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음대에서 터져나온 이래 이화여대와 일부 지방대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예체능계 대학의 입시부정사건은 일파만파의 파문을 쏟아내고 있다.국회의 뇌물외유사건을 압도하는 범국민적인 대학교육의 암으로 부각되는가 하면 예상치 않은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국 각 대학에 다니고 있는 예체능계 학생들이 「우리 모두가 부정입학생이란 말이냐」고 반발하는 사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고,부정과 관계가 없는 여타 예체능계 교수들도 심한 모멸감과 창피감 때문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 1백26개 종합대학과 대학에 설치돼 있는 예체능계 대학 내지는 계열학과 입학정원은 1만8천여 명. 4년제 대학 입학정원 20만6천10명의 8.7%에 해당한다.
이들 예체능계의 올해 입학생 중 과연 얼마나 많은 합격자가 시중에서 나도는 것과 같은 식의 거액의 돈을 쓰고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했는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사직당국에서 밝혀낸 숫자와 수사중인 대상자 말고는 알 길이 없다.
부정입학자의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이냐는 것과 부정의 수법 및 뒷거래 된 엄청난 액수의 돈도 문제가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핵심은 양식과 양심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그럴 수 있느냐는 것과 예체능 학생선발의 기준이 「자질」이 아닌 「돈」이 될 정도로 예체능계 실기시험 교수들이 썩어서야 이 나라 예체능 2세 교육의 장래가 어디로 가겠느냐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대학에게 학생선발권한의 자율권한을 대폭 되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입시제도개선방안을 확정하려는 시점에서 터져나온 예체능계 일부 교수들의 부정은 이 나라 대학들이 과연 학생선발권한을 되돌려받을 만한 자격과 자질을 키워가지고 있느냐를 다시 한 번 의심받게 했다는 측면에서 대학 자율권한 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예체능계 교수들을 비롯한 대학에 의한 입시부정 소지와 입시부정을 가능케 하는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개입 등 입시제도상의 허점은 차제에 근본적으로 파헤치고 수정해 예체능 교수들의 주관보다는 보다 객관적인 평가제도가 가미된 예체능계 입시제도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고 본다.
그 방안으로서는 대학교수들의 양식과 양심을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려본다는 각오로 선발권한을 아예 대학에 맡겨버리는 것도 한 가지 묘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만일 서울대학의 예체능 실기시험을 서울대 교수들에게 일임했다면 적어도 목관악기부문에서와 같은 50% 부정합격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자율권을 줘도 될 만한 대학에는 일반계든,예체능계든 학생 선발권을 모두 넘겨주고 교육부당국은 감독만을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의 입시제도가 아닐까 한다.
반면에 그만한 자율권한을 행사할 여건이나 자질을 못 갖춘 대학은 잠정적으로 교육부가 공동관리하는 제도를 병행했으면 한다. 어쨌거나 예체능계 입시부정이 곪아터지도록 방치했던 교육부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또한 그러한 부정이 다시는 발붙일 수 없는 예체능계 입시제도를 마련해야 할 책임과 의무 또한 마땅히 교육부에 있다. 참된 예능인과 체육인을 발굴해서 키우는 입시제도를 만드는 데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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