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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총리/김창열 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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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총리/김창열 칼럼(토요세평)

입력
1991.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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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중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께새해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풍이 꽤나 세찹니다.

해가 바뀐 지 순여에,벌써 한차례씩 러시아 바람과 일본 바람이 불고 지나갔습니다. 평양에도 지금 소련의 군사사절단이 왔고,월말에는 조·일수교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그곳에서도 러시아와 일본 바람이 겹쳐질 형세입니다.

더하여 이 봄에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잇따라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가 오른 것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이미 평양 쪽의 방문초청도 접수해놓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도,근래의 한미 관계로 보아서는,그의 서울방문 보따리가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같은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의 맞바람이 이 땅 주변에 새로운 기류를 형성할 것은 틀림없습니다만,그에 앞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인 페르시아만사태가 어떤 광풍으로 밀어닥쳐올지는 예상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우리 주변에는 아직 불확실한 요인이 많은 것 같습니다. 거센 바깥 바람의 풍압은 갈수록 절실한데,그 풍향을 가늠하기는 생각보다 쉽지가 않은 것입니다.

이런 거센 바람 속에,우리는 제4차 남북총리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처럼 숨통을 튼 것도 같은 남과 북 통일과업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을 1991년 새해의 과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바람이 불어야 배가 간다」고 했으니,이 거센 바깥 바람이 통일 뱃길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속담은 「바람부는 날 가루 팔러간다」고도 했습니다. 자칫 바람 탓으로 통일의 밑천까지 날려버릴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 떠맡은 새해 과제의 성패는 우리가 이 바람에 잘 적응하고,이 바람을 잘 탈 수가 있느냐,없느냐에 달렸다고 해야 옮을 줄로 압니다. 초대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은 바로 이와 같은 거센 바람 속의 키잡이와도 같습니다. 그의 포부와 기약이 어떤 것일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우리의 통일과업은,특히 동북아의 국제적인 역관계를 떠나서는 성취될 수가 없습니다. 언필칭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한 당사자끼리의 문제라고 하고,북에서는 우리의 통일외교를 청탁외교·사대외교라 비방하기도 합니다만,그런 말은 말하기 좋아하는 말로 그칠 수밖에 없는 국제정치의 현실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통일 담당 부총리를 신설하여 우리의 통일의지를 과시한 것 이상으로,그 자리에 국제적인 시야가 넓은 이를 앉혔다는 사실을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로 해서 통일담당 부총리가 위인설관이라는 뜬소문을 가시게 했고,우리 통일정책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도 새 부총리를 향한 기대는 적지 않습니다.

대신 새 부총리를 향한 그런 기대가 사실은 그 사이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이 우리 통일과업에 불가결한 국제역학의 원리를 외면하거나,우리 외교의 기축을 소홀히하는 듯했던 데 대한 의구심의 반사임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구심은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대변될 수가 있습니다.

­정부는 통일의 목표와 방법을 분간 못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통일의 방편일 수밖에 없는 남북정상회담을,그것이 목표인 양 다급하게 추구하고 또 낙관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김일성의 신년사가 새삼 정치협상회의를 제기하고 있는 터에,그가 정상회담을 숙고하고 있으리라고 한 대통령의 관측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오히려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개는 김일성 사후를 기다려야 한다는 관측이 근리한 것 아닌가.

­정부는 과연 이른바 불가침선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 안의 책임있는 사람이 불가침선언을 수용하자고 해서,고위급회담 대표와 논쟁까지 벌였다는 말이 들리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런 정부안 일각의 주장은 불가침선언을 수용하여 남침의 위협이 사라졌다는 명분이 생긴 뒤의 국내·국제적인 대처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탈냉전의 외교성과에 도취한 나머지 우리 외교의 우선순위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전방위외교와 등거리외교를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새 부총리가 부총리로서 먼저 해야 할 일은 대북 적극자세의 모양새가 아니라,앞에 든 것 같은 내외의 의구심을 먼저 푸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통일·외교노선을 떳떳하게 바로세우는 것을 뜻합니다. 부총리라는 격의 의미가 그런데 있을 것입니다. 부총리의 무게로써,우리 통일·외교·안보정책을 조정·조화시켜,우리 국시에 부응하고,국제역학에도 합치되는 통일정책의 중심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국회에서 통일담당 부총리를 신설한 새 정부조직법의 취지도 여기 있는 줄로 압니다. 구법에 「…통일에 관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조사·연구하고…」 운운했던 통일원의 역할이,새 법에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종합적 기본정책의 수립…」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에 따라 새 부총리는 각내 유관부서 업무의 통괄·조정은 물론 각외 정보기관의 기능도 통할해야 할 책무를 맡게 된 것입니다.이것이 통일정책의 진일보임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다만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이라고 직함은 거창하지만,법에 정한 책무를 다하기에는 권력적 수단이나 자원이 모자란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담당 부총리는 직격이 거창한 대신 허명만 지키는 처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나는,통일담당 부총리의 무게는 「사람」에 달린 것이라 보아,외교분야에서 30여 년 쌓아온 새 부총리의 경륜에 더 큰 기대를 겁니다. 이 기대가 헛되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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