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회 출신 요직 중용… 원로 용퇴 유도/“젊은 사법부” 재판 업무에 활력소 기대29일 단행된 법원장급 16명과 고법 부장판사급 37명 등 법원수뇌진 53명에 대한 대폭 승진·전보인사는 고시 출신인 김덕주 대법원장 체제의 등장에 따른 세대교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또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능력과 서열을 중시,합리적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듯이 철저하게 서열위주의 인사원칙을 고수했던 이일규 전 대법원장 체제와 달리 「능력과 서열의 적절한 조화」라는 인사원칙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인사는 88년 7월 이 전 대법원장 체제하의 각급 법원장 19명에 대한 대규모 인사이동 후 2년 6개월 만에 이루어진만큼 앞으로 대규모 후속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원내에서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김석수 전 법원행정처 차장(고시 10회)의 대법관 임명,안우만 대법관(고시 11회)의 법원행정처장 기용,박만호 춘천지법 원장(고시 13회)의 법원행정처 차장 임명 등 일련의 법원 수뇌진 변동과정에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를 점쳐왔다.
또 고시 출신으로는 첫 대법원장이 된 김 대법원장이 고시 10∼11회 출신을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등 요직에 과감히 기용한 것은 고시 8회부터 11회까지 층층이 쌓여있던 고등법원장급 원로들의 자연스런 퇴진을 유도,이일규 전 대법원장 체제 이후 심하게 정체돼온 법원인사의 숨통을 트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이 무성했었다.
대법원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고시 출신 대법원장 등장에 따른 자연스런 세대교체가 이루어짐으로써 조용한 가운데 새 출발을 하게 될 것』이라고 공식논평한 점으로 미루어 인사정체문제는 새 사법부 수장의 고민거리였음을 알 수 있다.
인사에 앞서 고법원장급인 허정훈 사법연수원장(고시 9회),김윤경 서울고법 원장(고시 8회),윤영오 대구고법 원장(고시 9회),한재영 부산고법 원장(고시 8회),홍성운 서울가정법원장(고시 11회) 등이 후진을 위해 용퇴함으로써 고시 11·13·14회 고법 부장 6명이 지법 원장에 승진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인 셈이다.
또 사시 8회가 고법 부장판사에 첫 포진하는 연쇄효과를 불러 일으켜 법원은 한층 젊어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고시 13회 출신의 법원장급 대거 기용. 박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천경송 광주고법 원장·최종영 서울민사지법 원장·이영모 서울형사지법 원장 등이 법원요직을 대거 차지하는 등 고시 13회 출신 고법 원장과 지법 원장은 모두 10명으로 총 19개 고·지법 원장 중 절반을 넘어섰다.
인사의 시기가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진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3월 정기인사 4월 대규모 법관 재임용 심사를 앞두고 일찌감치 술렁거리는 법관들의 동요를 막아야할 내부의 필요성과 지자제선거에서 시·도 선관위원장을 맡게될 지법원장 인선을 서둘러야할 외적 요인이 인사시기를 크게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4월에 재임용돼 임기 10년을 보장받더라도 정년을 2∼3년 앞둔 원로 법원장급 등의 용퇴를 유도함으로써 인사정체 해소와 동요방지 및 지자제대비 등의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이 재임용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일부 법관들에게 자연스럽게 법복을 벗도록 유도한 것은 강제적 방법보다는 본인의 의사에 따른 퇴임을 택하게 함으로써 탈락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인사는 사법부를 한층 젊게 해 사법행정과 재판업무에 활력소를 불어 넣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뜻이 함축돼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기도 하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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