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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대응책은 「미 희생 늘리기」/국면 전환의 비법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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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대응책은 「미 희생 늘리기」/국면 전환의 비법 있을까

입력
1991.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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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전에 총력 반전무드 노려/휴전 외교노력 병행 가능성도/최악의 상황땐 생화학·핵무기 사용 배제 못해그로기상태까지 몰린 것으로 관측됐던 이라크군이 상대의 의표를 찌르며 전격적인 사우디 진격을 감행한 이후 걸프전의 양상은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개전 이후 줄곧 압도적인 공군력을 바탕으로 「전자오락식」 공습에 의존했던 미국은 이제 원하건,원치 않건 많은 인명 피해 발생이 불가피한 지상전 돌입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시점에 처한 것이다.

이라크의 전술적 이니셔티브로 조성된 이같은 국면변화가 물론 다국적군의 우세 속에 전개되고 있는 전세 자체의 역전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러나 카프지시 공방전 이후 이라크가 취할 전술·전략·외교적 선택이 전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이번 걸프전쟁의 종전시기와 방법을 결정하는 데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이 점을 전제로 현단계에서 추측가능한 이라크의 선택은 간단히 전면지상전 돌입을 통한 확전과 외교노력을 통한 휴전모색으로 나눠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확전과 외교적 노력이란 2가지 카드는 결코 상호배제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띠고 병행 추진될 것이란 점이다.

즉 이번 걸프전쟁에서 군사적 승리를 거둘 수 없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확전을 통해 보다 유리한 휴전조건을 따내려는 전략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카프지시 전투 이후 미국이 당면한 딜레마와 걸프전 발발 이후 관련국들의 동향을 중심으로 향후 이라크의 대응방안을 짚어본다.

▷전면지상전 유도◁

이라크군의 카프지시 공격과 사우디국경으로의 대대적인 전진배치는 사기가 저하돼 있는 이라크군 내부의 문제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조기지상전을 유도,인명피해를 두려워하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려는 전술로 분석되고 있다. 노먼·슈와르츠코프 사우디 주둔 미군 사령관은 이라크군의 카프지 기습을 『코끼리에 대한 모기의 공격』이라고 애써 평가절하했지만 미국은 확실히 지상전에 관한 한 허약한 일면을 노출한 것이 사실이다.

『교전시 미 해병대는 측면지원만을 맡았고 해병대원 11명의 전사는 아군의 오폭에 의한 사고였을 가능성이 짙다』는 미군당국의 발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전술적 관점에선 납득하기 힘든 정치적 발언의 성격이 강하다. 즉 이같은 해명은 오는 92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 지도부의 인명손실과 반전무드 확산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한 것으로 이라크의 이번 공략목적이 무엇인가를 짐작케 한다.

따라서 이라크는 조기지상전을 통해 전쟁의 강도를 높이면서 미군에게 보다 많은 인명피해를 가할 것이고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경우 화생무기나 소규모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확전을 통해 이라크가 노리는 목적이 종국적인 군사적 승리보다는 미국내 반전무드 확산과 함께 외교적 해결을 향한 분위기 조성이라고 볼 때 당초 목적을 벗어나는 극단적인 군사행동은 적절히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적 해결 모색◁

아직 이라크가 휴전을 목표로 외교노력을 펴고 있는 뚜렷한 조짐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여건이 서서히 조성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사둔·하마디 이라크 부총리가 지난달 31일 과거 적이었던 이란을 방문한 뒤 하루 만에 아사둘라·바야트 이란 의회 부의장이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에 보복할 경우,이란은 종전의 중립정책을 바꾸겠다』고 경고한 것은 어떤 형태와 방향으로든간에 이라크의 외교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라크가 외교전을 통해 전쟁터의 열세를 극복하고 휴전을 모색할 가능성은 다분히 남아 있다.

종전 후 미국 주도로 중동의 세력이 재편될 것을 우려하는 이란은 이라크와 모종의 교감을 이루며 걸프전 종식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란의 이같은 노력이 이라크 쪽에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지만 프랑스·알제리·예멘 등의 특사들이 지난달 30일부터 잇달아 테헤란을 방문하고 있는 사실은 이란정부가 휴전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의외로 훌륭히 해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밖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소련과 중국이 미국의 새로운 패권주의 위협을 우려,다국적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 사항이다.

이들 강대국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아직 양비론의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이라크가 결정적인 시기에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취할 경우 이를 지원할 가능성도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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