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지자제선거를 공명선거로 치러야 할 필요는 여야 모두 절실하기가 마찬가지다. 금권선거로 몇 조의 돈이 풀려나가 인플레를 유발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말고도 자칫 타락선거판을 벌이다가는 다음 선거 때 세대교체 바람을 당할 분위기가 익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무·법무장관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정선거운동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것은 모두가 일단은 수긍하는 분위기이다.11일 두 장관이 제시한 불법운동 엄단 방안은 적어도 내용 면에서는 사뭇 다양하다. 즉 검찰과 경찰에 선거사범전담반과 수사반을 운영하고 시·군·구 단위로 관계기관합동의 「불법선거운동감시반」을 구성하는 한편 불법운동을 묵인 또는 방치한 시장·군수 등 해당기관장은 엄중문책한다는 것이다. 또 전국 경찰서에 선거사범신고센터를 두어 불법운동 사례를 신고하는 사람에겐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 등이다.
사실 국민들로서는 불법선거운동 방지에 대한 정부의 처방에 선뜻 신뢰하고 수긍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것은 건국 이래 역대 정부가 선거 때마다 「공정」을 목이 쉬어라 외치고 불법행위는 단 한 건도 용납하지 않을 듯이 「엄벌과 엄단」을 강조했었으나 선거만 끝나면 결국 「종이장엄포」로 그쳤던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금품살포와 불법·부정의 잔치로 시종한 바로 지난 13대 총리 때 어떠했는가. 정부는 이번처럼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를 강조하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위법한 후보는 엄벌할 뿐더러 당선되더라도 가차없이 실격시키겠다고 선언했으나 실격은 커녕 입건됐던 1천수백 명 중 과연 몇명이나 법의 제재를 받았는가는 정부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물론 깨끗한 선거는 정부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소위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자제,준법하고 무엇보다 주권자인 국민의 자각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후보들의 자제나 국민의 자각 모두 현실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사법권을 가진 당국의 자세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하겠다. 때문에 내무·법무장관이 제시한 불법운동방지안이 성공하는 데는 최소한 다음 두 가지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첫째는 정부의 확고한 공명선거의 실천의지다. 작년 여름 이후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출마예상자들이 벌인 불법운동 실태는 이루말할 수가 없다. 수건·연하장·경력과 사진이 든 수첩과 캘린더 배포는 애교라 치자. 돈봉투 돌리기·온천등 선심 관광·향응 및 향우회·친목회·동창회 등의 각종 모임주선,현수막·선전벽보 등 너무나 엄청나다. 그런데 최근 내무부는 불법운동 사례로 1백여 건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한 시·군·구만 해도 1백여 건이 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1백여 건이라니 국민이 과연 당국의 공명의지를 믿겠는가.
다음은 검찰은 물론 각 행정기관의 부정적발에 있어 엄격하고 공정한 자세의 견지다. 일반적으로 당국의 부정사찰에 국민들은 습관적으로 의구심을 지녀오고 있다. 지금까지 여당계는 비교적 두둔하고 야당계와 무소속 후보들에게는 유독 엄격했기 때문이다. 부정적발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당국은 앞으로 각 행정 관서에 설치할 부정운동감시기구가 아무런 편견이나 정치적으로 치우침 없는 성실한 공명선거의 파수병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행동으로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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