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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어린이를 강하게 키우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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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어린이를 강하게 키우자:11)

입력
1991.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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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서부터 자립심 배양 철저/“제 할일 스스로” 생활화/잘못하면 즉시 꾸짖어/세살 유아에도 “이부자리 혼자 정리” 교육지난 8일 아침 8시께. 오랜만에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동경의 길거리를 가득 메웠다. 2주일 동안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이날부터 초·중·고교에서 3학기 수업이 일제히 시작된 것이다.

학교 앞 골목길이나 지하철역을 향해 종종걸음을 치는 학생들의 무리에 섞인 국민학생들의 모습은 측은하기만 했다.

남자애들은 짧은 반바지에 맨허벅다리를 그대로 내놓고 있었고,여자애들도 짧은 스커트 아래로 종아리만 가린 스타킹 차림. 추위에 얼어 입술이 새파랬다.

이날 아침 동경지방의 기온은 영상 1도 정도였고 근교에는 첫눈이 내린 영하의 추위였지만 긴바지에 외투를 걸친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춥다고 움츠리는 아이도 감기 걸린 아이는 없는 것 같았다.

유치원 어린이와 국민학생들은 아무리 추워도 반바지 짧은 스커트 차림이 오랜 옛날부터의 전통이므로 부모들도 안쓰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택처럼 온돌이나 중앙난방장치가 없는 일본 가정에서는 춥게 지내는 것이 생활화돼 있다.

이날 아침 동경 도심지의 조그만 국민학교에서 있은 시업식에서 2학년 대표 어린이가 큰소리로 3학기 생활목표를 발표했다. 『앞으로는 줄넘기와 마라톤연습을 열심히해서 몸을 튼튼히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발표가 끝나자 모든 학생들이 박수치며 환성을 터뜨렸다.

겨울방학중 일본어린이들은 여러 가지 내한훈련에 참가한다. 연초에 신사나 절을 찾아가 발가벗은 채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길어 나이수만큼 머리에 퍼붓는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는 개학 후 이 경험을 큰 자랑으로 삼는다. 또 어떤 지방에서는 겨울바다에 학생들을 몰아넣고 오래 견디는 아이들에게 상을 주기도 한다.

이에 비해 일본 학교에 다니는 한국 어린이들은 긴바지를 입고 다니는 혜택을 누린다. 동경 주재 상사원 한 사람은 반바지 차림으로 일본 국민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감기에 걸리자 학교에 찾아가 『우리 아이는 추위에 약하니 긴바지를 입게 해 달라』고 요구,유일하게 추위를 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혜택」을 얻은 것만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일본 어린이들은 내한훈련 극기훈련같은 특별행사 외에 생활 속에서 철저한 자립교육에 길들여져 있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이다.

특히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고 산다. 전차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것도,백화점이나 식당같은 데서 뛰고 장난치는 것도 모두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이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는 일본 어린이들. 그들은 커서 조그만 실수에도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예절바른 일본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아침 방영되는 NHK TV의 유아프로그램을 보면 일본이 얼마나 어린이들의 자립심을 키우기에 힘쓰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침에 일어난 3세 정도의 유아들이 스스로 이부자리를 개키고 잠옷을 평상복으로 갈아입는 모습,양치질을 하고 세수하는 모습까지를 방영한다.

등장하는 어린이는 매일 다르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어른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

가족끼리 나들이 갈 때 지하철에 빈자리가 생겼을 경우 어른들이 먼저 앉고 아이들은 서서 가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단풍놀이나 벚꽃구경을 갈 때면 음식과 취사도구 돗자리 놀이기구 등 많은 짐을 휴대하게 되는데,어린이들은 반드시 자기가 먹을 음식이나 놀이기구 등을 자신이 들고 가야 한다.

아이들끼리 놀다가 싸웠을 때 부모의 반응도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싸움에 큰 문제가 따르지 않을 때는 모른 체 하지만 상대방 아이를 울렸거나 상처를 입혔을 때는 가해자의 부모가 어린이를 데리고 피해어린이 집을 찾아가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때는 반드시 조그만 선물을 사가지고 가는 것이 상식이며,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 아이를 심하게 꾸짖는 것이 보통이다.

학교생활에 대한 학부모들의 태도는 학교를 완전히 믿고 맡긴다는 식이다. 성적이 떨어졌다거나,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다거나 하는 개인적 사유로 학교를 찾아가는 일은 전혀 없다. 그 대신 정기적으로 학교수업을 참관하는 행사가 있는데,학교생활의 하루를 철저히 관찰하는 것이어서 아침부터 하학 때까지의 모든 생활을 눈여겨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일요일에 수업을 하고 월요일에 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배고픔과 부족을 모르는 어린이들이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원하는 부모들의 과잉기대에 얽매여 어린이답게 뛰놀 기회를 뺏기고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학교가 끝나면 피아노 발레 등 각종 레슨에 시달리고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주쿠(숙)라는 과외학원에 다녀야 하는 것도 한국어린이들과 같은 실정이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것은 자가용 승용차로 등하교시키고,도시락이나 숙제물을 가져다주는 과보호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동경=문창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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