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은 집안 싸움에 외세가 개입 일으킨 것”/67년 중동전 뒤 요르단 추방… 「저항후원」이 일지난 67년 중동전 이후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요르단으로 추방됐던 당시 예루살렘 시장 로히·알·카티프씨(78·팔레스타인계)가 그간 암만에서 예루살렘 망명시의 시장으로서 「집무」를 계속해 오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카티프씨가 요르단으로 쫓겨난 때는 지난 68년 3월7일. 이스라엘이 67년 6월 전쟁에서 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지역을 점령한 지 약 9개월만이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카티프씨를 추방한 직후 유태계인 테디·콜렉씨(79)를 예루살렘 시장에 임명,오늘에 이르고 있다.
카티프씨는 26일 암만시내 자발웨브데가의 식료품가게 2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예루살렘 시장 카티프」라고만 적힌 명함을 내밀면서 『진짜 시장인 내가 지난 23년간 한 번도 예루살렘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카티프씨의 주요업무는 「망명시청」의 직원 5∼6명과 함께 아직도 이스라엘의 강점하에 있는 예루살렘시의 14만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벌이는 인티파다(저항)운동을 후원하는 일이다.
돋보기 안경에 가는 귀까지 먹은 카티프씨는 『반드시 내고향인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한시도 버려본 적이 없다』며 『중동의 평화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카티프씨와의 인터뷰 요지이다.
걸프전쟁에 대한 시장의 입장은.
『이번 전쟁은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아랍세력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미국 영국 등 서방세력들의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세르가 아랍권의 파워를 모으려 하자 이스라엘을 통해 「67년 전쟁」을 일으킨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분열된 아랍세계가 어떻게 「위대한 아랍의 건설」을 이룰 수 있겠는가.
『나는 아랍세계가 멀지 않아 통일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걸프전쟁을 둘러싸고 아랍권이 양분해 있는 듯 보이지만 대다수 아랍민중들의 마음은 미국에 반대하는 일념으로 뭉쳐있다. 단지 그들의 집권층만이 서로 갈라서 있을 뿐이다. 남북한이 하나이듯이 이라크나 쿠웨이트·요르단 등 크고 작은 아랍국가들은 원래가 한나라였다. 한식구들끼리의 싸움(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외세가 왜 끼어들었나. 그건 석유 때문이다. 소위 다국적군 소속국가들은 아랍의 부를 차지하려고 이번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비롯한 아랍점령지구를 언젠가는 반환하리라고 생각하나.
『그들은 결코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철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인들을 무력으로라도 몰아낼 것인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팔레스타인은 5천여 년 전부터 우리의 땅이었다. 그 동안 로마·그리스·페르시아·바빌론 등 숱한 외세들이 그 땅을 삼키려 했지만 우리 조상들은 결국 그들을 내쫓고 말았다. 이스라엘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는 어떤 관계인가.
『PLO가 주도하는 인티파다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인티파다는 최근 몇년 사이에 세상에 알려지긴 했으나 이는 20년대의 반영운동과 48년 이스라엘 국가건설 이래 계속돼온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주독립운동이다』
「망명시장」의 봉급은 누가 얼마나 주나.
『PLO로부터 받는데 한 달에 2백4디나르(약 21만원)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16시간씩 일했는데 요즘은 오전중에 출근하고 점심식사 이후에는 집에서 쉬어야 될 정도로 기력이 떨어졌다』<암만(요르단)=이상석 특파원>암만(요르단)=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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