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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을 보라/임철순 사회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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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을 보라/임철순 사회부차장(메아리)

입력
1991.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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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베토벤이 지금 만약 우리 곁에 있다면 우리는 몹시 불편할 것이다」베토벤이 바로 이웃이거나 동료라면 우리는 그의 괴팍스러움과 기행,예술적 발작과 무례함을 손가락질하거나 부담스러워할 것이며,우리들의 속물성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그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려 할 것이라는 뜻이다.

「희유한 천재,위대한 예술가,착한 사람」이라는 최상의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던 베토벤은 죽은 뒤 인류역사와 영원히 함께하는 불멸의 인간상이 되었다.

인류의 미래를 앞당겨 살거나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들과 지성은 당대에 그의 이웃들로부터 마땅한 이해를 받지 못하는 것이 상례였다. 니체와 카프카가 그랬고 우리의 허균이나 정약용도 그랬다. 시대의 단근질과 검증에 의해 정리된 평가를 통해서 후세 사람들은 편안하고 행복하게도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대의 인간에 대해 동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무지하고 몽매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식은 땀이 나는 일이다. 시대의 몰이해와 편견,속물성의 편을 들어 우리는 지금도 누군가를 이 시대,이 자리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고 밀어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해 받지 못하고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다만 예술인들만이 아닐 것이다.

인간이 전혀 그립지 않고 오히려 부담스럽기만한 시대에 우리는 옆사람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방금 내린 택시의 운전사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듯이 우리는 서로가 그저 스쳐 만나면서 살고 있을 뿐인 것 같다.

장관도 지냈던 한 대학의 승려총장은 총장실에서 외부손님을 맞을 때 부처를 만나는 것처럼 불경을 외며 합장하고 대했다고 한다. 이런 행동까지 한 그의 일상이 어떤 모습이었는가는 아는 바 없지만 「소우주」인 인간에 대한 그의 존중은 인상적인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 경제 종교 등 각 방면의 차세대지도자를 목마르게 기다리면서 지도자감을 논하다가는 이내 실망하고 있다. 요즘 신문에 나는 숱한 인사발령명단을 보면서 이 사람은 어떤 인물인가,적재적소의 인사인가를 따져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고대하는 차세대 지도자들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지 모르며 그런 명단 속에 묻혀 있는지도 모른다.

옆사람을 보라. 옆사람을 보면서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인간의 삶의 역사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인간은 나름대로 저마다 하나의 상징이며 가치있는 의미체계이다. 그 의미를 발견하여 이해하고 서로가 공유하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여된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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