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의 국민학생들 사이에서 요즘 새로운 전쟁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3주간의 방학을 마치고 지난달 29일 개학한 암만시내 국민학교 운동장에는 3주째로 접어든 걸프전쟁을 흉내낸 전쟁놀이판이 한창이다.어린이들은 각각 11명씩 편을 갈라 이라크팀과 다국적군팀으로 조를 짜는 데 이때부터 「난리」가 일어난다/ 다국적군편에 끼지 않으려고 서로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여곡절끝에 팀을 나누고나면 다국적군에 소속된 어린이들이 양손을 비행기날개 모양으로 펼치고 「부웅」 소리를 내면서 이라크팀으로 돌진한다. 다국적군의 「공습」이다.
이때 이라크팀은 상대방의 손을 붙잡거나 발을 걸어 쓰러뜨리게 되는데 일단 쓰러지게되면 다국적군의 「폭격기」는 격추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렇게 해서 일정한 시간안에 한게임이 끝나고 나면 공격과 수비가 바뀌고 「격추된 비행기」의 많고 적음으로 승부를 가리는 데,현재 실제로 벌어지고있는 걸프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로 전과를 부풀리기 때문에 대개 승패는 불분명한 채 끝나고 만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린이들의 놀이에는 그들이 처한 사회상이 숨김없이 반영돼 있다.
요르단 어린이들이 신종전쟁놀이에서 다국적군팀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틴다는 얘기는 이 나라 국민들의 반미 감정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한가지 사례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 같은 반미감정이 요르단사람들에게만 국한돼 있는게 아니고 아랍 각국의 일반대중들 사이에도 광범하게 뿌리 내려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정부가 다국적군에 대해 2억8천만달러의 추가경비부담을 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영국의 BBC방송과 요르단TV를 통해 즉각 알려진 지난달 30일 이래 암만시내의 거리에서 마주친 아랍인들의 눈초리가 한결 매서워 보인 것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이곳 대사관 사람들이나 교포실업가들의 걱정도 태산같다. 『원조를 할 때 하더라도 소리내지 않고 할 수는 없을까』라는 푸념들이다. 심지어 취재기자들도 한국인이라고 드러낼 처지가 되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이 전쟁탓이겠지만 우리 정부도 이제는 좀더 멀리 바라보는 혜안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암만에서>암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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