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 택일만 남았다”… 온세계가 전시체제/미 TV “싸우겠다” 시민 인터뷰 집중/대일 선전포고 장면 거듭… 전쟁무드/일 미 기지 긴박·불 여론조사 “시한후 개전” 63%○샘넌,개전지지 선회
▷미국◁
미국은 아라비아사막에 초승달이 뜨기를 기다린다. 부시 미 대통령은 14일 하오 「대이라크 무력사용권결의안(HJ결의 77호)」에 서명함으로써 15일 밤 12시(한국시간 16일 하오 2시)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시한이 끝나면 언제든지 전쟁 버튼을 누를 태세를 갖춘 것이다.
미국 동부시간의 15일 밤 12시는 이라크시간대로는 16일 상오 8시. 중동 파견 미군은 완벽한 야간전투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군이 야간장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노려 바로 이날 밤을 이용해 아마도 강력한 공중공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HJ결의안 77호」에 서명한 후 NBC CBS ABC 등의 주요 TV방송들은 2차대전 당시 프랭크린·루스벨트 대통령이 의회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우리는 침략자 일본을…』이라는 선전포고를 발표하던 당시의 필름을 거듭 방영하면서 미국 역사상 또 한 번의 「결단의 시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전쟁이 나서 소집되면 당신은 전선에 나가겠느냐』라는 질문에 『당연히 나가 싸우겠다』고 말하는 시민의 산발적 인터뷰 장면을 내보내고 있다.
미국은 14일로 사실상 외교적·군사적 결전준비를 마무리짓고 있으며 15일은 사담·후세인의 동정을 살피면서 전쟁전야의 얼음장같은 침묵으로 빠져들 것 같다. 지난 9일 제네바회담에서 후세인에게 보내는 부시 대통령의 친서전달을 거부당한 채 회담장을 물러난 제임스·베이커 국무장관은 중동 각국 및 프랑스·영국·캐나다를 돌며 전쟁상태에 대비한 긴밀한 협력을 마치고 14일 귀국했으며 이 베이커 장관의 보고를 토대로 이미 대통령은 딕·체니 국방,수누누 백악관비서실장 등과 마지막 전쟁계획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4일 상오 부시 대통령은 토머스·폴리 하원 의장 조지·미첼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 로버트·돌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 프랭크·머코스키 상원 의원 등 의회 중진들을 백악관에 초청,베이커 국무 체니 국방장관을 배석시킨 가운데 사태를 설명했다.
백악관을 방문하고 나온 로버트·돌 의원은 『대통령의 결심은 확고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15일의 철수시한을 넘기면 즉각 전쟁선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원의 무력사용결의안 가결에 앞서 이 결의안을 반대하면서 경제봉쇄조치강화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던 샘·넌 군사위원장도 14일 무력사용결의안 통과 후 『우리는 민주국가이다. 의회에서 다수결로 결의된 사항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미 국방부는 14일 현재 루즈벨트호,사라토가호,미드웨이호 등 6척의 항공모함을 중동해역에 배치완료했으며 80척의 해군 전투함,신형 M1탱크 1천대 등 추가무기를 속속 공급하고 있다.
현재 대이라크전을 위해 미 지상군은 35만명이 배치돼 있는데 서독 주둔 미 제7군단,캔자스 주둔 미 제1사단의 정예병력이 「전장」으로 이동중에 있다. 미 국방부에서 산발적으로 흘러나온 정보에 의하면 「전장」은 절대로 쿠웨이트 국경지역에만 국한시키지 않는다는 것과 이라크 국제테러전,화학생물무기전,쿠웨이트 유전파괴 대응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전쟁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체니 국방장관은 『이번 전쟁은 이라크의 영토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며 오직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나 이를 위해 바그다드도 공격목표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런 중요하고도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직속부대로 편성되어 있는 특수작전군이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해상침투,공중낙하,사막 특수침투 등의 전문훈련을 받은 부대로 인질구출,포격 및 공중공격을 위한 목표선정,정보제공,특수파괴공작 등을 집중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미국 TV들은 이 특수부대원들의 중동 사막 현장훈련 모습을 종종 비춰주고 있다. 한 군사해설가는 이 특수작전군의 활약으로 이번 대이라크전에서 86년의 리비아 공습과 같은 50% 명중률의 저조한 성공률은 벗어날 것으로 분석했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워싱턴=정일화>
○주식거래 급격히 줄어
▷일본◁
D데이를 하루 앞둔 15일 일본은 마침 공휴일이어서 표면상으로는 다른 공휴일과 다름없는 평온한 하루였다. 「성인의 날」인 이날 일본에서는 석간신문도 휴간,TV방송들만이 긴박한 뉴스를 전했다. 행락에서 돌아온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TV 앞에 모여 앉아 정말 전쟁이 일어날 것인지 불안한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외환 및 주식시장은 미리 준비를 끝낸 탓인지 큰 혼란은 없이 거래량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외화를 많이 쓰는 은행종합상사 수입업체 등이 일찍부터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두었기 때문에 달러값은 아무 변동이 없었으며 주식시장도 거래량이 크게 줄었을 뿐 가격파동은 없었다.
한편 페만지역에 많은 병사를 송출하는 주일 미군기지들만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국적군에 파견된 7척의 군함이 모항으로 삼고 있는 요코스카(횡수하)지역의 미군 교회에서는 파견병사의 무운을 비는 가족들의 모습이 부쩍 늘었고 오키나와(충승)의 가데나(가수납)기지에서는 15일에도 페만 보충병력 제2진이 출진했다. 남은 부대는 평소에 없던 야간훈련에 열중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은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모양』이라고 불안해하고 있다.<동경=문창재 특파원>동경=문창재>
○미테랑,긴급각의 소집
▷프랑스◁
페르시아만에 1만5천명의 병력을 파견한 프랑스는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어느 나라보다도 페만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온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15일자 르몽드는 「철군시한 이후의 군사대결 가능성」을 63%로 보고 「프랑스는 전쟁방지에 최선을 다했다」라는 의견이 70%인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지금까지 페만사태와 관련,8번의 기자회견을 갖는 한편 TV로 이를 생방,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프랑스는 모든 중요한 세계의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모든 외교적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고 전쟁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자 프랑스국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정부는 최후까지 평화적 해결노력을 지지한다는 원칙에서 이날 밤 긴급각의를 열고 주불 이라크대사를 소환하는 등 부산했다.
한편 지난 12일부터 파리·투르 등 주요도시에서는 수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반전시위가 벌어졌는데 시위대들은 「전쟁은 얼마나 우스운 짓인가」 「미테랑은 람보 노릇을 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등 구호를 외쳤다.<파리=김영환 특파원>파리=김영환>
○콜,이라크 철군 촉구
▷독일◁
독일국민들은 페만사태의 평화적 해결전망이 어두워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곳곳에서 반전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독일정부는 14일 이라크군의 즉각적인 쿠웨이트 철수를 요구하는 한편 페만에서 전쟁이 터질 경우에도 미국과 유엔의 입장을 계속 지지할 것을 재차 다짐했다.
헬무트·콜 총리는 이날 연방 하원에서 페만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면서 평화적 해결이 아직도 늦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이라크군을 즉각 철수시킴으로써 페만지역에서 전쟁을 피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콜 총리는 또 페만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독일정부는 미국과 유엔의 입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베를린=강병태 특파원>베를린=강병태>
○시내 속보 스크린 등장
▷홍콩◁
홍콩의 관광쇼핑지구인 구룡의 뉴월드센터 건물 앞에는 14일 하오부터 2m54㎝ 크기의 초대형 스크린이 임시가설돼 페르시아만사태를 속보하고 있다.
이곳과 함께 시내 주요지점에 설치된 85㎝짜리 대형 스크린 8개는 「90년대 가장 중요한 48시간」이란 고정표제 아래 각국의 숨가쁜 움직임을 전하는 영 BBC,미 CNN·CBS TV 뉴스 화면 등을 간단한 전광판식 뉴스 제목을 곁들여 시시각각 토해내고 있다.
위성TV 수신기재 판매선전을 위해 정책의 위기감까지도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스크린 앞에 모여 선 수많은 일반시민들의 표정에서 지난 9일 밤 미·이라크 외무장관간 최종담판이 결렬된 후까지도 볼 수 있던 여유는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홍콩증권 시세는 미 의회가 무력사용을 승인한 뒤인 지난 14일 주요 지표항생지수를 기준,20.75포인트가 떨어진 데 이어 15일 아침 개장 30분 만에 다시 31포인트가 폭락,초읽기에 몰린 전쟁의 위기감을 반영했다.<홍콩=유주석 특파원>홍콩=유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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