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중 구속땐 자기부정·내분위기”/일단 시간벌어 여론진화… 자정강조로 국면 탈출계산/민자/“눈총 야에 더 따갑다” 특계규명공제로 「누명공유」작전/“타협해결땐 반사해악” 오히려 역공/평민○민자당
○…민자당은 「뇌물외유」사건의 급박한 처리템포가 회기후 구속집행으로 제동이 걸리자 정치적 해결모색을 위한 시간을 확보했다고 보고 국민여론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때 세 의원의 사법처리여부와 방법을 놓고 강·온 양론이 엇갈렸던 여권내의 기류가 민자당측의 「정치적 고려」 요청이 받아들여져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권은 일단 세 의원의 의원직 사퇴 등을 통한 정치적 돌파를 적극 시도해 비등해진 여론의 향방을 지켜본 뒤 사법적 처리 등을 재검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그러나 평민당이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고 나오고 또다시 여론이 확대수사를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도 있어 사태의 추이를 보는 입장이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다.
박준규 국회의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윤리강령제정 등 의회차원의 자정방안을 제시한 것이나 민자당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강령기초위원을 전격 선정한 것 등은 여권의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자당은 그 동안 정부측의 구속수사방침의 강경론을 놓고 국민감정과 정치현실 사이에서 고심해온 것이 사실이다. 여권핵심부의 강경방침 결정을 내심 달가워하지 않아온 민자당지도부는 은근히 당황해하면서도 회기중에 구속에 의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예기치 못할 후유증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해왔다.
이 같은 민자당의 입장은 지난 26일에 이어 28일 상오의 당정회의에서 적극 개진됐고 그 결과 구속을 일단 유보하는 대신 의원직 자진사퇴 등 정치적 처리로 외유사건을 마무리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측은 특히 『여당의 상당수 의원이 구속방침에 반대하고 있고 야당도 이번 사건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구속처리방침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측은 구속수사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했고 정치권의 입장을 고려,회기중 구속집행은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절충하게 된 것. 이로써 급한 불은 진화됐지만 이번 회기 종료 후 세 의원에 대한 구속여부 및 의원직 사퇴여부 등은 계속 미제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민자당이 이처럼 회기중 체포동의안 처리를 반대하고 나선 배경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좁혀질지도 모르는 정치권의 입지를 어떻게 해서든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우선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와 표결과정에서 민자당의 반란표와 평민당측의 반대로 자칫 부결될 경우 결국은 통치권의 치명적 손상은 물론 정치권의 「자기부정」으로 인해 새로운 화근을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한 듯하다.
또한 체포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민자당 내부의 결집이 쉽지 않을뿐 더러 그 과정에서 계파간 갈등을 빚어 끝내는 「외환」이 내분으로까지 이어질 소지도 없지 않다는 점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임시국회운영 및 향후 여야 관계는 물론 정국운영구도에 적지 않은 파란이 예상된다는 점을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측은 민자당측의 입장을 부분적으로 수용,「구속수사 불변」방침을 고수하면서도 일단 「회기중 구속유보」를 수용한 것은 정치권 차원의 자정노력과 함께 정치적 처리의 숨통을 터주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임시국회 회기말까지 여야 정치권의 대응과 움직임을 주시한 뒤 최종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김윤환 민자총무는 『관련의원들의 자숙,국회·정당차원의 신뢰회복 등 국민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고 정순덕 사무총장은 『정부측의 구속방침은 아직 불변인 것 같다』며 국회차원의 분위기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따지고 보면 국민감정상 「면책」은 불가능하나 회기말까지 자정노력을 보이고 정치적 수습을 하면 여론도 상당부분 누그러질 수 있다는 판단을 반증하고 있는 것 같다. 민자당은 이 같은 복안을 평민당측에 타진했고 민자당을 탈당한 박진구 의원에게도 의원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는 달리 평민당측은 의원직 자진사퇴방안에 반대입장을 표시하면서 당차원의 징계를 검토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평민당은 아울러 무역특계자금 지원문제까지 확대,국정조사권 요구 등으로 역공을 시도하고 나서 사건은 또 다른 양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조명구 기자>조명구>
○평민당
○…평민당은 이번 「뇌물외유」사건에 대해 이재근·이돈만 의원의 처리문제와 대여 정치적 대응방안을 분리,두 의원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는 한편 방어적 차원의 대여공세를 적극 펴고 나섰다.
평민당이 그 동안 빗발치는 국민여론을 감안해 자숙의 태도를 보여왔음을 감안하면 이 같은 태도는 역공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평민당의 역공이 구속연기라는 기회를 포착한 정면대응 결정인지 아직도 유동적인 사건의 처리방침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번 사건의 처리에 모처럼만에 정치적 고려를 관철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평민당이 정면대응의 역공을 결정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평민당은 28일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국민지탄의 겸허한 수용」과 「검찰의 정치수사 개탄」의 2개 방향을 확정했다. 즉 두 이 의원을 사법적 처리와는 별도로 당기위에서 징계키로 결정하면서 수사가 정치적 목적에서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전면적인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두 의원에 대한 당차원의 징계는 사건발생 때부터 김대중 총재가 견지해왔던 국민에 대한 사과자세와 같은 맥락이지만 국조권 발동 등의 대여공세는 검찰의 방침이 사건의 정치적 성격을 감안하는 쪽으로 선회한 이후부터여서 역공세의 측면이 크다.
○…평민당은 이 사건이 정치적 탄협으로 마무리지어질 경우 그 「반사해악」이 거의 치명적일 수 있다는 자체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이 비록 여야 의원 모두가 관련된 사안이지만 상대적으로 평민당 쪽에 더 따가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지자제를 앞둔 시점에서 당의 사활을 건 「누명벗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일반적 불신감 때문에 「누명벗기」 자체가 불가능할 경우 최소한 여야가 누명을 공유함으로써 상대적 피해를 극소화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청와대와 행정부를 포함한 여야 정치권 전반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이날 회의가 끝난 후 박상천 대변인이 『두 의원이 자동차공업협회의 경비제공 외에 별도로 무역협회의 여비지원을 받은 것이 더욱 비난의 소지』라며 검찰이 무혐의로 처리한 무역협회부분을 더 강조하고 나선데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박 대변인은 이처럼 자동차공업협회 쪽보다 무역특계자금이 뇌물성이 강하다고 주장하면서 무역특계자금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했다.
비록 무역특계자금에 한정하더라도 평민당측보다는 민자당 혹은 여권전체가 더 많은 「누명」을 쓸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이다.
평민당은 특히 이봉서 상공장관이 국회답변에서 『청와대와 안기부는 이 자금을 쓰지 않았지만 일부 행정부서에서 무역특계자금을 사용했다』고 시인한 점을 근거로 「조사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평민당의 이 같은 주장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정조사권을 발동시켜 정치권 전체에 대한 해부작업을 개시해나가자는 뜻만은 아닌 듯하다.
세 의원에 대한 수사를 정치권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비등함에도 불구하고,수사를 시작했던 정부측이 스스로 정치적 해결모색 쪽으로 제어장치를 마련하고 나선 것은 결국은 여권에 더 부담을 줄 것이라고 평민당은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국정조사권 발동요구를 가지고 계속 정치적 공세를 취할 수 있으며 발동을 반대하는 쪽에 비해 상대적 명분을 점할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김 총재도 이와 관련,이날 의총에서 『민자당이 불응할 경우 각 상임위에서 국정조사권 발동의 당위성을 계속 추궁토록 하자』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평민당은 뇌물외유사건과 관련해 두 이 의원을 당기위에 회부,내부적 징계절차를 시작했으나 내심으로는 두 이 의원의 자진결단을 통한 사태수습을 희망하는 눈치이다.
이 같은 평민당의 의사는 이미 두 의원에게도 당직자들을 통해 전해졌다는 후문인데 당사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김영배 총무는 상오에 기자들과 만나 『지난 27일 이재근 의원을 만나 박진구 의원의 민자당 탈당소식을 전해줬다』면서 『그 같은 사례도 사태해결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또 다른 당직자는 『출당은 모양이 좋지 않다』면서 『결국 본인들이 결정해줄 문제이기는 하지만 탈당을 한다면 당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텐데…』라고 「불감청고소원」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정병진 기자>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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