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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언제까지 참을 것인가/3차 피격… 텔아비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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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언제까지 참을 것인가/3차 피격… 텔아비브의 선택

입력
1991.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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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분노 증폭… 진정묘책 고민/미 압력보다 「팔 문제」 고려 자제/단독작전 위험·보복효과 미흡 등 현질적 제약도22일 밤 텔아비브 중심부를 강타한 이라크의 3차 미사일 공격은 이스라엘의 분노와 고민을 동시에 가중시키고 있다.

이날 미사일 직격탄 한 발은 피해도 컸지만,이스라엘을 「보복」과 「자제」의 기로에 결정적으로 빠뜨렸다는 점에서 모두 11발이 투하된 1,2차 공격보다 심각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날 공격은 특히 2차 공격 후 3일간의 공백으로 민심이 다소 수습되고 대피령이 전국적으로 해제된 첫날 밤에 대규모 피해를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심리적 충격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이스라엘국민들은 걸프전 시작 전부터 이라크의 도발에 대한 보복과 자제,두 갈래 선택에 따른 득실을 놓고 논쟁을 거듭해왔고,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를 이뤄놓았었다.

즉 보복은 후세인의 덫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논리에 대체로 수긍했었다. 기자가 만난 학자 등 전문가는 물론 거리의 시민들도 이 논리를 이구동성으로 얘기했었다.

1,2차 공격 후 「두 배로 갚는다」는 안보 철칙과 전통을 깬 정부의 자제결정이 수용된 것은 이 때문이었다. 미국의 강력한 만류와 압력은 부차적 요소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물론 피해가 경미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작용을 했다.

그러나 피격 전의 「합의」가 실제피격에도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 동안 안보 철칙을 성공적으로 수행,국민적 신뢰와 자부심의 기둥이 돼온 군의 반발이 우선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층 중요한 것은 국가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정도로 공습공포상태하의 대피령이 며칠간 계속되면서 자연스레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했었다. 화학무기 공격위협이 큰 작용을 했지만 강인한 위기대처능력을 과시해온 국민들이 대거 텔아비브를 탈출하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국민적 자존심 붕괴에 대한 우려와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졌었다.

이스라엘정부가 그 동안 당연한 귀결인 「자제」를 선택하면서도 『언제든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일견 결연한 의지를 누누이 천명해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결의 천명은 후세인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민심을 향한 것이었다. 22일 밤의 피격에 따른 충격은 이같은 상황을 급전시켰다. 무엇보다도 1백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고 20여 채의 주택이 파괴된 유혈현장을 목격한 텔아비브시민들은 극도의 공포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탈출 러시가 일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와 함께 군관계자들도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침통한 모습과 당혹 그리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기존방침 고수」가 최종 발표됐으나 검열지침을 어기고 피격지점을 밝힌 미 NBC TV에 즉각 보도금지조치를 취한 것에서도 군의 충격과 분노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분노」를 해소하고,국민들의 동요를 진정시킬 묘책이 없다는 데 이스라엘정부의 고민이 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보복공격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 효과 또한 의문스럽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첫째 이라크 전역을 미국 등 다국적 공군이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공조없이 이스라엘 단독참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군은 22일에도 『단독작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지만 설득력은 크지 않다.

둘째는 후세인에 대한 기습사살 등이 아닌 전술목표 파괴 정도로는 미국의 엄청난 대량파괴 공습이 거듭되고 있는 현상황에서는 군이나 국민들에게 「보복」의 심리적 충족감을 주기에 미흡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같은 보복작전이 도대체 후세인에게 어떤 억지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정부의 진정한 고민은 이스라엘 자신이 처음부터 이번 전쟁에 끼여들어 이라크에 타격을 가할 마음이 없다는 데 있다.

다국적군 진영의 아랍권국가의 전열이탈을 우려하는 미국의 반대는 오히려 핵심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텔아비브대 전략연구소의 도리·골드 박사는 『이스라엘은 걸프사태 종식 후의 이 지역 전체 평화논의에 대비하고 있고 이 논의에서 이스라엘에 가장 중요한 협상상대는 이라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의 근거는 단순히 이라크가 팔레스타인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골드 박사 등은 팔레스타인문제 논의 등과 관련,이스라엘의 이해에 관건이 되는 것은 전략요충 요르단강 서안을 둘러싼 안보 이해 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은 높이 1㎞,폭 54㎞,길이 1백30㎞의 천연요충으로 이라크 요르단 등 동쪽으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사활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지역인 이곳을 팔레스타인 독립국 허용 등으로 내놓을 경우 폭이 좁고 낮은 이스라엘측의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중공격의 경우 고지에 가려 사전탐지가 어렵고 이곳에서 지중해변 텔아비브까지의 비행거리가 3분에 불과,요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사태 종식 후 필연적인 팔레스타인문제 논의 등 평화협상에서 「팔레스타인 독립 허용­요르단강 서안 일부지역 이스라엘군 주둔」 등의 타협안을 모색하고 있고,여기에는 이라크와의 타협이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걸프전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라크가 이 지역 문제 논의에 가장 중요한 발언권을 가진 강국임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걸프전으로 팔레스타인문제 해결이 한층 불가피하게 된 상황에서 이라크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켜서는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

「자제」에 익숙치 않은 이스라엘이 놀라운 자제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점이 지금 민심수습을 위한 보복의 절박한 요구 앞에 이스라엘정부를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이스라엘당국의 검열을 거친 것입니다.> <텔아비브=강병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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