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대기령”… 대낮거리가 괴기감/행인 한명없이 무장차만 질주/“2차 공격땐 참을 수 없다” 분노/“위기고국 찾아가자” 공항 초만원【텔아비브(이스라엘)=강병태 특파원】 이라크의 미사일공격을 받은 텔아비브시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된 정적에 싸여 있다.
페만전을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몰고갈 것으로 우려되는 이라크의 미사일공격이 있은지 반나절이 지난 18일 하오까지 이스라엘 전체가 정부의 결정과 사태의 진전을 숨죽이고 주시하고 있는 듯했다.
텔아비브 거리는 어느 순간 갑자기 모든 사람이 사라진 동화속의 도시를 연상케 했다.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텔아비브 시내로 이르는 동안 단 한명의 행인도 보이지 않았다.
공항에서 20여 분간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는 사이 공항버스 몇대 등 수십대의 통행차량만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도 상당수는 완전무장 병력을 태우고 헤드라이트를 켠채 질주하는 군장갑트럭들 이었다.
시내의 모든 주택과 상점은 셔터를 굳게내린 채였다. 우리나라의 가을을 연상케 하는 쾌청한 날씨에 잠들어있는 듯한 도시가 괴기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주택길가에 줄지어 세워둔 승용차들만이 사람이 사는 도시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스라엘정부는 이날 새벽 모든 국민들에게 집안에 머물러 있으라는 지시를 내리고 긴급 각의에 들어갔다.
이날 상오 레빈 외무장관은 『대응책을 미국측과 협의 중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스라엘은 자위권이 있다는 것이다』고 발표했다.
숌론 참모총장은 『도발에는 대응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하오까지 계속된 긴급각의 결과는 하오 5시 현재 공식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힐튼호텔에 설치된 정부공보처의 대변인은 『결정요지는 미국의 자제요청을 일단 수용하지만 2차공격에는 즉각 대응한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외국기자들이 모여있는 힐튼호텔에서는 체크인과 함께 가스마스크를 배부했다. 6층에 마련된 긴급대피소 이용요령도 여러 차례 가르쳐주었다.
텔아비브로 들어오기 위해 지난 8일 새벽 2시부터 그리스 아테네 공항에서 10시간 가까이 이스라엘 엘알 항공 편을 기다려야했다.
공항통과 여객로비에는 2백여 명의 이스가엘행 승객들이 있었다. 이 중 외국기자 4∼5명을 빼고는 거의 모두가 이스라엘인들이었다.
새벽 2시 직후 로비의 미 CNN방송이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뉴스를 전했으나 동요하는 빛은 전혀 없었다.
곧이어 엘알항공의 운항취소가 알려졌으나 누구도 텔아비브행을 포기하려는 기색은 없었다.
이들 이스라엘인의 상당수는 유럽 남미 등에 거주하는 교포들로 모국에 있는 부모,가족들이 염려되어 돌아간다고 말했다.
자키·아브라힘(35·오스트리아 거주)씨는 『독가스만 아니면 걱정없다』며 『가스마스크를 준비했느냐』는 말로 오히려 기자를 염려했다.
상오 10시께 갑자기 『비행기가 왔다』고 환호가 터졌다.
세계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엘알항공 특유의 보안조치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짐작됐다.
○…이스라엘 여성 3명과 3살난 여자아이가 18일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 도중 방독면을 쓴 채 질식해 숨졌다고 이스라엘 라디오방송이 보도했다.
여자아이는 방독면의 공기흡입밸브에 부착된 플라스틱마개가 벗겨지지 않아 질식사한 것으로 알려졌고 또다른 여성도 텔아비브 교외지역의 밀폐된 방에서 같은 이유로 숨졌다고 이 방송은 밝혔다.
마겐·데이비드·아돔 응급병원당국은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사이렌이 울려퍼지자 놀란 나머지 5백여 명이 자신들에게 지급된 신경가스 해독주사를 스스로 놓았거나 공포에 질려 병적인 증상을 나타냈다고 밝힐 정도로 텔아비브시민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미사일공격이 있은지 3시간 후 이스라엘군 당국은 라디오방송을 통해 마스크를 벗고 밀폐된 방에서 나올 것을 홍보했으나 일단 집에 머물도록 당부.
그러나 곧 군당국은 18일 저녁에 시작되는 유대교 안식일을 위해 음식을 사러 외출해도 좋다고 말하자 텔아비브시 시민들은 공포감에서 다소 벗어나 길거리로 나왔으나 거리는 평소보다 통행인이 줄어든 썰렁한 모습.
○…영국의 인디펜던트 TV뉴스 콜린·베이커 기자는 18일 텔아비브에 떨어진 이라크 미사일은 『북쪽 하늘 끝에서 날아와 긴화염꼬리를 그리면서 시내에 떨어졌다』고 설명하면서 『이스라엘 국방부 건물 남쪽 지역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붉은 불덩이가 치솟았다』고 전언.
○…이라크가 이스라엘에 미사일공격을 감행하자 이스라엘정부와 국민은 혼연일체가 되어 대처하는 모습.
이스라엘 국민들은 라디오방송의 지시에 따라 사이렌소리와 함께 플라스틱봉지와 테이프로 밀폐된 밀실에 대피한 뒤 가스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발표에 귀를 기울였으며 일부 국민들은 방문밑 틈부분을 젖은 양탄자로 봉쇄하기도 했다.
○…이라크가 화학탄이 장착된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이스라엘정부는 이스라엘인들 모두에게는 방독면을 지급한 반면 요르단 서안과 가자점령지구거주 팔레스타인 1백만명에게는 10명당 1개꼴로 방독면을 나누어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정부의 차별정책에 항의하는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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