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비 2백35억불 “부담”/3천병력 다국군 참가/디나르화 계속 올라… 소에도 10억불 차관이라크의 침공으로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쿠웨이트인들은 걸프전쟁이 일어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전 직후인 지난 17일 알·압둘라 쿠웨이트 왕세자는 망명정부의 방송을 통해 쿠웨이트에 남아 있는 자국민들에게 『다국적군의 공격은 쿠웨이트를 악마적 침략자인 이라크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것』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어 『해방의 태양이 곧 떠오른다. 범죄적 전제로부터 벗어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망명 쿠웨이트정부의 아루쟈심 시리아 주재 대사는 『조국에서 쫓겨났던 쿠웨이트인들은 모두 귀국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같은 희망은 쿠웨이트의 화폐인 디나르화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한때 「휴지」로 변했던 디나르화가치는 이달 초순 디나르당 1.3달러였던 것이 다국적군의 공격 직후 2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쫓겨나 사우디에서 임시 살림을 차리고 있는 쿠웨이트 망명정부는 이번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라주F1 15대와 A4스카이호크 20대 등 35대의 전투기로 다국적군 공군에 참여중인 쿠웨이트 공군은 개전초 이라크의 공습에 나섰다가 1대가 추락되기도 했다.
또 지난 19일 다국적군이 사우디와 쿠웨이트 국경 부근 해안정유시추선에서 대공포 사격을 하던 이라크군 12명을 생포했을 때도 6척의 쿠웨이트 함정이 다국적군 작전에 참여했다.
현재 다국적군으로 참가중인 쿠웨이트병력은 약 3천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이들 이외에도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상당수의 쿠웨이트 청년들은 포로심문이나 첩자색출작업,통역 등의 임무에 관계하고 있다.
쿠웨이트 망명정부는 이번 전쟁발발 전 4만명 규모의 군대를 창설,이 중 수천 명이 사우디 등의 사막지대에서 훈련중에 있으며 탈출한 공군기를 중심으로 전투기 40대 규모의 공군력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침공 전 쿠웨이트 군사력은 ▲지상군 2만3백명 ▲전차 4백80대 ▲대포 40문 ▲전투기 34대 등이었다.
쿠웨이트 망명정부의 다국적군에 대한 전비부담도 막대하다. 망명정부는 개전 직전까지 다국적군에게 약 1백억달러 정도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전쟁 후에도 전비지원은 계속,지금까지 1백35억달러 정도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망명정부는 비록 국토는 빼앗겼지만 그 이전 석유판매대금과 이를 이용한 기막힌 제테크 등으로 해외에 1천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현재 이 재산들은 공식적으로 동결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각국의 묵인하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해방」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망명정부는 지난 22일 이번 걸프전쟁에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소련에 1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한다고 빌표했다.
「돈의 힘」을 충분히 활용 세계 각국의 대이라크전선을 굳건히 하려는 기도다.
소련은 전통적으로 이라크와 가까워졌으며 그 동안 이라크에 수십억 달러 어치의 무기를 제공했었다.
그러나 망명정부가 한 마음으로 굳게 뭉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후 방대한 해외재산의 관리를 맡고 있는 런던의 쿠웨이트투자공사(KIO)는 실질적인 망명정부의 역할을 해왔으나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쿠웨이트의 장래문제를 둘러싸고 전통적인 지배계층인 왕가와 신흥 대자본가계층간에 갈등이 날로 첨예화되고 있다.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해외 자산의 투자결정과 이에 따른 책임을 누가 지느냐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야기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앞으로 해방된 이후의 쿠웨이트 정치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러한 지배세력간의 갈등은 앞으로의 전쟁부담금과 향후 쿠웨이트 복구비용 부담문제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쿠웨이트 인구 2백만명 중 80여 만 명을 차지했던 쿠웨이트인들은 이라크의 침공으로 30여 만 명은 사우디 등 중동으로,10여 만 명은 유럽으로 빠져나가 현재 쿠웨이트내에는 약 30만명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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