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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91년 주제/투표 혁명을 이루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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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91년 주제/투표 혁명을 이루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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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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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정치꾼 추방은 지자제부터”/통일·민주지향 인물 시대흐름/타협능력 갖춰야… 타락선거 유권자가 못 막으면 정치쇄신 아득사회는 결코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지난 1·2년 동안 지구상에서 일어난 급격한 변혁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국제 질서를 새롭게 재편성했다.

질서의 재편성은 필연적으로 거기에 맞는 주역의 탄생을 수반하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국제적으로 새로운 지도자들이 교체됐다. 예컨대 영국의 철의 여인 대처 총리가 물러 가고 47세의 젊은 총리가 탄생됐다. 폴란드와 싱가포르에서도 젊은 지도자들이 등장했다.

세계사의 흐름으로 볼 때 한 시대가 마감되면 새 정치인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 역사적인 순리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나라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권위주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민주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조류가 됐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인들은 시대흐름을 모르고 사고의 진취성이 없고 행동에 새로움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기만 했다.

그래서 이제 정치쇄신을 기성 정치인 한테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 정치를 하려면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이 들끊고 있는데도 막상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게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지금의 기존정당이나 기성 정치인을 어떻게 개선시키거나 도태시켜야 하며 어떤 사람들에게 새 정치를 맡길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우리 정치인들은 구시대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하여 민주화의 주도능력을 상실한 것이 사실이다. 작년 한해만 보더라도 한국정치는 변칙과 파행으로 총체적 난국을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4개월간이나 정치가 공백상태였다. 갑작스러운 3당통합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으며,정치지도자들의 무능과 결단력 부족으로 인한 표류는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야당은 대여투쟁에서 국민들의 납득이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더구나 야권통합의 실패는 국민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국민을 위한 야권통합보다는 자신들 스스로의 권력욕을 앞세우는 데서 비롯된 결과였다.

특히 정치인의 질적 수준에 대해서도 국민 모두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들 만큼 상식 이하의 난장판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는 일은 없는데도 세비는 올리고 할 일 없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외유에 오른다고 여론의 비판은 따갑기만 했다. 이같은 사리사욕만을 추구한다는 추한 인상을 국민들 뇌리에 심어준 결과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부정하게 된 것이다.

어느 기관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들이 현실 정치와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해 극도로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대답이 무려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권 정치와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세대 정치지도자나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도 극도로 저조한 형편이어서 우리 정치의 장래와 향방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어리둥절하게 한다.

독일의 한 정당 정강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지도자가 윤리적인 권위를 상실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정치는 끝난다」라는 부분이 있다. 국민의 뜻과 동떨어진 정치는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정치는 국민들이 마음놓고 편하게 골고루 잘 살 수 있도록 사회를 관리하는 것인 데 이 능력을 상실할 때 세대교체론이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그러면 새 정치 지도인들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세대교체란 단순히 나이가 젊은 사람으로 물갈이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서 요구하는 도덕성과 진실성을 갖추고 시대감각을 잘 아는 참신한 인물을 말한다. 여기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청렴하면 더 바람직 하겠다.

앞으로는 민족의 역사적 발전과 열린 사회 공동체로의 민주화라는 정치적 목표를 지향하는 신념과 비전을 가진 정치인이 새로운 세대로 등장해야 한다. 이런한 발전에 저해되는 정치인은 퇴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유와 평등과 화해와 통일의 길로 더욱 발전해 나가야 된다. 그러자면 낡은 찌꺼기의 비민주적 요소를 쇄신해야 한다. 지역간 계층간 이데올로기와 남북한의 증오와 갈등도 해소하여 한반도에 진정한 의미의 평화로운 민족공동체가 정착하도록 힘써야 하겠다.

개방사회의 비전에 합당한 인물은 무엇보다도 융통성을 갖춘 철저히 민주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말하자면 타협과 토론에 능력을 가진 소신있는 사람이다. 그릇이 큰 민주적인 인물은 자신의 단독적 결단을 위해 오래 고뇌하지 않는다. 더불어 생각하고 더불어 토론하고 함께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서 정책을 집행하며 국민에게 책임을 질줄 아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러한 정치인을 기르기 위해서 정당의 제도개선으로 기성 정당의 사당화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의 민주화가 되어 정치인들이 확고한 정치철학을 가질 수 있는 바탕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천권과 정치자금을 한 손에 모두 거머쥐고 횡포를 부리는 보스들의 낡은 사고는 이제 버려야 한다.

후원회가 활성화되어 당의 지원이 없이도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정치인으로서 이념을 키울 수가 있다. 대통령 후보의 경선을 실현해서 참신하고 능력있는 정치인은 꿈을 실현하도록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물론 국민들도 정치지지도자를 기르는 풍토가 형성되어야 한다.

훌륭한 정치지도자는 흩어진 국민을 통합하고 개인적인 이해관계보다 공익을 앞세워야 한다. 이런 정치인을 새로 선출할 때 비로소 민주화는 정착될 것이다. 훌륭한 정치가는 정치와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여기서 우리는 세대교체의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우선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투표혁명을 일으켜서 새 정치를 펼칠 인물을 뽑는 것이다. 구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어 구태를 연출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유권자들이 나서 퇴장시키는 것 이 외에 다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주인행세를 제대로 할 때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리게 된다.

우리는 금년부터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리기 위한 지방자치제선거를 비롯하여 여러 선거를 잇달아 치르게 된다. 92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거 및 국회의원 선거 93년 초까지는 반드시 치러야 할 대통령선거가 있다. 이 선거라는 계기가 우리로 하여금 세대교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지자제선거에서부터 저질의 정치꾼과 정상배를 몰아내는 선거혁명을 일으키는 일부터 하여야 된다. 돈에 팔리지 않는 주권행사를 해야 할 것이다. 돈 받고 표를 찍어주는 행위는 정치권에 부정부패를 조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힘을 결집해서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 시민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국민의식을 바꿀 수 있는 힘은 국민 스스로의 자각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에서 나와야 된다. 지방자치제선거는 성격상 시민운동을 벌일 수 있는 여건이 국회의원선거보다 훨씬 수월하다. 바로 시민 스스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해결책이 나오기 때문에 문제를 파악하고 판단을 내리는 일이 보다 절실하고 구체적일 수 있다.

국민주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는 공명선거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분의 질서있는 운영과 안정을 촉진하여 결국 국민화합과 민주화를 기할 수 있다. 반대로 금품살포와 불법과 타락으로 얼룩진 혼탁한 선거를 치르게 되면 극심한 정치불신과 도덕 및 윤리의 타락을 가져온다. 그리고 경제파탄 등을 몰고 온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다.

깨끗하고 유능한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밀어 주는 국민의 후원 없이는 정치풍토의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 마지막 책임은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오늘의 혼탁한 우리 정치퐁토에 대한 책임도 결국 국민이 함께 나누어야 한다. 돈이 좌우하는 타락선거에 대한 책임도 절반은 유권자가 져야 한다.

이번 지자제선거에서 후보자들의 옥석을 가려서 부적격자는 떨어뜨리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 선거구의 범위가 좁은 이점을 활용하여 리·동별로 붙어서라도 샅샅이 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하여 공명선거를 실시하게 해야 한다.

돈으로 표를 사려는 사람은 끝내 당선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것이 다음 국회의원선거에서 반복되면 선거풍토는 자연히 깨끗해지고 새 인물로 물갈이가 될 것이다.

민주화는 정치의 쇄신을 통해서,정치의 쇄신은 세대교체에 의해서,세대교체는 유권자의 선거혁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정치쇄신의 성패는 이제 유권자의 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준기<경희대 교수>

▲필자약력

1935년 충북 음성 출신,경희대 정외과졸,벨기에 루벵대 정치학박사,영국 옥스퍼드대 및 미국 하버드대 연구 한국정치학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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