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선거를 「공명선거」로 치르겠다는 정부의 「결의」가 단단해 보인다. 강성,소신내각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노재봉 내각이 집권후반기 관리에 관한한 과감하고 도전적이며 참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의」가 지난날의 말뿐이던 결의와 다르리라는 기대가 간다. 분위기를 초기 장악하겠다는 듯이 사전선거운동자 3명을 전격 구속까지 하는등 단호한 집행의지를 과시하고 있다.노 내각은 따지고 보면 시간도 짧고 기회도 적다. 대통령이 후반기 누수현상을 억제하고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기간을 올해 한 해로 본다면,노 내각은 그 가운데서 3∼4개월 사이에 후반기 관리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심판받아야 할 처지이다. 현재로서는 연초의 뜀뛰기를 시작한 물가를 잡는 일과 3월의 지자제선거를 어떻게 치러내느냐가 노 내각에게 주어진 지상과제가 될 것 같고,이 테스트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내각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자제의 공명선거 여부는 6공의 나머지 임기와 후계구도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고비이기도 해서 6공 최후의 카드라고 말할 수가 있다.
지자제선거를 공명선거로 치르는데 성공하고 여당이 기초 및 광역의회에서 안정선을 확보해낼 수 있다면,단체장선거에서 총선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추후 정치일정에서 정부는 보다 순탄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간에 있었던 내치에서의 실패를 후반기에 와서 크게 보전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손상된 권위와 정통성을 상당수준 복원시킴으로써 새로운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때 새로운 정권창출의 꿈은 고사하고 6공의 근본까지 부정당할 수 있는 기로에 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이 노 내각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 듯 어려운 「공명선거」라는 난제를 해결할 능력과 뚝심을 과연 가지고 있는가를 반신반의하고 있는데 있을 듯하다. 67년의 6·8대 선거 때부터 본격화된 타락,금권선거는 선거 때마다 도를 더해 지난 13대총선을 가리켜 하늘 아래 가장 타락한 선거라고 말할 정도이다. 지방의회를 축소된 국회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론이요,돈 몇억을 쓰는 정도는 가볍게 생각하는 졸부나 정치후보생이 수없이 많은 형편인데다가 대권의 전초전이라는 열기까지 가세한다면 이번 지자제선거는 새로운 타락선거의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공명선거를 낙관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으나,전망은 오히려 어둡기만 하다. 후보자들이 돈을 물쓰듯 하려 해서 뿐만 아니라,많은 유권자가 돈을 기대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공권력을 총동원한들 국민 모두를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권자가 모두 정신차리면 될 일이나 그건 이상론일 뿐이다. 요컨대 최소화,극소화시키는 방법 이외엔 묘책이 없을 듯하다. 때문에 공명선거는 정부 스스로부터 그만한 각오와 준비를 하지않으면 안 된다.
여당부터 돈을 쓰지 않는 문제에서부터 행정·관권선거를 포기하는 문제,야당의 붐조성만 나무라지 않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내각을 걸고 스스로 「공명」해지지 않으면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금권선거를 최대한 억제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면 물가잡기문제의 가장 큰 가닥도 잡는 것이 된다. 그럴 경우 지자제는 6공정부를 위해 최대의 실점 만회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자제선거는 당정간의 이견과 갈등이 외부요인 못지않게 심각한 요인일 수가 있다. 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 역시 노 내각의 정치역량에 달려있다.
의석을 다소 잃더라도 공명선거였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노 내각은 일단 후반기 누수관리를 성공적으로 시작한 내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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