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걸프전 보도싸고 언론­정부 마찰(세계의 사회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걸프전 보도싸고 언론­정부 마찰(세계의 사회면)

입력
1991.01.31 00:00
0 0

◎적진 생방송 미 CNN/적국 발표 일방중계 시비/분유공장·성지폭격 진위여부로 떠들썩/“알권리 충족”­“국민분노유발” 설전계속걸프전쟁에서는 월남전때와는 또다른 양상의 「보도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월남전은 미국인 또는 세계인들이 전쟁현장을 TV를 통해 눈으로 세세히 관측할 수 있는 첫 전쟁이었다. TV들은 다투어 비참한 전쟁상황을 안방으로 끌어들여 비춰줬다.

미군을 따라 전선에 들어간 TV카메라의 보도들은 대부분 미군병사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이거나 형편없이 상처받은 얼굴들을 비춰주는 것이었다. 반전무드가 조성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임스·레스턴 같은 칼럼니스트는 후일 『만일 TV가 없었더라면 반전운동은 없었을 것』이라고까지 단언하기도 했었다.

뉴욕타임스지의 해리슨·솔즈베리기자가 지난 66년 「미군기의 잔인한 북폭」기사로 특종기사를 보도했을 때 독자들은 경악 했었다.

그런데 이번 걸프전쟁에서는 뉴스전문 방송인 CNN방송기자 피터·아네트가 바로 이라크군의 총사령부가 있는 바그다드에 들어와 연일 생방송으로 바그다드의 소식을 전하고 있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에는 사담·후세인과 단독회견,전쟁 발발 후 서방언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후세인을 만나 그의 속셈을 알리기도 했다.

언론이 적국의 수도에 들어가 그나라 정부발표를 비롯한 전쟁피해 상황을 보도해대는 희한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CNN은 걸프전쟁이 터지기전까지는 전국 TV시청률이 1%정도에 지나지 않는 케이블 방송이다.

CNN은 전쟁이 터지기전 앵커맨 버나드·쇼,존·할더만,피터·아네트 등 3명의 기자를 비롯,5명의 방송요원을 바그다드에 파견했었는데 백악관에서 전쟁을 시작했다는 발표가 있기도 전에 이미 바그다드의 폭격소리를 생중계로 미국에 전해 주목을 끌었다.

문제는 전쟁 발발 이틀만인 지난 19일 바그다드 주재 모든 서방 얼논인들이 철수 명령을 받고 요르단국경을 넘었을 때 피터·아네트 기자는 철수명단에서 빠져있었던 것이다. 월남전 당시 AP기자로 밀라이사건,앙케전투 등을 생생히 보도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바 있는 아네트기자는 어떤 교섭결과인지는 몰라도 이번 걸프전쟁에서 적진본부에 남아 연일 「특종」 보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요르단국왕의 양해를 얻어 CNN은 요르단-이라크 국경지역과 바그다드에 대형접시 안테나를 설치해 놓고 아네트가 보내 오는 생생한 목소리를 시간마다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전국 3대 TV방송인 CBS ABC,NBC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피터·아네트도 바그다드발로 『미군 폭격기가 바그다드근교의 어린이용분유 공장을 폭격,공장이 폭삭가라 앉았다』고 이라크 정부발표를 인용,보도한 것이 문제가 됐다. 미군기가 어린이용 분유공장을 파괴했다는 보도는 미국인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백악관 기자회견 국방부 정례 브리핑 등에서 기자들은 『이것이 사실이냐』고 따졌다.

여기에는 다분히 CNN이 혼자 바그다드에 남아 「특종」을 하고 있는데 대한 시기와 불만이 섞여있는 것 같았다. 대변인은 『그럴리 없다』 『잘모르겠다』고 대답했고 언론들은 이어 『정부기관이 이번 전쟁를 치르면서 걸핏하면 「모르겠다」 「조사해 보겠다」는 말만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정부측은 말린·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의 말처럼 『언론들은 크게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이를 계속 물고 늘어지려한다』고 맞섰다.

피터·아네트가 보도한 부서진 「분유공장」은 스위스의 어느 회사 이름을 달고 있었는데 이 회사는 이라크에 이런 분유공장을 세운 일이 없으며 이라크의 어느 곳에도 도무지 공장진출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측은 이 공장은 무기공장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피터·아네트는 24일 미군기들이 회교성전지역을 폭격했다고 또 보도했다. 그러나 국방부측은 『그럴리 없다』고 맞섰다.

이 같은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CNN의 시청률은 11%로 올라갔다.

지금 CNN은 케이블선을 달아달라는 시청자가 쇄도,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다. 전쟁전에는 케이블을 신청하면 당일,아니면 늦어도 이튿날이면 케이블을 놓아줬으나 요즘은 1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CNN은 유선방송이기 때문에 케이블을 따로 설치해야 시청이 가능하며 이 케이블 TV시청료는 월40달러 정도이다.

월남전에서 하노이측의 정보소식통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한 것이 미군에게는 해가됐다면,기자가 아예 적 수도에 들어가 정부발표 상황 등을 그대로 전하는 이번 걸프전쟁에서의 언론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평가될지 두고 볼 일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시비가 벌어지면 벌어질 수록 CNN 시청률은 더 올라가게 돼있어 당장 CBS ABC NBC 등 3대 방송은 낭패감만이 더해갈 것이라는 사실이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

◎영 BBC와 불 AFP/중립노선 견지… 보수측 반발 BBC/“사실왜곡 많다” 당국 이의제기 AFP

『전쟁에서 최대의 희생자는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전황을 끝까지 은폐하며 국민을 지옥으로 몰고간 일제나 나치독일이 있었기에 피와 땀과 눈물만을 요구한 영국의 명 재상 처칠같은 솔직한 정치인들이 역사에서 빼어나게 돋보인다.

이번 걸프전쟁에서도 그 진실이 얼마만큼 은폐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환경테러」로 규탄되는 페르시아만에서의 원유유출만해도 미국은 이라크의 소행으로,이라크는 미국의 폭격탓으로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지난 82년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싸운 포클랜드 전쟁 당시 정부의 편을 들지 않은 채 보도의 정도를 걸은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이번 걸프전쟁에서도 화제를 만들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전쟁에서 있는 그대로를 토해내는 미 CNN과 같은 현장감은 없다.

BBC의 「걸프전」은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앞을 내다보는 탁견과 주도면밀함이 뛰어난 BBC 수뇌부는 기자와 아나운서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쟁보도를 위한 편람을 제작했다.

이 지침은 예를 들어 페르시아만에 파견된 군대를 옛날처럼 국수적 냄새가 나는 「우리 군대」에서 「영국군」으로 바꿔 부르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혁신은 애국심을 부추기는 일반 대중지들로부터 「병사에 대한 반역」 이라는 등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논란은 의회에도 비화,최근 하원에서 보수당의원은 BBC 를 비난하면서 존·메이저 총리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총리는 이 방송의 기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BBC는 영국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곳으로도 향하고 있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한편 BBC는 프로그램 편성에서 전쟁물을 삭제했다. 한국전에서의 우스꽝스런 미 군의관들의 비순응성을 보여주는 「이동외과 병원」(MASH) 방영도 취소됐다. 또 군인가족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노래의 방송도 피하도록 디스크 자키들에게 권장했다.

따라서 최근 반전시위에서 등장하는 존·레넌의 노래 「기브 피스 어 찬스」 (평화에게 기회를)나 스테이터스쿠오의 「이제 군대에서」,블론디의 「아토믹스」를 들을 수 없게된 것이다. 민영방송도 이에 동조,ITV는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정기노선 항공기를 납치하는 내용의 영화 「에어포트」의 선전을 중단했고 런던 위크엔드 TV는 이스라엘 공항의 조류 피해 르포를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방송하지 않았다.

영국 언론들은 검열이 아닌 자율 속에서 걸프전쟁을 보도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영국보다 더 시끄러운 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취재중인 프랑스의 TV특파원들은 군당국이 일선취재를 허용치 않고 군인들에게 질문도 못하게 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전쟁보도로 신문들의 부수가 늘어나 르몽드의 경우 전 전의 50만부선에서 지금은 80만부선이 됐다. 신문들은 「TV가 같은 화면만 반복해내 보내고 있다」고 비꼰다. 르몽드의 경우 걸프전쟁의 보도를 매일 수십면씩 집중보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전쟁보도와 관련,논란이된 사안은 개전 첫날 미군이 발표한 「목표물 80% 파괴」와 프랑스군 작전의 「쿠웨이트 국한 여부」 등이었다.

프랑스군 참모총장인 모리스·슈미트장군은 지난 25일 자신과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한 AFP보도에 이의를 제기했다. 슈미트장군은 지난 17일 「유러 1방송」에서 「이라크공군 잠재력의 80%가 파괴됐다고 하는 데 사실인가」라는 기자질문에 『80%는 가능치 않다. 50%에 달했다면 다행』이라고 답변했는데 AFP는 그가 『이라크 공군의 50%가 파괴됐다』고 말한 것으로 잘못보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FP는 장군의 언급내용을 그대로 옮겼다고 항변하고 있다.

슈미트장군은 또 AFP가 슈벤느망 전 국방장관의 회견발언도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슈벤느망 전 장관은 25일 일간지인 코티디엥 드 파리지가 자신을 중상모략했다고 법무장관에게 고발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이 신문은 슈벤느망 전 장관이 지스카르·데스탱 전 대통령과 시라크 전 총리가 집권 당시 대이라크 관계에서 애국심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비난한 데 대한 논평을 실었다는 것이다.

어떻든 이번 걸프전쟁은 언론과 정부당국자들 사이에 또 하나의 미묘한 싸움을 불러일으키게하고 있는데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실전 못지 않은 전쟁이 지금 진행중이다.<파리=김영환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