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종사자들에겐 언제나 기자정신이 요구된다. 독자를 위해 온갖 개인적 어려움을 내동댕이친 채 사건현장을 지키며 생생한 보도를 하려는 사명감이 그것이다. 특히 전쟁을 직접 취재하는 종군기자의 경우 그 사명감은 목숨을 건 것이라야 한다. 그런데 요즘 긴박한 초읽기에 들어간 페만의 중동전을 현지취재하려는 종군기자들이 때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군 당국이 종군기자들에게 체력테스트를 실시,낙오자들에게 전선취재를 허용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군당국의 명분은 몸이 망가진 기자들에게 종군을 허용할 경우 기자 자신뿐 아니라 그들을 전투지역으로 안내하는 병사들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사명감에 앞서 우선 신체적으로 적합해야 한다며 기자들에게 군의 체력장이라 할 PT 테스트를 받게 하고 있다는 것인데,역전의 베테랑 기자들에겐 그게 수월치만은 않다는 것이다. 40세 이하 남성기자들은 2.4㎞를 15분30초내에 달려야 하고 각각 2분 안에 팔굽혀펴기 33회,윗몸일으키기 32번을 해내야 한다. 또 같은 연령의 여기자들은 같은 거리를 17분15초에 달리고 팔굽혀펴기 13회,윗몸일으키기 30회를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종기사 발굴과 마감시간에 대기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는 기자들의 건강이야 대체로 뻔할 뻔자이다. 짓누르는 스트레스로 줄담배에 술고래가 되기 쉽고 끼니도 제때 챙기지 못해 몸이 쉬 망가지는 것이다. 체육회의 표어에 「체력은 곧 국력」이라는 게 있었지만,이제는 건강을 제쳐둔 채 일만 해온 기자사회에도 「체력은 곧 필력」인 시대가 느닷없이 닥쳐온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체력시대의 도래는 어디 기자사회뿐일 것인가. 사회 각 분야에서 건강의 중요성이 지나칠 만큼 강조되는 요즘인 것이다. ◆때마침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창설됐다고 한다. 체육참여인구를 꾸준히 늘려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려 한다는 단체인데,때마침 지자제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정치적 남용목적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모양이다. 체력이 국력인 시대에 국민체육활동마저 정치로 오염시킬 수는 없는 것임을 정가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특히 유념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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