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납고 3백개… B52 폭격 견뎌/국경 지상군 탱크까지 지하로23일의 딕·체니 미 국방장관,콜린·파월 미 합참의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뒤 미국 여론은 걸프전쟁이 미국의 우위 속에 진행된다는 확신은 얻었지만 동시에 전쟁이 단기간에 승리로 끝나지는 않겠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사우디아라비아전선의 현장 지휘관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전쟁이 적어도 3개월은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나 USA투데이지 같은 유력지도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전쟁이 끝날 수만 있다면 퍽 다행한 일』이라고 보도해 역시 중·장기전을 전망하고 있다.
체니 장관이나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그런 뜻으로 얘기한 부분이 많았다.
체니 장관은 『사담·후세인은 남아 있는 항공기,미사일,아마도 확학탄 등으로 언제 대규모 반격을 해서 다국적군을 놀라게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전략·전술 책임을 어깨에 메고 있는 파월 합참의장은 이라크군이 『말할 수 없이 유연한 지휘·통신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상군을 고립시키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쟁상황을 분석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미국이 이라크군을 공중폭격으로 얼마나 부술 수 있느냐와 이라크가 부서진 전략물자를 얼마나 많이,그리고 빨리 보충할 수 있느냐의 두 가지에 달려 있다.
미군의 공중폭격으로 이라크군을 얼마나 부쉈는가에 관한 소위 폭격피해평가(BDA)는 아직 미군측에 의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전쟁개시일부터 20일까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1일 2천회의 출격이 있었고 이 중 80%는 유효 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20일이 지나서부터는 1일 출격횟수 중 50%는 전투임무이고 다른 50%는 보조 등 비전투임무인 것으로 밝힌 데다 80% 유효율이라는 것도 조종사가 지시받은 목표물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지 그 폭탄이 목표물을 못쓰게 파괴했는지의 여부는 가릴 수 없는 것이라고 발뺌했다.
영국의 정보소식통이 밝힌 바에 따르면 후세인 대통령은 그 동안 2백50킬로톤짜리 핵폭탄을 맞아도 끄떡 않는 지하벙커를 짓고 그속에서 전투지휘를 하고 있으며 이런 엄청난 대형 벙커가 바그다드 주위에서만 37개소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후세인의 벙커는 1백명이 외부로부터 아무런 공급을 받지 않고도 1년간 버틸 수 있는 시설임이 이 벙커를 설계하는 데 관여했거나 건설을 맡은 벨기에,영국 등의 관계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군의 지하벙커 시설은 이미 이란·이라크전부터 시작해 꽤 긴 역사를 갖고 있는데 비행장 근처에는 반드시 난공불락의 벙커를 만들어놓고 그 속에 비행기를 숨겨두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지하벙커 격납고는 두께 1∼2m의 철근 콘크리트로 덮여 있고 그 앞에 물을 흐르게 해 화공에도 끄떡없도록 돼 있는데 줄잡아 이런 항공기 격납고가 1백개는 있는 것으로 정보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벙커는 모래로 다시 덮었는데 B52가 터뜨리는 2천 파운드짜리 폭탄쯤은 거뜬히 견뎌낸다. 다국적군 무기들은 지면에 닿으면 그대로 폭발하는 접촉폭발장치들인데 이 격납고를 뚫기 위해서는 2중 로켓탄 럼 일단 모래바닥에서 한 번 터져 모래를 뚫어낸 뒤 다시 격납고를 향해 폭파해야 파괴가 가능해진다.
격납고 주변에는 대부분 지대공미사일이 설치돼 있어 모래로 위장된 이 벙커를 용하게 찾아낸다 해도 마음놓고 폭격을 해댈 수는 없게 돼 있다.
파월 합참의장은 『쿠웨이트 접경에 배치된 공화국수비대들은 이미 5개월 전에 땅을 깊이 파고 웅크리고 들어앉아 난공의 벙커를 구축해 놓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벙커속에는 소련제 T72탱크,1백20㎜대포가 들어 있으며 벙커와 벙커 사이는 지하터널로 거미줄처럼 통로를 뚫어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은 지금 중앙전기시설이 폭격으로 쓰러진 뒤 군데군데에 설치해둔 발전기를 돌려 통신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전화선은 수천 ㎞를 모래밭 밑으로 연결해놓은 것으로 정보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군은 월남전 때 융단폭격으로 전선이 무너질 줄로 알았으나 적들이 전선을 확보하자마자 밤새도록 파놓은 참호 때문에 도무지 공중폭격이나 대포의 위력이 먹혀들지 않아 전략전술의 차질을 빚었던 경험을 안고 있다. 이번 이라크전에서도 미군은 비슷한 지하벙커전에 걸려 장기전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의 살아남은 항공기,스커드미사일 등이 어느 날 대규모 공격을 감행해 적어도 그 중 몇 대는 미 항공모함이나 미 지상군 집결지를 폭격할 수 있는 곡예비행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고 아니면 화학탄을 실은 채 이스라엘 인구밀집지역에 마구 지상공격을 해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아직 이라크군은 전투기는 물론 대포,전차,소총까지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만일 무기나 탄약을 보급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엔 달러를 주고 중국이나 북한으로부터 얼마든지 사올 수 있는 길이 있다. 이란도 어떤 경우에는 무기로 이라크를 도울는지 모른다.
체니 국방장관은 현재의 공중폭격전술을 어떤 방식으로든 바꿀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우디의 현지 사령관을 비롯 주요 전쟁 참모들이 백악관에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1주일의 대규모 폭격 후 장기전에 들어간다는 것은 후세인으로서는 적어도 1주일간은 승리했다고 주장할 만한 것이다. 그는 버텨내기만 하면 일단 아랍세계에서 볼 때는 승리하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미군은 한국전이나 월남전처럼 전선이 교착된다고 해서 민간시설을 때리지는 못할 입장이다.
파월 합참의장이 말한 「보급로를 모조리 끊고 그 다음에는 죽이는 전술」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유효하게 작동할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워싱턴=정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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