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남기고 시댁 C목사 집 떠나라”/아버지 억지약점 만들어 협박도/겁나 못 나오던 부모 9차공판서 울며 증언지난해 5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된 뒤 7개월 만에 범죄단체 조직혐의가 추가돼 1심공판 절차가 계속되고 있는 국내 최대의 폭력조직 서방파 두목 김태촌 피고인(43)의 새로운 범죄사실이 또 드러났다.
2일 상오 10시 서울형사지법 311호 법정에서 서울형사지법 합의21부(재판장 김권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9차 공판에서는 수사과정에서도 전혀 밝혀지지 않았던 범죄사실이 피해자인 증인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이날 공판의 증인진술은 피해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피고인 앞에서 실시돼 공판과정에서의 증인보호에 문제점을 남겼다.
김 피고인으로부터 남편과 이혼할 것을 강요받으며 갖가지 협박·수모에 시달려온 전 탤런트 나 모씨(28)의 아버지(51)와 어머니 송 모씨(51)는 재판부에 의해 증인으로 채택된 뒤에도 보복이 두려워 출석하지 않다가 3번째 발부된 구인장을 받고 이날 출석,김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폭로했다.
먼저 증언에 나선 송씨는 탤런트를 그만 둔 딸이 C목사의 아들과 결혼한 뒤 딸까지 낳고 살아오다 갑자기 이혼을 요구받았으며 지난해 1월초부터 김 피고인이 이혼문제에 개입,『10억원을 줄테니 C씨가문에 딸을 맡기고 이혼을 허락하라』고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송씨는 『또 『김 피고인이 지난해 1월6일 하오 2시께 「이혼문제를 의논하러 왔다」며 사위와 함께 집으로 찾아왔으나 가족들이 김 피고인을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며 『집 밖에는 김 피고인의 부하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검은색 승용차 3대에 나누어 타고 대기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 나씨는 지난해 1월초부터 『남의 가족을 괴롭히는 너희들을 생선회 칼로 난도질해 죽여버리겠다』는 등 밤마다 욕설과 함께 끔찍한 협박전화가 걸려왔다고 진술했다.
나씨는 또 전화협박을 견디다 못 해 관할 영등포경찰서에 신고했으나 김 피고인이 담당경찰관과 함께 자신을 인근 모 룸살롱으로 데려가 술을 권하며 『협박전화를 건 것은 다른 파의 소행』이라고 부인하고 『우리가 협박전화를 한다고 떠들고 다니면 가족들을 싹 쓸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나씨는 이 밖에도 『김 피고인은 이 룸살롱에서 내게 술을 억지로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내가 여자와 동침한 증거가 있다며 이를 약점삼아 딸의 이혼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나씨 부부의 진술은 재판부가 『김 피고인 앞에서 증언을 해도 괜찮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한 뒤 승낙을 받고 법정에서 그대로 진행됐다.
나씨 부부는 증인선서를 하고 증인석에 앉은 뒤에도 바로 옆의 피고인석에 있는 김 피고인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는데 김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끝나자 무죄를 주장했다.
집에 찾아와 협박했다는 부분에 대해 김 피고인은 『정말 나를 봤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나씨는 힘들게 진술을 마친 뒤 김 피고인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고 오히려 협박조로 반문하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씨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그 동안 가장으로서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지만 당신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 내가 공포에 질려 무릎꿇고 빌기까지 하지 않았느냐』며 협박사실을 폭로했다.
그러나 이날 변호인측 증인으로 나온 서방파 행동대장 양춘석 피고인(34·구속중)과 김 피고인에게 협박당한 것으로 알려진 E건설대표 정 모씨(54·구속중)는 협박사실을 대체로 부인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마치고 김 피고인의 협박전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증거로 채택하고 전화목소리의 주인공 등에 대한 정밀감정을 실시키로 한 뒤 재판을 마쳤다.
재판부는 증인들에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경찰관과 함께 귀가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공판의 진행에 대해 방청객들은 『폭력조직의 피해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출석도 하지 못하는 현실인 데도 재판부가 공판시작 전 형식적으로 분리신문 여부를 물은 것은 무책임하다』며 『증인이 방청객들 앞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치부까지 드러내게 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