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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시한 D­3일/전쟁이냐 평화냐… 부시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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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시한 D­3일/전쟁이냐 평화냐… 부시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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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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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태세” 불구 “개전”까진 난관/여론 “중재 더 필요” 즉각전 반대/장기전땐 불등 이탈 가능성도조지·부시 미 합중국 대통령은 이제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응징하는 전쟁을 언제,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역사적인 시점에 점차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9일 제네바회담의 결렬로 유엔이 설정한 이라크군 철군시한인 15일까지 미국이 이라크를 직접 상대로 한 외교적 노력은 이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공동체(EC),알제리,그리고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의 마지막 중재노력이 남아 있긴 하지만 철군시한까지 미국의 입장은 「이라크의 양보」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것」일 뿐이다.

부시 대통령의 10일 동정도 개전가능성을 대비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존·메이저 영국 총리,이츠하크·샤미르 이스라엘 총리,투르쿠트·외잘 터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제네바회담 결과를 설명한 뒤 이라크의 바그다드로 떠나는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를 나누었다. 뒤이어 의회내 공화·민주 양당 지도자들과 접촉을 갖고 자신의 페만정책을 의회가 지지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말린·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미국 대학생들에게 보낸 공개장의 전문을 공개했다.

4백60개 대학 간행물 발행처에 보낸 이 공개장은 『우리의 인생가운데는 싸워서 수호할 만한 가치에 직면하는 때가 이따금 있으며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고 호소하고 있다.

부시의 이러한 바쁜 행보는 제네바회담을 앞두고 잠시나마 흔들리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던 대이라크 진영의 결속을 재차 다짐함과 아울러 개전 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내분열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조치임이 분명하다. 사담·후세인이 물러서길 기대했던 부시 대통령은 제네바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루비콘강은 이미 건넜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미 국방부가 10일 부시 대통령에게 예비군을 최고 1백만명까지 현역으로 소집하고 이미 소집된 예비군의 복무기간을 1백80일에서 2년으로 연장시킬 권리를 부여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라든가,제네바회담 후 중동 각국을 순방하는 베이커 국무장관이 각국 지도자들과 협의할 사항이 대이라크는 군사행동 일정과 절차라는 보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이라크가 유엔 결의대로 철수하지 않는 한 이라크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은 확고한 것 같지만 개전의 「버튼」을 누르기까지 부시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미국내의 여론동향이다. 뉴욕 타임스지와 USA 투데이지는 10일보다 많은 외교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부시의 「발목」을 잡고 나섰다.

뉴욕 타임스는 1월15일 철수시한이 「자의적」이었음을 지적하고 상황이 변한다면 사태를 새롭게 조망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USA 투데이는 프랑스,알제리,유엔의 중재노력을 부각시키며 이러한 노력이 15일 이후까지 연장돼도 우리가 잃을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두 신문 똑같이 15일 이후에도 평화적 해결을 향한 노력이 계속돼야지 즉각적으로 전쟁으로 치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시의 페만정책에 반대해온 샘·넌 미 상원 군사위원장도 시인하고 있듯이 일단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헌법논쟁과 정책논쟁은 중단되고 부시정책에 따를 것이다.

그러나 즉각적인 승리가 거두어지지 않을 경우,미국민의 여론은 부시가 선택하지 않은 방향쪽을 아쉬워할지 모르며 그것은 그의 재선가도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다. 부시 측근들은 페만사태와 관련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재선에 대한 고려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흘리고는 있으나 그가 진정 그러한 결실을 굳혔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하다.

또한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사항은 개전 이후 동맹국의 동향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부시는 신중하고 치밀한 외교로 「세계 대 이라크」라는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으며 다소의 비꺽거림이 없지 않았지만 이 기조를 지금껏 유지해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할 경우,그 양상은 「미국 대 이라크」의 구도로 축소될 공산이 크다. 전쟁이 오래 끌 경우 특히 프랑스 등 일부 동맹국들은 「발가락만 담그고 물에 들어갔다」는 식의 소극적인 협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의 장·피에르 슈벤망 국방장관이 제네바회담 결렬 직후 미국이 고집스레 반대해온 중동문제에 관한 국제회의 개최에 동의하라고 들고 나온 것도 개전 후 미국의 주도에 일방적으로 끌려들어가지 않기 위한 복선인지도 모른다.

개전 이후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벌어질지도 모를 이러한 상황을 감내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부시가 앞으로 내려야 할 결단의 내용이다.

집권 이후 파나마 침공의 결단을 내렸던 부시이지만 이라크와의 전쟁여부 결정은 미국 역사상 50년 한국전쟁 참전결정 이후 처음으로 맞게 되는 「역사적 결단」이다.

부시 대통령은 요즈음 잠을 제대로 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이다. 나는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외견상 단호한 모습을 과시하고는 있으나 철군시한인 15일 이후까지도 부시가 적잖은 고민을 할 것만은 분명하다.<유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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