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기는 도덕적 힘” 바그다드행 결정/평화해결 최후의 희망… 세계 이목 집중평화를 위한 최후의 담판으로 여겨졌던 제네바협상이 끝내 결렬된 후 페르시아만의 전운은 일촉즉발의 상태로 짙어졌다.
「이제 남은 대안은 전쟁뿐」이라는 전쟁불가피론자의 전망이 매우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러나 전쟁발발의 가능성과 위기감이 높아질수록 그에 비례해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와 노력도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처럼 희박하지만 절박한 평화의 염원을 담은 세계의 눈길은 거의 마지막 단계로 지금 하비에르·페레스·데·케야르 유엔 사무총장(70)에게 모아지고 있다.
케야르 총장은 오늘(12일) 이라크를 방문,사담·후세인 대통령 및 타리크·아지즈 외무장관과 만나 페만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시도를 펼칠 예정이다.
유엔이 최후통첩한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군시한을 불과 3일 앞두고 전개될 그의 협상노력이 실패할 경우 단 하나 남게 될 미이라크간의 선택은 선전포고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바그다드를 밟은 그의 발길은 무겁기만 하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그의 역할의 막중함을 인정하는 한편으로 그가 「불가능한 임무」를 맡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가 이라크측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중재안만을 두고볼 때 이 같은 비관적인 견해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가 내밀 중재안의 골자는 유엔 평화군의 감시 아래 다국적군과 이라크군 양측이 단계적으로 철수하며 양측의 철수가 완료된 후 쿠웨이트정부를 복원시킨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미국의 기존입장이 다분히 반영된 것으로 이라크가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실효성도 의문시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색 베레모,또는 백색 헬멧을 쓰고 있는 유엔 평화유지군은 지난 88년 이란이라크전쟁을 중재한 공로로 그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지만 분쟁당사국의 사전승인없이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는 상징적인 군대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케야르 총장의 중재안은 미국과 이라크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차이가 해소돼 철군에 합의한 뒤의 계획서일 뿐 실질적인 타협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케야르 본인은 물론,워싱턴과 바그다드당국이 이 중재안이 지닌 한계를 꿰뚫지 못할 리는 없다.
따라서 케야르 총장의 이라크방문 목적은 지난 제네바회담에서 첨예하게 드러난 미이라크간의 이견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고 그 이견이란 페만사태와 팔레스타인문제의 연계해결 여부로 집약되고 있다.
12일이나 13일로 에정된 케야르 총장과 후세인 대통령간의 협상테이블에서 이 문제가 핵심의제로 일단 다루어질 것은 거의 분명하나 그 타결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제네바회담 결렬 이후 전개된 긍정적인 사태발전을 주목하는 일부 관측통들은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견해를 흘리고 있다.
이라크가 미국의 직접대화 제의를 수락한 직후인 지난 4일 부시 미 대통령과 케야르 사무총장이 캠프데이비드산장에서 나눈 장시간의 밀담,제네바협상이 결렬된 후 프랑스를 주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EC 12개 회원국들의 팔레스타인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 개최 촉구움직임과 막후 중재설 등이 이런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는 바그다드행을 결정한 후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도덕적 힘』이라고 밝혔다. 미·소·불·영 등 세계 강대국 주재 페루대사관을 두루 거치며 50년에 걸쳐 외교경력을 쌓아온 그의 이 같은 발언을 단지 답답한 심정토로 정도로 해석하기에는 현재 페르시아만의 상황은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김현수 기자>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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