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해외자금난에 운임추가 겹쳐/인접국·유럽시장까지 지장/방독면등 방산업체는 「전쟁특수」걸프전쟁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점차 장기화조짐을 보이면서 걸프 연안국은 물론 인접 중동국과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마저 큰 차질이 예상되는 등 국내경제 전반에 본격적인 주름살이 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전쟁이 1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구입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의 경색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걸프전쟁이 1주일 가량의 단기전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단기적인 응급조치차원에서 대처해왔던 국내기업들은 수출전략의 다변화,자금조달방식의 재검토,투자전략의 재조정 등 장기화에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종합상사를 비롯한 수출업체의 경우 이달초부터 전쟁 발발가능성에 대비,대부분의 수출물량을 조기 선적완료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부 국가들로부터의 대금회수의 어려움을 걱정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렀으나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종합상사협의회 등을 조만간 개최,수출어음의 부도처리 유예기간 연장 무역금융 부활 등 보다 적극적인 정부당국의 지원을 요구키로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키로 했다.
수출업계에 따르면 중동사태가 불안해지자 이달 초순께부터 중동지역의 바이어들로부터 수출신용장 개설을 미루겠다는 통보가 쇄도하는 등 신규오더가 거의 중단되었으며 이미 수출신용장을 받아놓은 경우라 하더라도 선박운항중단조치로 인한 선적 불가능 및 향후 상품대금회수의 불안 때문에 선적 및 제품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홍해를 거쳐 수에즈운하를 통과해서 지중해로 가는 선박운송료가 전쟁보험료 할증에 따라 20∼30%씩 상승했으며 정상적인 선박운항마저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어서 아프리카대륙을 돌아 희망봉 노선으로 가야 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어 운임의 추가부담뿐 아니라 상품수송기간이 보름 정도 길어지는 등 유럽시장의 상품수출마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국내 하주들은 가급적 본선인도조건으로 수출방식을 바꾸는 등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해운업계는 물동량이 줄어들고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 이같은 전황이 계속될 경우 대중동 수출의 직접 차질은 물론 전반적인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미·일·EC 등으로의 수출물량까지도 급감,침체국면의 국내수출이 쉽사리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까지는 걸프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수출차질액이 5억달러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달말 정도까지 현상황이 계속되어도 유럽 등 여타 지역까지 포함한 국내수출 차질은 20억∼30억달러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경제계가 겪게 될 또 다른 어려움은 국제원자재 구득난과 국제금융시장의 자금경색에 따른 자금차입의 어려움.
지금까지는 다행히 원유를 비롯,나프타 구리 니켈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쟁이 확대되고 화물운송이 어려워질 경우 원자재가격의 급등 및 공급부족현상이 예상되어 우리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국제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는 등 국제금융시장도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관계자들에 따르면 작년말까지만 해도 리보금리(런던은행간 금리)에 0.2∼0.3%를 더한 수준에서 해외차입이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가산금리가 0.5% 이상 오르고 있어 3년 이상 장기자금의 경우에는 아예 도입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이같이 걸프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전반의 타격이 우려됨에 따라 국내경제계는 그 동안 개별기업이나 그룹차원에서의 대책마련방식에서 벗어나 전경련 무협 종합상사협의회 등을 통한 공동대처방안을 모색키로 하고 관계부서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업계의 요청사항을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업계가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이번 전쟁이 1개월 이내의 단기전으로 끝나는 것.
1개월 이내에 평화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지금까지 다소 차질을 빚었던 사항들은 일시에 해소되고 오히려 생필품 및 건설수주 등을 중심으로 「전쟁특수」가 일 것으로 기대를 걸고 어려운 가운데도 전후 피해복구사업 참여를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중동지역에 방독면 군복 등을 수출해 짭짤한 재미를 보아왔던 중소방산업체들은 인접국가에 대한 추가수요에 대비,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가 하면 대기업들은 나름대로 생필품 의약품 및 전후복구를 위한 건설수주 확대를 노리고 세부계획을 수립중이다.<박영철 기자>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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