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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아닌 「대피」/이라크기 이란행 속셈과 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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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아닌 「대피」/이라크기 이란행 속셈과 미 대응

입력
1991.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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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대비·자살공격용 등 엇갈려/공습 못견뎌 긴급자구책 추측도/미 “위협없다” 불구 이란 억류 설득이라크기의 이란행은 단순한 피란인가 아니면 본격적인 공격을 위한 또 하나의 전술인가. 1백대 내외의 이라크 군용기의 이란 영토 착륙사태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일단 이라크 공군기의 투항은 아닌 것임이 거의 확실해지면서 이라크의 의도가 과연 무엇이냐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란에 넘어간 이라크의 항공기 대수는 80대(미국 주장)∼1백대(영국 주장)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등 다국적군은 이번 사건이 이라크 공군기의 투항은 아니라고 일단 판단하고 있다. 항공기 대수나 집중된 월경시간,이란측의 착륙유도 행동,투항지로서의 이란의 부적합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때문에 미국 등 다국적군은 이라크의 이러한 행동이 이번 전쟁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라크의 속셈◁

이라크의 의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본격적인 공격준비설이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이라크 공군기들의 이란으로의 도피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내 원유를 대규모로 방류한 때와 거의 일치한다.

다국적군의 대규모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는 이라크는 한 쪽에서는 미군의 상륙작전에 맞서 페만을 불바다로 만듦으로써 미군의 작전을 지연시키는 한편 다른 한 쪽에서는 지상전에 대비해 정예공군기들을 안전한 지대로 대피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라크가 이란에 대피시킨 공군기가 미그29,미그25,미라주F1 등 최신예기들이며 전투기용 부품과 주요인사들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송기도 20여 대 포함된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국적군 관계자들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수십 대의 공군기들을 희생할 용의만 있다면 이란으로 대피한 전폭기들을 인용,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기습공격을 가해 국경지역에 배치되어 있는 다국적군 지상병력과 함정 등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후세인 대통령은 이미 자살공격을 승인하기까지 했었다.

또 다른 분석은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국적군의 줄기찬 공습에 견디지 못한 「자구책」이란 것이다.

7백대에 가까운 이라크 공군기 중 현재까지 파괴된 것은 공식적으로는 약 50대 정도라고 알려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피신중인 격납고 속에서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으며 제공권을 완전히 잃은 상태서 더 이상 견디는 것은 그 만큼 더 큰 손실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이라크는 판단했다는 것이 이 분석의 논리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전 간부였던 스벤·크레머씨는 『이라크 공군기들은 비록 완전 요새화된 격납고 속에 숨어 있지만 다국적군의 공습이 점차 치밀해짐에 따라 급히 피신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격납고가 안전하다면 왜 그같은 위험한 행동을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 콜럼비아대의 그레그·거즈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의 대응◁

미국은 이같은 이라크의 움직임이 페만에서의 화공 기도와 마찬가지로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태가 제공권의 완전 장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어 이라크군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이란은 전투기 정비능력이 부족하고 부품도 거의 없어 이란을 기지로 한 공격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 기회에 오히려 이란내 이라크 공군기들의 날개를 접어버리게 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스위스를 통해 이란측과 접촉,이란이 유엔의 결의를 준수하며 이번 전쟁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약속을 계속 유지시켜 이라크 공군기들을 전쟁이 끝날 때까지 현상태로 억류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이란지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페르시아만지역에 또 다른 AWACS 조기경보기를 배치하거나 이미 배치되어 있는 조기경보기의 항로를 변경할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란의 입장◁

이란으로서는 어떻게든 이번 전쟁에 휘말려들지 않으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라크는 계속 이번 전쟁에 이스라엘과 이란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 점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이라크 항공기들의 월경과 관련,이라크와 이란은 모두 이 전쟁을 「이슬람교도와 이교도간의 전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들 항공기가 전쟁에 사용되느냐의 질문에는 「이란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힌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전쟁을 오래 끌수록 이란에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종전 후 중동질서 재편과정에서 소외되는 것과 서방측과의 관계개선 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명백한 입장을 유보하며 전쟁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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