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인상감시체계 운영/어제 물가관계장관회의정부는 물가불안을 막기 위해 검찰 경찰 국세청 등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는 범정부적 총력대응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30만명 이상의 운동원이 동원돼 건설 제조업 등 인력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고 보고 물가안정차원에서 공명선거가 정착될 수 있도록 공권력을 집중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조곡 공매확대 등 정부미방출제도를 개선하고 87∼89년산 정부미가격도 내달중 추가인하할 것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12일 이승윤 부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올 들어 무더기로 오른 목욕료 등 각종 대중서비스요금에 대해 과다인상분은 환원토록 행정조치하고 학원수강료 인상률은 예외없이 한자리 수 범위내로 억제키로 했다.
또 가격인상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전국 2백12개 소비자고발센터와 국세청 치안본부 공정거래위원회를 연계,부당인상 사례가 적발되면 즉시 세무 위생 시설검사 등 조사반을 투입하는 상설감시체계를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페만사태 추이에 따라 필요할 경우 조기에 국내유가를 추가인상하고 전기 가스 등 유가관련 요금과 버스 의보수가 등 공공요금도 현실화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춰 경제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히고 『편승·부당인상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엄격적용하는 한편 국세청과 검찰을 동원,엄벌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물가와 전쟁」… 선포로 끝날 우려/재정팽창… 행정대응 실효 의문/페만·선거·임금 겹친 「마의 3월」 고비/수년간 동결 공공요금 현실화도 복병
정부가 12일 상오 긴급물가장관회의를 개최,범정부차원의 총력대응체제를 구축키로 한 것은 연초부터 개인서비스요금을 중심으로 연쇄상승 조짐을 보이는 물가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 경제팀이 지금까지 알려져온 「성장우선」의 팀킬러와는 달리 물가안정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최근 물가 움직임이 예사롭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연초의 경우 불과 닷새 만에 전년말대비 0.7%,1월평균이 무려 1%나 올랐었다.
물가당국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는 이달 초순 며칠새 지난해 1월중 상승폭을 크게 웃도는 초고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태로 오름세가 계속될 경우 올 경제운용계획상의 물가관리목표 8∼9%를 몇 달을 못가 수정하는 위기에 몰릴 것 같다는 우려가 물가당국 실무자 사이에 팽배한 실정이었다.
연초부터 총력대응체제로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적어도 3월 이전까지 오름세를 제압하지 않고는 올 물가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지 모른다는 절박감에서 이번 긴급회의가 소집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올 물가관리의 최대복병으로 보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론 페만사태 악화에 따른 유가인상과 수년째 묶여온 공공요금의 현실화 등이 꼽힌다. 이 부문은 불가항력적 변수나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지자제선거 실시가 몰고올 물가파장도 예삿일이 아니다.
당국도 우려한 것처럼 막대한 선거자금 살포로 자금이 소비성 부문에 몰리면서 서비스요금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또 줄잡아 30만명 이상 인원이 소위 선거운동원으로 동원될 경우 건설업계와 제조업 전반에 인력난을 가중시킬 게 뻔하다.
건설노임 상승은 지난해처럼 제조업 농업 개인서비스업 등 모든 부문의 노임상승을 촉발케 될 것이다.
또 지자제선거를 전후해 당리당략차원에서 각종 개발공약이 쏟아질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통령까지 나서서 겨우 억눌러놓은 부동산투기 열풍이 다시 고개 들 우려가 적지 않다.
당국은 공공요금·지자제선거 외에 임금협상 과정서 근로자들의 자기몫찾기 요구가 분출,인건비 부담 증가와 원가상승 압박으로 물가에 주름살을 안기는 상황도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페만사태 악화의 후유증 ▲지자제선거 파급영향 ▲노사간 임금협상 등 주요 물가불안요인이 터지는 시기가 우연하게도 모두 오는 3월 전후라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관계자들 사이에는 최근 『경제팀이 「마의 3월」이라는 고비를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물가를 둘러싼 여건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날 긴급장관회의를 거쳐 제시된 안정대책은 몇 가지 품목의 수급조절 외엔 대부분 행정력 동원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가불안이라는 사회경제적 현상을 치유하려는 처방 전에 경제정책적 대응방안은 거의 포함되지 못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물가와 가장 밀접한 주요 경제변수들의 사정을 보면 당국의 고충도 나름대로 이해는 간다.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국인들 모를 리 없겠으나 지난해 21.3%나 총통화 공급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금융산업 개편에 따라 통화흡수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낼지부터 의문인 실정이다.
환율은 페만사태 이후 미 달러화의 약세기조가 장기화돼 우리로선 수입물가가 치솟는 부담을 안게 된다. 재정부문은 이미 전년대비 30% 가까운 예산팽창 외에도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를 위해 대통령이 국채발행과 추경편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당국이 검찰 경찰 국세청과 심지어 공정거래위까지 동원하는 등 행정력에 의존하려는 사정이 결국 경제정책 변수의 이같은 사정에 따른 것 같다. 그렇지만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일선 공무원들의 기강해이 가능성을 생각하면 행정대응의 효과도 그다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유석기 기자>유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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