로 오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는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것보다는 조정관의 역할이라는 형태가 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걸프전에 28개국으로부터 파병과 전비의 분담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으로서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이익만 되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현저하게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측의 부담은 안보협력체제의 변화 등으로 늘어가게 될 것이다. 농산물,서비스 등 현안의 시장개방압력도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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