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조짐이 불길하다. 70년대 오일쇼크가 세계에 몰아왔던 스태그플레이션현상(경기가 나쁜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중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등 경기가 냉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가 2.1%가 올라 10년 만에 최고로 폭등한 것을 보여줬다.소비자물가의 이 같은 폭등을 선도한 것은 쇠고기,돼지고기,보리쌀,배추 등 농축산물과 목욕료,가정부 임금,학원수강료 등 개인서비스요금의 인상이다. 여기에 작년말에 인상된 지하철 등 공공요금까지 반영된 것이다.
우리를 불안케 하는 것은 올해 물가인상이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버스요금,석유류제품 등 파급영향이 큰 품목들의 인상이 기다리고 있어 그 상한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정부는 유류제품가격의 인상계획을 걸프전쟁 이후의 예상 밖의 원유가 하락과 공급원활로 철회한다고 밝혔지만 걸프전의 상황이 유동적이라 정부 자체도 단언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물가의 앙등이 사실 걸프전쟁으로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팽배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깔고 현재 국내의 최대경제현안의 하나인 노사간의 임금협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측이 어렵지 않다.
정부는 정부투자기관과 출연기관의 보수인상률을 5∼7% 선에 묶어 민간기업의 노사임금협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두자리 수의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청이 커질 것이다. 임금협상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코스트 푸시요인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인플레의 맹위는 국내 소비뿐만 아니라 수출의 둔화를 가속화시켜 경기의 악화를 촉진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수지에 적신호가 시사되고 있다. 1월중 무역수지는 수출 44억달러,수입 62억달러로 18억달러의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무역수지적자를 70억달러,국제수지적자를 30억달러로 계상했다. 무역수지적자는 1월중에 목표적자의 잠식비중이 너무 크다. 관계당국자는 무역적자폭의 확대요인을 수출둔화보다는 수입증대 특히 원유,석유화학원료 등의 가격상승에 두고 있으나 원유가는 걸프전쟁의 개전 이후 대폭 인하됐었다. 결국 무역수지적자폭의 감축을 위해서는 수출증대밖에 다른 방책이 없다.
불요불급한 품목의 수입억제 등으로 수입규모를 줄이는 것도 통상적인 수단의 하나이나,인위적인 수입억제는 미국 등의 반대로 통상마찰을 초래한다. 수출신장에는 경쟁력의 향상 즉 남보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의 사활적인 수출신장에도 원가와 직결되는 물가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1월 한 달 동안의 실적만 보고 추세를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4년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한 무역수지 적자의 증폭현상는 우리나라 수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스태크플레이션현상이 심화되기 전에 이에 대한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선진국과 신흥공업국을 통틀어 한국에서만 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불안을 가중시킨다. 성장보다 안정을 우선시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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