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지상전 유도·사기용 갈려/미 “공습 계속… 말려들지 않을 것”/카프지 탈환 사우디 일임… 피습 계속땐 전략 바꿔야『2월 안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미 국방부의 공언이 말하듯이 다국적군의 쿠웨이트탈환작전이 임박해지고 있다. 미국은 바스라 일대에 포진한 공화국수비대 등의 보급로를 차단한 뒤 진격한다는 작전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라크군은 1천여 대의 탱크를 사우디 접경으로 전진배치하는 등 대접전에 대비해 언제 공방전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9∼31일간에 벌어진 카프지 전투는 이라크의 파상기습 가능성을 예고해주고 있다.
▷이라크군 동향◁
미군의 톰캣 해리어기 비행대대 대대장인 딕·화이트 중령은 31일 정찰보고와 일부 조종사의 목격을 근거로 『8백∼1천대의 이라크군 차량이 쿠웨이트 남단을 지나 사우디 국경 쪽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카프지에서 서쪽으로 56㎞ 떨어진 쿠웨이트 국경마을 와르파시 바로 북쪽에 이라크군 5∼6개 사단 총 6만여 명이 배치됐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군 제4기갑여단에 종군취재중인 한 영국기자는 31일 전장 17㎞에 달하는 이라크군 장갑차량 행렬에 다국적군이 맹포격을 가하고 쿠웨이트,이라크 및 사우디 3국이 접경을 이루는 2백50㎞의 전선에 걸쳐 산발적인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카프지 공방전 이후에도 이라크의 공세적 전진배치작업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이라크가 연이어 대규모 선제공격을 개시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라크의 의도◁
카프지공격과 이라크의 대대적인 전진배치는 조기 지상전을 유도하기 위한 이라크전술의 일환으로 일단 분석되고 있다.
파월 미 합참의장이 밝힌 바 대로 다국적군의 기본전략은 공습을 통해 전선에 배치된 이라크군의 보급로를 철저히 파괴한 뒤 고립되고 사기가 떨어진 이라크군을 분산·궤멸시킨다는 것이다. 다국적군이 이와 같은 2단계 전략스케줄을 마련한 데는 지상전의 주력이 될 사우디 주둔 미군이 대규모 지상공격을 강행할 준비가 아직 충분하게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한 이유다. 따라서 후세인은 다국적군의 취약부분을 선제공격함으로써 다국적군의 조기공격을 유도하자는 속셈인 듯하다.
그러나 이라크의 카프지공격을 사기진작책의 일환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의 이라크전문가인 아마지아·바람 교수는 이라크의 기본전법이 영국전법을 본떠 방어에 초점을 두어왔음을 상기시킨다. 바람 교수는 이라크군이 기본전략을 무시하고 먼저 대규모 지상공격을 감행한 것은 군의 사기저하를 크게 우려한 후세인이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후세인 대통령이 카프지기습을 전후해서 쿠웨이트전선을 두 번째로 시찰한 것도 대규모 공습에 따른 이라크군의 사기저하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국적군의 대응◁
노먼·슈와르츠코프 사우디 주둔 미군 사령관은 이라크군의 카프지 기습을 『코끼리에 대한 모기의 공격』이라고 비유하면서 『군사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평가절하했다. 슈와르츠코프 장군은 이라크의 기습공격으로 다국적군이 지상전에 서둘러 돌입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미군이 해병대가 직접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군지원과 포지원만을 한 채 사우디,카타르 등 다국적 참여 아랍군에 카프지시 탈환을 일임한 것도 이라크가 의도한 덫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의 표현으로 분석되고 있다.
톰·킹 영국 국방장관도 『카프지 공방전으로 인해 다국적군이 당초 원했던 것보다 빨리 지상전에 돌입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본격적인 지상전은 다국적군 사령관들이 군인과 민간인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쿠웨이트해방을 위한 최적 시기가 왔다고 판단할 때 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군은 이라크의 선제공격이 이라크군이 점차 초조해지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증거로 분석하고 이에 「저강도 대응」을 할 뿐 전면적인 공세는 취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망◁
카프지 공방전은 쌍방에 피장파장의 결과를 가져다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라크군은 다국적군에 전선이 뚫렸다는 심리적 타격을 안겨주었으며 전투 초기의 다국적군의 혼란된 대응은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다국적군의 전투능력에 불안감을 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다국적군은 미군 등 주력군을 사용하지 않고 아랍군대를 이용,카프지시를 탈환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다국적군의 기본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은 모면한 것이다.
하지만 제2,제3의 카프지 공방전이 발생할 경우 스케줄대로 공격을 감행한다는 다국적군의 거듭된 전략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지상공격이 앞당겨질 공산은 충분히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앨런·그린스팬 미 연방준비제도(FBR) 의장이 걸프전쟁이 오는 4월 중순까지 끝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장기불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은 조기공격을 주저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유동희 기자>유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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