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제2 나세르」 기대는 잘못/아랍권서도 광범한 지지없어/전쟁통한 정치적 승리 어려워/장기전 능력도 의문… 다국적군 서두를 이유 없어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과연 어떤 인물이며 이번 전쟁에서 무엇을 노리나.
이스라엘계 영국저술가로 「후세인의 정치이력」 등 후세인 연구 서적 등을 펴낸 예프라임·카르시씨는 최근 발행된 예루살렘 포스트지에 후세인의 심중을 날카롭게 파헤친 글을 기고 했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이다.<편집자주>편집자주>
왜 사담·후세인은 자신의 체면을 살리면서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제안들을 거부했는가. 후세인은 전쟁만이 그의 정치적 생명을 유지시켜줄 수 있다고 믿고,전쟁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전쟁에서 제한적인 패배를 당하는 것은 그로서는 감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오히려 정치적으로 승리한 것으로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후세인은 분명 1956년 수에즈전쟁에서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참담한 패배를 당하고서도 이를 정치적 승리로 반전시켰던 선례를 재현시킬 수 있다고 계산했다. 후세인은 전쟁으로 쿠웨이트를 다시 상실하더라도 아랍세계는 자신을 제국주의에 대한 도전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제2의 나세르」로 추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계산이 당초부터 노렸던 1차 목표가 아닐 수 있다.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주목적은 세력확대나 정치적 과시가 아니다. 쿠웨이트침공으로 아랍세계에서의 그의 지위가 획기적으로 상승한 것은 결과적인 부수효과일 뿐이다. 그의 주된 목적은 이라크 경제재건을 위한 재원확보에 있다.
일반적인 견해와는 달리,이라크는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이라크는 8년간의 전쟁결과 경제가 파탄했고 8백억달러의 외채를 지고 있다. 89년말 후세인에게는 경제적난국을 타객하지 않고는 권력유지가 위협받을 것이 분명해졌다.
이에 따라 후세인은 쿠웨이트에 대해 이란과의 전쟁중 제공한 3백50억달러의 차관을 포기할 것을 종용했던 것이다. 석유가 상승을 위해 쿠웨이트의 산유량 감축을 요구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력침공을 택한 후세인은 쿠웨이트가 『독검으로 이라크의 등을 찌르고 있다』며 침공을 정당화했다. 따라서 후세인에게는 쿠웨이트로부터의 무조건 철군이나 명목적인 체면유지 대가만을 받는 철군은 국내입지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킬 것이 분명했다. 쿠웨이트 일부를 할양 받는 것과 같은 상당한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자 후세인은 미국과의 제한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아직 걸프전이 초기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후세인의 계산이 옳았는지 여부를 단언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그가 몇 가지 요소를 간과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첫째,후세인이 자신을 나세르와 동격시한 것은 잘못인 것 같다. 후세인은 나세르와 같은 개인적 매력과 아랍세계에 광범한 지지를 갖지 못하고 있다. 후세인이 걸프사태로 아랍세계에 부각된 것은 상당부분 냉전종식 이후의 아랍권의 불안정과 팔레스타인문제때문이었다.
둘째,후세인은 1956년 수에즈전쟁 후 미국이 영·불·이스라엘 연합침공군이 점령지역을 포기할 것을 종용,나세르의 「정치적 승리」를 가능케 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지금은 어떤 강대국도 후세인의 편을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강력한 아랍국가들인 이집트와 시리아마저 반이라크연합에 가담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세인 자신이 장기전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란과의 전쟁에서도 이라크군의 작전능력취약과 국민사기의 한계를 드러냈었다. 완벽한 제공권 등 막강한 공수능력과 엄청난 군수지원 능력을 갖고 있는 다국적군과 맞서 이라크가 장기전을 이끌기는 어렵다.
후세인은 바로 이 때문에 다국적군을 쿠웨이트에서의 지상전에 빨리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이같은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이스라엘 인구밀집지역을 공격함으로써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을 유도하기보다는,다국적 연합의 균열을 가져올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에 대한 다국적군 진영의 우려를 높이려 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을 우려하는 다국적군측이 지상전을 서두르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을 우려해 다국적군이 지상전에 조기돌입하는 것은 후세인의 계산에 말려드는 것이다. 다국적군은 공중공격을 계속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후세인은 「제2의 나세르」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이스라엘당국의 검열을 거친 것입이다.<텔아비브=강병태 특파원>텔아비브=강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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