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랍 친선협회관 어제 쓸쓸한 기공식/새 중동 붐 기대에 페만전쟁 찬물/각 공관 접촉단절·문화행사 취소페르시아만전쟁 발발 이틀째인 18일 상오 11시께 서울 종로구 안국동 159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앞 부지에서는 한국·아랍친선협회의 새 회관 건축기공식이 쓸쓸하게 치러졌다.
협회회원과 공사를 맡은 (주)서원코리아 직원 등 30여 명이 4열 종대로 늘어선 가운데 이환의 회장의 짤막한 축사와 기공 삽질이 있은 뒤 기공식은 10분 만에 끝났다.
근처 한식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전쟁이 끝나야 친선이든 교류든 해볼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나누며 헤어졌다.
평소라면 한국에 나와 있는 아랍권 국가의 공관장과 직원은 물론 외무부 관계자들까지 참석했을 큰 행사였지만 협회측은 아예 초청장 조차 보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이들 나라가 한국과의 친선에 신경쓸 겨를이 없게 된 데다 각국의 미묘한 입장 차이로 자리를 같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협회측도 어느 한 나라와 행사를 하면 다른 나라의 오해를 사지나 않을까 염려,아랍국 공관들과의 접촉을 자의 반 타의 반 끊어버린 형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예정됐던 아랍음식축제,외무부직원 협회회원 아랍공관원 진출업체직원 등이 참가하는 체육대회,아랍주간전시회 등 모두 취소돼 버렸다.
지난 71년 한국 외국어대 류정열 교수를 초대회장으로 발족된 한국·아랍친선협회는 그 동안 아랍의 정세 및 한국·아랍관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민간외교부문에 한몫을 해왔다.
아랍권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던 시절엔 이 지역에 진출하려는 기업체 직원들에게 무료로 아랍어교육을 해줬고 대부분 미수교 상태이던 이들 국가와의 접촉창구 구실가까지 맡았다.
우리 업체의 중동진출이 활발해지고 오일쇼크가 나면서 이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지난 76년 현지 진출업체들이 모두 회원으로 가입해 찬조금을 내도록 조치했다.
박 대통령의 독려로 재원이 마련되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이환의 전 MBC사장이 부회장을 각각 맡으면서 협회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아랍권 진출희망자는 모두 협회의 도움을 얻어야 했고 한국을 방문하는 아랍권 인사들은 꼭 협회에 들르는 것이 관례였다.
77년에는 4억4천여 만 원을 들여 안국동에 3층짜리 아랍문화회관를 지어 명실공히 아랍으로 통하는 「관문」이 됐다.
그러나 80년 이란·이라크전쟁이 발발하고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협회의 위상도 급락,아랍문화 소개기능으로 축소됐고 업체들도 이름만 걸어놓은 채 손을 떼기 시작했다.
한동안 친선협회라는 이름보다 아랍문화회관내의 아랍미술관으로 더 잘 통하던 협회는 88년 이란-이라크 8년 전쟁이 끝나고 다시 중동 붐이 일자 새로운 포부에 부풀었다.
아랍공관들과 다양한 교류행사를 가지며 재가동을 하던 협회는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문화회관을 헐고 새 회관을 건립키로 결정했다.
대지 2백47평에 지하 3층,지상 15층의 현대식건물을 지어 4개층은 협회가 사용하고 나머지는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에 넘겨주며 4개층에서 임대료 수입을 얻기로 한 것.
18일 기공식을 마치고 종로구 경운동 91의1 임시사무실로 돌아와 협회 원로들과 바둑을 두던 총무부 차장 김용원씨(49)는 『빨리 중동에 평화가 돌아와 준공식만은 성대하게 치렀으면 좋겠다』며 『아랍권은 아직도 우리에게 중요한 연구·진출대상』이라고 말했다.<신윤석 기자>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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