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때쯤이면 공직자의 재산신고문제가 화제가 된다. 1월31일까지 재산변동 상황을 신고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할 사람은 3급 이상(국세청은 4급) 공무원과 정부투자기관 임원 그리고 국회의원들이다.마감일까지 집계된 결과를 보면 행정부쪽은 80%가,국회에서는 의원의 45.5%(2백99명중 1백35명)가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를 매년해야 하는지,법정신고 마감일이 언제인지 미처 모르고 지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신고율이 저조하다는 사실은 해마다 화제가 되곤 했다. 특히 많은 의원들이 신고를 기피한다고 해서 말썽이었는데 금년에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절반이 안 되는 신고실적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89년에는 재산등록 기피가 문제되자 전원이 부랴부랴 신고를 했고 90년에는 69%가 신고했다. 금년에 신고한 45% 중에서도 70%가 「재산등록사항에 변동이 없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관심사로 등장했다.
신고율이 미미한 것도 문제지만 신고한 의원들도 제대로 정직하게 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뇌물외유사건으로 정치인들의 윤리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어 있고 의원윤리강령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인데도 여전히 공직자 윤리법에 무관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자기들이 만든 기존윤리법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윤리강령은 만들어서 무얼하느냐는 소리가 나옴직하다.
그래서 우선 공직자 윤리법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등록만 할게 아니라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산등록상황을 비밀에 부친다는 것은 하나마나한 형식에 불과하다 해마다 증감 변동사항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구민정당은 국회의원과 국무위원급 6백96명에 대해 재산등록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88년 11월 국회에 제출했었지만 지금까지 외면당하고 있다.
윤리강령제정도 좋지만 이미 국회에 나와있는 윤리법 개정안부터 심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기존의 공직자 윤리법을 잘 손질하면 굳이 의원 윤리강령을 따로 만든다고 법석을 떨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그리고 윤리법 개정안을 심의할때 해마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공직자에 대한 제재규정을 잊지 말고 넣어야 한다. 그리고 신고내용을 실사할 수 있는 규정도 들어가야 한다.
신고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고 신고한 내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게 비밀에 부쳐진다면 재산등록에 관한 법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자기 손으로 만든법을 스스로 지키지 않고 사문화시킨다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려면 법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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