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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라크군 고사」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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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라크군 고사」 노린다

입력
1991.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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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격 전 4주간 공습계획/보급선 차단… 시간끌수록 유리”/부시 “계획대로 정확히 진행”… 「예정된 무기소비」 분석도조지·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1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해병사령부기지를 방문,개전 이래 첫 대규모전인 카프지전투에서 전사한 11명의 해병대원의 용기를 칭찬하는 자리에서 『우리의 전쟁전략은 계획대로 정확히 진행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이라크의 전쟁능력은 미군과 다국적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파괴되고 있으며 이 전쟁을 위한 미국의 투자,훈련,계획은 어김없이 보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미 대통령뿐 아니라 딕·체니 국방장관,콜린·파월 합참의장도 『전쟁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왔으며 지난달 30일 있었던 슈와르츠코프 사우디 주둔 미군사령관의 2주간의 전과보고에서도 비행장,교량,보급선,지휘통신시설,공화국수비대 등의 폭격목표물이 80% 이상 파괴됐다고 말했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전쟁목적인 「쿠웨이트해방」을 실현하려들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슈와르츠코프 사령관은 30일 카프지전투가 있은 후 『이것이 본격적인 지상전의 시작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그것은 코끼리다리의 모기에 불과하다』고 말함으로써 지상군 공격명령을 내릴 때가 아직 멀었음을 시사했었다.

미군이 지상전을 「예정대로」 하지 않고 있다면 거기에는 두 가지 큰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예정된 공습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지는 한 전쟁분석기사에서 국방관계 고위층의 말을 인용,『전쟁시작 전 공군력 폭격일수를 3∼4주로 잡았다』고 보도했었다.

이것은 백악관에 보고된 사항이라고 이 기사는 지적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이라크를 때리기 위해 쌓아둔 폭탄은 아직 1∼2주일분이 더 남아 있는 셈이 된다.

미 공군력은 지난달 27∼28일께부터 현지 날씨가 개기 시작하자 하루에 2천5백회씩 출격하고 있다. 날씨가 나쁠 때는 하루평균 출격횟수인 2천회를 못 채우고 1천5백회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현지 미 군사령부 군수부국장 패트·스티븐스 준장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라크의 방공망은 사실상 거의 와해됐다고 밝혔다. 적의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파를 잡아 그 전파를 역이용하면서 레이더시설을 부숴오던 대전자전 전문 F4G전폭기는 레이더전파를 전혀 잡지 못한 경우가 80%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와르츠코프 사령관의 설명에서 보더라도 이라크의 주요군사목표물은 80% 이상 파괴됐는데도 폭격은 오히려 더 증가되고 있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결국 당초에 계획했던 3∼4주간의 폭격량을 무조건 이라크지상에 떨어뜨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된다.

이는 분명히 지상군 진격의 안전판을 확실히 만들어주는 전술적인 면도 있겠지만,자본주의 소비경제의 입장에서 보면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모두 소비해야 한다는 원칙을 그대로 따르는 의미도 된다.

현지 사령관이나 정보판단자들은 미군 폭격이 예상보다 너무 정확하고 효과가 큰 데 대해 놀라고 있는 형편이다.

한 분석에 의하면 백악관은 이라크의 공중폭격중 적어도 하루에 13대꼴로 미군기가 격추될 것이라고 당초 정보보고를 했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계획량을 투하해야 하는 사령관의 입장에서는 너무 효과가 일찍 달성된 데 오히려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는 쿠웨이트 주둔 이라크군에 대한 고립고사전략이다.

이라크 최정예 공화국수비대(11만∼15만)를 포함,54만의 대부대가 쿠웨이트 전역에 몰려들고 있는데 보급선이 80% 이상 차단된 지금 시간을 끌면 끌수록 미군에 전세가 유리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이 50여 만이 전선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슈와르츠코프의 보고에 의하면 하루에 자동차 1천대분의 보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1월말 현재 바그다드에서 오는 보급차량은 공습 때문에 1일1백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전쟁에 필요한 탄약·화기·인원 등의 보충문제는 고사하고 우선 50만대 병력이 하루하루 생명을 유지하는 자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 포로들의 말로는 이미 이라크군들은 쿠웨이트시내로 밥을 도둑질하러 들어가거나 구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군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편한 것이다. 이번 카프지전투에서처럼 상대방이 공격을 해와도 피할 수만 있다면 슬쩍 현장만 빠져 나가려는 전략인 것 같다.

제공권은 완전히 미군손에 들어 있고,사막에서는 아무것도 자체 조달할 수가 없으니 이라크군의 야간습격을 보고 슈와르츠코프가 『이제 아마 항복하려나 보다』라는 여유있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4주가 넘으면 쿠웨이트지역의 이라크군은 공화국수비대를 포함해 항복의 문턱을 밟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쯤 미국 역시 비축된 무기를 60∼70% 이상을 쓴 상태가 될 것이다.

미 국무부는 벌써 전후 처리문제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중동각국의 빈부차 해소,아랍·이스라엘 관계의 영구적 해결,세력균형,평화적 안전장치 등의 거대한 문제를 놓고 구체적 방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오는 3월에 시작되는 회교성월 라마단이 오기 전에 미 지상군은 기진맥진한 이라크군을 밀어내면서 별로 힘들이지 않는 진격작전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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