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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경우(어린이를 강하게 키우자: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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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경우(어린이를 강하게 키우자:12)

입력
199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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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규율 뒤엔 설득·유도작업/“왜 공부해야 하나” 자각케/근검·절제생활 부모 솔선/매달 사친회… 가·학 일체의 교육 정착과거 독일의 교육은 「강인한 게르만」을 표어로 내건 나치식 교육에서 대변되듯 권위주의적 성격이 강했다. 전후에는 나치유산에 대한 반성과 60년대 고도경제성장기의 탈권위주의적 사회분위기가 결합돼 한동안 자유방임적 교육철학이 지배한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독일의 2세교육은 권위주의와 자유방임주의를 모두 청산하고 부모와 사회가 2세들을 「건강한 사회성원」으로 성장토록 유도·안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 독일식 교육의 요체는 엄격한 지침과 민주적 설득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들은 가정교육을 물론 학교교육에서도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감당하고 있다.

우선 가정교육에서 독일의 부모들은 엄격한 규율과 질서,봉사와 근검한 생활자세 등을 철저히 교육시킨다. 하루 1시간 이상 TV를 보도록 허용하는 부모는 드물다. 대신 독일보모들은 건전한 게임기구와 책을 사주고,자녀들과 함께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생활화돼 있다.

부모들은 10세 이전 어린이들의 경우 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들도록 하고 있으며 주말에도 밤 9시를 넘기지 않는다. 과자 따위도 함부로 주지 않는다.

생활수준이 높아진 지금도 독일어린이들은 옷이나 장난감 등을 물려받거나 친지·이웃간에 돌려쓰는 것이 보통이다. 값비싼 스키복 등은 바겐세일에서나 사는 것으로 알고 있고,잠옷·목욕가운 등은 어머니가 장성한 딸들과 함께 만들어 입는다. 보무들은 이 같은 규율과 절제·근검이 왜 필요하며 자녀들 자신에게 어떻게 유익한가를 교육·설득시킨다.

어린이들을 고급식당에 데리고 다니는 부모도 찾아볼 수 없다. 지하철·버스 등에서도 어린이들은 대개 얌전하게 서있도록 교육받으며 노인과 어른이 항상 우선이다. 일반화돼 있는 유치원교육도 기본생활교육과 질서교육 등 사회성교육이 중심을 이룬다. 자전거를 거리에서 타는 법 등 교통질서교육과 우체국 도서관 박물관 등 사회시설 이용법 및 질서교육이 반복실시된다.

국민학교는 물론 유치원어린이들도 1년에 한 번씩 1주일 정도 시골농장 등으로 수학여행을 간다. 보모와 떨어진 생활과 공동생활을 겸험토록 함으로써 독립심·협동심을 키위주기 위한 것이다.

독일은 사회민주주의국가답게 부모들만의 책임이 아닌 사회전체의 책임과 부담으로 어린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 특징은 독일이 자랑하는 유치원제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인격 신체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알려진 3∼6세의 어린이교육을 실시하는 유치원제도는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독일에서는 언어발달촉진 놀이 등과 함께 사회성교육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한 유치원교육이 전국적으로 일반화돼 있고 사회전체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독일의 유치원은 개인이 운영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나 교회 조합 기업이 운영한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월60∼2백80마르크(2만8천∼13만3천원상당)를 차등 징수하는 유치원에는 70% 이상의 어린이가 다닌다. 소득신고와 월납금책정. 수납을 개별유치원이 아닌 지방차지단체의 담당부서가 맡는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다.

각 유치원은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아침식사를 포함한 양질의 영양공급과 식사 예절교육 등을 맡아주고 있어 맞벌이 사회의 어린이들의 인격 신체적형성·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교육은 설득과 유도를 통해 개인의 장점을 계발·육성해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공부하라』고 강요하기보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하는 설득이 중심이다. 하오수업은 체육·음악·미술활동 등으로 채워지는데 면밀한 관찰을 통해 재능을 찾아주고 특기개발을 적극 도와주지만 본인이 싫어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체벌은 없다. 대신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조기등교나 늦은 하교 등으로 제재를 가하며 특히 3∼4차례 반복 지적을 받으면 부모를 소환,문제를 상의한다.

이런 소환제도가 아니더라도 학부모들은 매달 사친회에 꼬박꼬박 참석,자녀 교육문제를 교사와 함께 논의한다. 최근에는 부모들의 학교교육 참여가 확대돼 지방정부와 학부모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유치원이 확산되고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반나절 정도 부모들과 같이 어린이를 돌보며 청소도 학부모들이 맡는다. 대신 돈을 적게 내지만 사친회가 유치원운영을 통제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이 같은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학교교육 참여는 사회적으로 세대간 격차를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약한 어린이·사치한 어린이·이기적인 어린이 등의 문제는 결국 사회성교육의 문제로 집약된다. 오늘날 독일의 젊은 보모들은 과거의 엄격하기만 했던 교육에 반발하면서 삶의 즐거움과 개방성·관용을 가르쳐 주려 애쓰고 있다. 25년째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성조 교수(베를린자유대)는 『한국에서는 결국 부모들이 2세교육을 저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동교육은 부모가 주체가 되고 사회전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시급히 정립돼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베를린=강병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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