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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짙은 페만… 의료체제 초비상(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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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짙은 페만… 의료체제 초비상(세계의 창)

입력
1991.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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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만명 전진배치 다국적/치료·후송시설 등 확충 이라크/최신 살상무기 총집결… 사상규모 예측불허미·이라크외무장관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페르시아만에서의 전운이 더욱 짙어지자 다국적군측과 이라크당국은 전쟁발생시 필연적으로 생길 사상자 처리 등 의료대응태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투준비 못지않게 의료태세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는 양측 모두 미사일 최신예전투기 화학무기 등 고성능 살상무기를 그 어느 전쟁에서보다도 집중배치한 가운데 대치하고 있어 전쟁돌발시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엄청난 인명피해가 예상되기 때문.

미국을 주축으로 한 반이라크 연합 다국적군측은 이미 페만에 인접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지에 대규모 의료전문부대를 전진배치,임전태세에 들어갔고 스페인 영국 독일 등 유럽 각국도 자국군 부상자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야전후송병원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한편 이라크당국도 지난번 이란과의 전쟁에서 전방전투 못지않게 사상자 후송·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의료시설확충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페만전쟁발발시 예상되는 사상자수는 사실상 추측하기 어렵고 예측 또한 천차만별이다.

일부 군사문제전문가들은 일단 전쟁이 발발할 경우 수일내에 양측에서 전투병력을 포함,모두 30만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미 군사전략가들은 전쟁발발시 이달말까지 배치될 미군 43만명 가운데 1만∼2만명이 죽거나 부상할 「최악의 상황」까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당국은 전쟁 초기에 적어도 수백 수천 명의 미군 인명피해가 날 것이라는 예상을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 펜타곤은 예상인명피해,페만에 배치된 의료인력과 병상·장비 등에 관한 사항은 거의 극비에 부치고 있다.

이 같은 정보는 이라크로 하여금 미국의 종합적인 전투계획을 짐작케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워싱턴당국은 예상되는 인명피해나 그에 따른 의료대응상황이 뉴스에 오르내릴 경우 미국내의 반전여론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어 의료문제에 대한 논의를 기피하고 있다.

따라서 페만에 파견된 미·이라크측 의료병력 숫자는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반이라크 연합 다국적군측만 의사 간호원 의무병 등 모두 1만명 이상의 의료진을 배치한 데 이어 추가보강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11.33㏊에 이르는 넓은 사우디사막 위에 5백개의 병상을 갖춘 미 해군 제5야전병원을 배치해놓고 있다.

미 해군과 해병대는 유사시 병상수를 90개에서 1백50개로 늘릴 수 있는 5개의 야전병원 배치를 끝냈고 병상 1천개에 12개의 수술대를 갖춘 대형병원선 2척을 바레인 근해에 띄워놓고 있다.

미 공군도 50개의 병상을 갖춘 수십 개의 야전병원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또 영국 등 유럽 각지에 산재한 미군기지에 모두 3천여 개의 병상을 보유한 예비병원을 비상대기시켜놓고 있다.

1천5백명의 예비의료요원을 이미 동원한 영국은 본국의 9개 군용병원에 총 2천개의 병상을 구비해놓고 있고 전쟁발발시 국영민간병원도 부상자를 치료하는 계획도 세웠다.

스페인과 폴란드 등 다른 다국적군 참여국가도 자국내의 병원에 부상자 치료준비를 완료하고 의료진의 페만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우디아라비아에 2백명의 군의료진과 의약품을 수송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군 의료당국과 페만 야전병원을 방문했던 미 의회 전문가들은 현지 의료체제는 봉합기 정맥주사 등 기초적 장비 및 의약품뿐 아니라 외과의사 간호원 등 전문의료진의 부족상태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레인 근해에 배치된 병원선도 일시에 5백명의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수용능력의 4분의3에 해당하는 의사와 간호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선의 한 정훈 장교는 『병원선의 일부 장비는 베트남전쟁 때 쓰던 낡은 것』이라며 『우리의 임무는 경상자는 치료해 귀대시키고 중상자는 1차 치료 후 미 본토 병원으로 후송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는 바그다드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을 교외로 소개시키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응급치료 및 방독면 사용법 등 비상대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라크는 쿠웨이트 북방 40㎞ 거리에 있는 바스라종합병원에 전시에 사상자를 수용할 병상을 확보키 위해 응급환자가 아닌 일반환자는 받지 않고 있다.

페만사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시의 환자처리문제인데 반이라크 다국적군은 일부 의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에게 화학전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실시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페만전쟁이 속전속결로 끝날 경우 인명피해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20세기 최신형 살상무기가 총동원되고 있는 페만사태는 전쟁발발시 역사상 어느 전쟁보다 큰 후유증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장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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