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을 가리켜 독일의 히틀러와 비슷하다고 했던 부시 미국 대통령의 비유는 많은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관점에서 유사성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출신가정을 보면 히틀러는 말단세관 관리의 아들이고,후세인은 빈농의 유복자라는 차이가 있으나 일찍부터 쿠데타에 가담한 것부터 비슷한 이력이다. 히틀러는 34세때 바바리아정부를 전복하려는 루덴도르프 장군편을 들었다가 붙잡혀 옥살이를 해야했고 후세인은 불과 19세의 나이에 왕정타도 쿠데타에 가담했었다.
감옥생활이 그들의 정치적 성장에 큰 계기가 되었던 것도 공통점이다. 바바리아정부 전복 기도 가담으로 5년 형을 선고받아 8개월 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히틀러는 「나의 투쟁」을 완성했고 나치 재건을 구상했다. 후세인은 29세때인 66년 혁명정부내 우익장교세력에 의해 투옥된 뒤 감옥에서 비밀요원을 양성,조직해야 한다는 구상을 했다. 이 구상은 나중에 중요한 자신의 정보조직으로 구체화되었다.
여자관계를 보면 히틀러는 그 편력이 복잡하고 문란하기로 유명했지만 후세인은 바쁜틈에서도 일정하게 가족과 함께 지내는 따스한 가장으로 정평이 나 있어 대조적이나 히틀러가 누이의 딸과 상간관계를 가졌고 후세인은 외삼촌의 딸과 결혼한 것이 비슷하다면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파와 정적에 대해 법절차없이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은 둘이 모두 같은 유형의 잔인한 독재자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히틀러는 자신의 심복이자 나치돌격대장인 룀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1천명에 이르는 그의 추종자들을 일거에 숙청했다. 후세인은 대통령취임식날 즉석에서 20여 명의 이름을 부른 뒤 전격 숙청을 단행했고 자신의 경호부대를 무차별 처형하기도 했다.
암살이라는 위협과 공포에 시달렸던 것도 그들이 사람을 증오하고 권력욕에 사로잡힌 독재자들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히틀러는 확실히 보기드문 전쟁광이었다. 특히 유대인을 악마처럼 끔찍히도 미워해 6백만명을 학살했던 히틀러는 『전쟁은 영원하다. 평화라는 것은 없다. 전쟁은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외치며 2차대전의 광풍을 몰고왔던 것이다. 반유대주의라는 점에서 노선이 동일한 후세인은 7백억달러의 전비를 들여 이란과 8년전쟁을 계속해오다가 1백억달러의 전비 지원요청을 거부했다고 해서 지난 8월 쿠웨이트를 침공했고 지금 미국 등으로부터 전쟁광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압박받아온 아랍민족들에게는 새로운 영웅으로,행동하는 지도자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끝까지 항전으로 버틸 경우 수많은 사상자를 낼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게 될 경우 세계인은 물론 아랍인들로부터도 영웅이 아니라 아랍세계의 지역패권을 장악하려는 「작은 히틀러」라는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
페르시아만전쟁이 미국을 비롯한 28개 다국적국군의 압도적인 승리로 오래지 않아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전세계의 이목은 이제 알라신의 대리인이자 아랍의 영웅으로 자처하는 후세인의 종말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하루빨리 전쟁을 포기함으로써 수많은 생명을 건졌으면 하는 것이 전세계인의 바람인 것 같으나 불행히도 그럴 공산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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