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하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시내 독일대사관 앞에서는 1백여 명의 시민들이 공습경계령도 무시한 채 독일규탄시위를 벌였다. 독일기업들이 이라크에 화학무기를 팔 때는 침묵하던 독일인들이 그 가공할 위협을 제거하려는 전쟁에 직면해서는 대대적으로 반전시위를 벌이는 「위선」을 비난하고 있었다.독일과는 개인적으로도 악연이 있을 이 이스라엘인들의 분노는 이해할 만도 하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텔아비브의 대피소에서 노래를 부르며 공포를 쫓는 노인네들을 보고 나서 이들의 「주전론」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베를린에서 매일 보았던 반전·반미 시위에 대한 공감을 지울 수도 없었다. 걸프전쟁을 결코 선·악의 구분이 있는 「도덕적 전쟁」이 아니라 철저한 이익다툼이기 때문이다.
냉정한 관전자여야 할 기자가 이처럼 난시를 일으키는 것은 결격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을 보면서 혼란스럽지 않은 눈이 얼마나 있을지 실로 의문이다. 어느 정부나 전문가도 이 전쟁의 의미나 정당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쿠웨이트 원상회복이란 「신성한 유엔결의」,침략자의 전쟁능력 제거라는 부시의 「도덕전쟁」 주장이 표면적으론 지배하고 있지만 세계여론은 충분히 공감하지 않고 있다.
여론이 전부인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의 권위있는 학자는 국방부 저널에서 『이라크의 전쟁능력은 서방을 포함한 외국의 지원으로 2,3년내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며 『오히려 팔레스타인문제 해결 등에도 한층 큰 발언권을 인정치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스라엘측조차 이렇게 내다보는 전쟁을 미국은 왜 피하지 않았을까.
미국은 이번 사태로 쿠웨이트·사우디 등 이 지역 산유국들에 세력기반을 굳혔다. 사우디 등이 이번 사태로 엄청난 최신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사들이게 된 것은 부수적일 뿐이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미국의 패트리어트미사일 파견 등과 관련,미국이 「피의 대가」를 요구할 것을 벌써 경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은 걸프 장악을 통해 독일통일·유럽통합으로 강대해질 유럽 대륙을 견제하기 위해 20년 앞을 내다보고 걸프 위기를 유도했다』는 「음모설」마저 확산되고 있다.
결국 「전쟁」과 「평화」,어느 선택이 옳은지를 분간치 못하는 난시는 「20년 앞」을 보지 못하는 단견 탓인지도 모른다. 이 기사는 이스라엘당국의 검열을 거친 것입니다.<텔아비브에서>텔아비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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