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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시한」 넘기는 순간의 표정/워싱턴의 정적(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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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시한」 넘기는 순간의 표정/워싱턴의 정적(기자의 눈)

입력
1991.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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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15일 밤 12시(미국동부시간)가 지났다. 그러나 워싱턴의 밤은 여느 날과 같이 조용했다. 뉴스방송만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군시한이 지났다는 보도를 마치 큰일이나 벌어진 듯 방영했다. 물론 이라크는 철군하지 않았다.아무 변화도 없는 15일 밤 12시,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회오리를 예고하는 정적일 뿐이다. 후세인은 결국 유엔이 결의한 철군시한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과 싸울 의사를 분명히했고,부시는 이 시한을 넘김으로써 무력사용의 모든 걸림돌을 제거했다.

미국과 이라크는 톱니바퀴처럼 전쟁절차를 밟아,이제 물러설 수 없는 상태까지 와 있다. 워싱턴의 분위기는 일부 반전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미국군 최고사령관인 부시의 「고」(GO) 사인만 기다리는 상태인 듯하다.

그러나 6·25의 참극을 경험한 한국인의 눈으로는 미국의 전쟁분위기는 이해하기 힘들다. 전쟁은 곧 죽음과 파멸로 인식되고 피란보따리를 연상케 하지만 미국인들은 일상에서 달라지는 것 같지 않다.

부시 미 대통령은 아침에 경제각료들을 만나 아마도 전쟁의 경제정책을 여느 정책회의처럼 느긋하게 다룬 채 상오일과를 마쳤으며 저녁에는 TV를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프레스빌딩에 드나드는 미국기자들을 붙잡고 『전쟁이 날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나구 말구』라고 말하면서 꽤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도무지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 없다.

미국인들은 워낙 전쟁을 많이 해봐서 그런가.

그러나 이라크가 전쟁상대가 안 된다는 힘에 대한 과신과 전장이 자신의 영토가 아니어서 그런 여유가 나온다고 하는 편이 옳을 듯하다. 많은 미국인들은 대이라크전이 「의의 전쟁」이라고 믿기 때문에 두려움이 아닌 용기를 갖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석유를 위해 피는 안 된다」는 반전구호도 만만치 않다.

예상대로 미국이 이라크와 싸워 이기든 극적인 평화돌파구가 열리든 15일 밤 12시는 세계역사에 어떤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일화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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