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그 성질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종류로 나누어볼 수 있다고 한다. 오자병법에서는 그 다섯 가지 전쟁의 첫째를 의병,둘째를 강병,셋째는 강병,넷째 폭병,다섯째를 역병이라고 부르고 있다. 의병은 하늘을 대신해서 불의를 응징하는 정의의 전쟁이다. 강대한 병력으로 힘이 약한 국가를 정벌하는 약육강식의 명분없는 전쟁은 강병이다. 분노와 증오심으로 군대를 동원하여 일으키는 전쟁은 강병이다. 나라 사이의 도의를 무시하고 이쪽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일으키는 약탈전쟁은 폭병이다.오랜 전쟁으로 나라가 피폐해 있고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는데 무리하게 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역병이다. 오자는 전쟁의 종류를 이렇게 다섯 가지로 대별해놓고 그 성질에 따라 각각 상이한 대응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의병에 대해서는 예의를 두터이 하여 강화를 청하면 상대국에서는 명분없는 전쟁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싸움을 거두게 된다. 둘째 강병에 대해서는 굳이 대항하지 말고 겸양의 예로 휴전을 청하면 적은 이에 만족하여 싸움을 거두게 된다. 셋째 강병에 대해서는 외교사령으로 상대방의 노여움을 풀게 하면 적이 물러난다. 넷째 폭병에 대해서는 싸우지 말고 내버려두어 적이 약탈에 도취해 있을 때 이를 역습하면 물리칠 수 있다. 다섯째 역병에 대해서는 권모술수로 적을 격파하면 된다.
오자의 고전적인 전쟁이론에 비추어보면 미국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규탄하면서 세계평화와 질서유지의 대의명분 아래 28개국 연합군과 함께 이라크 응징의 전쟁을 일으킨 것은 의병에 해당한다. 연합군과 이라크군의 군세를 비교해보면 강병에 해당하는 측면도 있다. 반면 이라크 쪽으로 보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은 폭병이며 이란과의 8년전쟁에 이어 28개국 연합군과 또 전쟁을 하는 것은 역병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자병법으로 보면 이번 걸프전쟁은 의병과 강병,폭병과 역병이 혼재된 복잡한 전쟁이고 피아의 입장에서 의병과 역병의 성격이 특히 두드러진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오자의 대응전략을 보면 의병은 강화,강병은 휴전,폭병은 역습,역병은 권모술수다. 권모술수란 적국의 내부 붕괴를 노린 정치외교적 공작을 말하는 것이다. 오자의 이론대로 하면 이번 전쟁에서 후세인은 강화와 휴전을 모색하는 것이 옳고 미국으로서는 역습과 정치공작을 곁들이되 역병의 성격이 특히 강한 점을 고려해서 이라크내 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노리는 정치공작에 각별한 역점을 두는 것이 좋다.
사막에서의 무모한 장기지상전은 역습도 아니고 권무술수도 아닌 너무나 우직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오자의 고전적 이론이 틀리지 않는다면 걸프전쟁은 금명간 강화와 함께 후세인 정권 붕괴의 내부조짐이 나타날 것이다. 전쟁당사국으로 점점 깊이 개입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좀 더 폭넓은 전황분석과 신축적인 대응책 마련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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