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 “제5의 대전” 긴장 흥분/「공격용」보다 「항복촉구」 더 비중미국은 금세기 들어 5번째가 될 참혹한 전쟁의 참화에 말려들려 하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12일 미 상하 양원이 「전쟁대권」을 부여해줌으로써 유엔과 미 의회의 강력한 지원 속에서 전쟁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의회의 전쟁대권 표결과정이 TV생중계를 통해 미 전역에 걸쳐 방영되자 국민들의 표정은 흥분과 침묵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했다.
3일간의 열띤 토론 끝에 이날 표결에 들어간 상·하 양원의 분위기는 그들의 결정이 가공할 전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무겁고 침울했다.
먼저 대이라크 경제제재조치 및 외교노력을 계속할 것을 촉구하는 민주당측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상원에서 46 대 53,하원에서 1백83 대 2백50으로 부결됐다.
이어 상·하원은 부시 대통령에게 무력사용권한을 부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각각 통과시켰다. 하원은 찬성 2백50,반대 1백83표로 압도적 지지를 보냈고,상원은 찬성 52,반대 47표로 근소하게 전쟁대권을 부시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미 의회의 전쟁승인 표결은 2차대전 후 64년 존슨 대통령에게 베트남전을 승인하는 통킹만 결의안과 함께 2번째 있는 일이다. 특히 상원에서 5표의 근소한 표차로 전쟁수행을 승인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의회는 결의안 통과 후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약간 놀라는 듯했다.
과연 미국은 즉각 이라크에 대해 무력을 행사할 것인가.
그러나 15일 밤 12시를 넘기더라도 즉각 공격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이유는 첫째는 1·2차 대전과 한국전쟁 등 주요 전쟁에서 아직 한번도 선제공격을 해본 일이 없다는 것이다. 1·2차 대전에서는 독일의 세계제패 욕망이 거의 이뤄져갈 무렵,다시 말해서 세계전쟁의 불길이 이미 난무하던 터에 전쟁에 뛰어든 것이었고 한국전 역시 어느날 갑자기 공산주의 세력이 기습을 감행해옴으로써 이에 대한 대응으로 치른 전쟁이었다. 월남전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말려든 전쟁이었다.
현재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침략했다고 하나 전쟁상황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나 있는 상태이다. 지금 미국이 먼저 거대한 공격을 가한다면,아마도 4대 전쟁에 못지않는 사상자가 발생할 이 전쟁의 책임을 미국은 상당부문 감당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미국이 이런 전쟁에 속히 뛰어들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아무리 미국이 20세기에 떠오른 막강한 항성이라 할지라도 사막에서의 전쟁경험이 많지 않아 반드시 이 전쟁에 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보브·돌 상원공화당 원내총무의 말처럼 이번 미 상하 양원 결의안은 사담·후세인의 평화적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갖는 백지수표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전쟁대권을 갖고 전쟁에 맞먹는 봉쇄조처를 해낸다면,그리고 현재 이글버거 미 국무차관이 가 있는 이스라엘과의 어떤 특공작전을 더한다면 그는 「백주에 이웃을 침략한」 후세인에 대해 성공적인 응징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 이번 의회의 전쟁대권 승인으로 부시 대통령은 「선전포고」에 대한 미 국민의 컨센서스(합의)를 도출해낸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이후 파나마 침공의 결단을 내린 바도 있지만 철군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선택해야 될 결단은 가히 「역사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돈키호테형이라면,부시는 어느 면에선 행동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햄릿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햄릿의 한없는 생각 끝에 나온 마지막 독백인 「To be or not to be,that is question」(존재할 것인가 말것인가,그것이 문제로다)에 전세계의 관심이 온통 쏠려 있다.
부시 대통령은 과연 「To be」로 갈 것인가. 아니면 「Not to be」로 갈 것인가. 정말 그것이 문제인 상황이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워싱턴=정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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