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최소화·단기전이 「실질승리」 관건/공군력·사기 등 절대우세 “낙관”/화학·사막전 예측 불허 요인도미 의회가 12일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의 전쟁수행권을 승인함으로써 페만사태의 개전여부는 이제 조지·부시 미 대통령의 명령 한마디만을 남겨놓게 됐다.
15일 밤 12시가 지나면 부시 대통령은 어느 때라도 전쟁의 단추를 눌러 페만에 대치중인 61만명의 다국적군과 54만명의 이라크군이 전대미문의 대전에 휘말려 들게 할 수 있다.
만약 이 전쟁이 시작된다면 결국 승자는 이라크보다 미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희생자를 최소화하고 전쟁을 단기간에 끝내야만 실질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생각하는 속전속결 전략이 과연 가능한지가 개전의 핵심변수가 되고 있다.
사담·후세인도 이 같은 미국의 약점을 의식,『전쟁이 발발하면 수많은 미국인이 피의 바다에서 헤엄치게 될 것』이라며 희생자수를 거듭 경고해 왔다.
미국의 전쟁전략은 압도적인 공군력과 화력을 이용,이라크군의 주요 군사거점을 무차별로 공격해 개전초기에 이라크의 전쟁능력을 파괴한 뒤 지상군을 동원,단시일내 전쟁을 마무리 짓는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지난 67년에 있었던 이스라엘의 6일 전쟁을 다분히 모방한 것으로 많은 군사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이 속전속결에 의한 일방적 승리를 자신하는 배경은 여러 가지 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우선 화력면에서 미국 등 다국적군은 이라크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다.
현대전에서 승패를 결정한다는 공군력은 다국적군이 1천5백대의 항공기를 보유,이라크보다 6배나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상전력에서도 다국적군은 항공모함을 포함,1백50척의 대전단으로 페만·지중해·홍해 등을 완전 봉쇄하고 있으나 이라크가 보유한 15척의 전함은 자취를 찾을 수가 없다.
지상전을 가늠하는 탱크숫자는 양측이 비슷하지만 컴퓨터와 레이저로 작동되는 미국의 최신형 M1A1탱크에 이라크가 가진 구형 T72 소련제 탱크가 필적될 수는 없다. 미사일에서도 이라크가 중동 전 지역을 사정거리로 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일부 보유하고 있으나 질적·양적으로 다국적군 미사일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결정적 강점은 풍부한 병참지원이다. 미국은 세계 어느 곳에서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이를 장기간 지원할 수 있는 탄약·식량·연료 등 군수물자를 항상 비축해 왔다. 요컨대 미국은 사실상 무제한적인 병참지원 능력을 갖고 있지만 페만사태 직후부터 경제봉쇄를 당한 이라크의 사정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또 미국이 개전 직후 이라크군의 병참전을 최우선적으로 파괴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병참의 열세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미 관리들은 미군이 훈련이나 동기면에서도 이라크군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 즉 미군은 모두 직업군인이고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정예군대이지만 이라크군은 상당수가 페만사태 이후 급조된 예비군이라는 것이다.
심리적인 면에서도 미군은 전쟁에 대해 강한 도덕적 동기를 갖고 있으며 군사적 우우로 인해 자신감에 충만해 있는 반면 이라크군은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기승리론은 미국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며 미국이 예상밖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군사전문가들은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전쟁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며 일단 개전이 되면 미국도 막대한 희생을 각오해야 된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미국이 수천명 선으로 가정하는 전사자가 수만명,심지어 10만명을 넘을 수 있으며,전쟁기한도 수개월 이상 지속될지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분석의 배경으로 먼저 다국적군의 작전계획의 기초가 되는 이라크군의 전력이 불확실한 정보에 근거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라크군이 소유하고 있는 「공포의 무기」인 화학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미국은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공중전에서는 다국적군의 압도적 우세가 예상되지만 지상전에서도 다국적군이 우위에 설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예측할 수 없는 사막의 모래바람이 다국적군의 무기체제를 무력화시키거나 최소한 병력의 기동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국적군이 자랑하는 첨단무기들도 처음 실전에 사용되는 것이 많아 그 효능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다국적군은 지휘체계나 통신체계에서 일사분란할 이라크와 달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결정적 약점도 갖고 있다. 야간전투나 교신상의 실수로 인해 다국적군끼리 교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페만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최대의 변수는 무엇보다 이라크군의 전력과 전쟁의지이다.
서방의 일부 분석과 달리 이라크군은 이란과의 8년전쟁을 통해 풍부한 실전경험을 갖고 있다. 이란의 한 관리는 『실전경험이 없는 미군과 달리 이라크군은 막다른 궁지에 몰리더라도 끝까지 싸우는 전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라크군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종교적 「순교」를 숭배하는 아랍인 특유의 의식을 지니고 있는 점은 이라크군의 최대 무기가 될 수도 있다.<배정근 기자>배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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