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공명” 캠페인 부산/과열분위기… 후유증 우려/선거비용·의회청사 등 이미 마련/시 사무 구 이관 등 자치법규 정비지난 87년 7월 부시장을 단장으로 「지방자치준비작업단」을 구성,일찌감치 지자제 실시에 대비해온 대구시는 지난해 2월,실무요원 4명으로 「지방자치준비단」을 새로 발족시켰고 7개 구청에는 「지방자치준비전담반」을 조직,지자제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시는 1차로 공사비 1억7천여 만 원을 들여 본청 3·4층과 후관 2층에 연건평 5백40평 규모의 시의회 청사를 마련했다. 의회 청사는 88평 규모의 대의회실을 비롯해 의장실,부의장실,상임위원장실,상임위원사무실,소회의실,사무국,의원휴게실,기자실 등을 갖추고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은 마련한 셈이다.
각 구청도 본관을 증축하거나 별관을 신축,기준면적 1백70∼2백50평보다 훨씬 넓은 2백20∼4백40평 규모의 독자적인 구의회 청사를 확보했다.
시는 올해 의회의원선거비 19억3천6백만원,의회관리비 28억5천9백만원 등 총 47억9천5백만원의 지방의회 예산도 확보,이달중으로 시·구청사에 사무실 집기와 방송시설 등을 완비할 계획이다.
지방자치준비단은 지자제에 대비한 조례규칙 등 정비작업에 들어가 그 동안 시·구 의회 운영관련 조례 3백44건과 규칙 2백47건 등 모두 5백91건의 자치법규를 정비하고 자치구 재원조정에 관한 조례와 사무위임규칙 등 5건의 자치법규를 제정 또는 개정했다.
시는 1백97건의 시 사무를 구로 위임하는 한편 이달중으로 시·구 의회 회의규칙과 의회 청원심사규칙 자치단체 사무감사 및 조사절차 등에 관한 조례 등도 제정 또는 개정할 방침이다.
시는 이 밖에 지방의회의원선거에 대비,1월 한 달 주민등록일 제정비기간을 통해 주민등록을 정리하고 선거종사 공무원교육과 의회 선거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판이다.
지자제 실시를 앞두고 대구시가 안고 있는 최대의 문제점은 지자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재정자립도에 관한 사항.
대구시는 새해예산을 지하철공사와 지방양여세 신설 등으로 지난해 예산보다도 무려 33% 늘어난 1조2천4백89억원으로 확정했는데 재정자립도는 시가 지난해 84.6%에서 76.8%로 떨어졌으나 자치구는 지난해보다 조금 높은 평균 50.4%로 나타났다.
대구시가 실질적인 자치행정을 펴나가기 위해서는 취약한 재정자립도를 높여나가야 한다는 게 관계공무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지자제 실시를 앞두고 걱정거리는 공무원들의 자치행정능력 문제.
대구시는 지난해 2월 지자제가 뿌리를 내린 선진국에 지자제준비요원 6명을 연수시키고 임시국회에도 2차례 견학시키는 등 공무원들의 자치능력을 배양시키는 데 힘써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오랫동안 중앙통제행정에 길들여져 있고 보수성향이 강해 쉽게 적응할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28명의 의원을 뽑는 대구시 의회선거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금권타락선거의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어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연초부터 정부여당이 각종 탈법 및 사전선거운동을 엄벌하겠다는 강경방침을 천명,현수막과 벽보 등을 철거해 공개적인 선거운동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출마희망자들은 연말연시를 이용,연하장과 인사장을 2천∼3천장씩 배포했다. 또 대구 북구의 한 출마희망자는 유권자 1천3백여 명에게 온천관광을 주선하는 등 선심공세가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대구에서는 「민자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지금까지 여당 공천신청 의사를 표명한 후보자만도 1백20여 명에 이르고 있어 공천을 따내기 위한 경쟁에서부터 불꽃이 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지금까지 나타난 대부분 출마예상자들이 회사 대표나 금고 이사장 등 재력이 탄탄한 지역경제인들이어서 지방의회가 자칫 「제2의 상공회의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들이 공천과 당선을 위해서는 최소한 수억원대 이상의 돈을 뿌릴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특히 대구시는 13대 총선과 지난해 대구 서갑구 보궐선거에서 금력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대구지역에서는 「뿌리는 돈과 득표수는 비례한다」는 공식이 기정사실화돼 있다.
결국 이번 대구시 의회선거는 후보자들간에 치열한 금력싸움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의회 운영 또한 이들의 기득권 보호차원에서 전횡될 것으로 예상돼 상당한 선거후유증을 우려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민자당내 공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내 계파간 내부갈등도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민자당내 민주계와 공화계는 각 지구별로 지난 총선 때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민주계가 7∼8석,공화계가 2∼3석의 지분을 요구,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부분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8개 지구당 위원장이 모두 민정계 국회의원이어서 요구한 만큼의 몫이 배분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지금 현재 시의회 의원 출마의사를 표명한 인사는 민주계 7∼8명,공화계 2∼3명 정도인데 선거일이 공고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당의 이러한 치열한 공천경쟁 양상과는 대조적으로 민주당 등 범민주단체들은 내세울 마땅한 인물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평민·민중당과 통추위·재야단체 등 범민주단체 대표들은 지난 연말 「90년 대구·경북 범민주연합 송년회 밤」을 공동으로 개최,앞으로 정치현안에 대해 공동대처하기로 하는 한편 이번 지방의회의원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내기로 총론부분에서는 쉽게 잠정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각론부분이랄 수 있는 단일화방안에 있어서는 대구지역에서 제1야당의 세를 구축하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이들이 개별적으로 입당할 것을 요구,일정부분의 기득권을 주장한 반면 나머지 단체들도 나름대로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어 야권 후보의 난립도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민자당의 독식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며 28개 선거구에 전원 후보자를 낸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데 당선가능성을 고려,낙천된 민자당내의 민주계 인사를 영입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이 밖에 대구지역의 여성단체,의사·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신년교례회 등을 통해 직능 대표를 의회에 진출시킨다는 뜻을 모았으며 노동계에서도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후보자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총대구본부는 노조간부 7명을 시의원 후보로 내세우겠다고 공식발표한 뒤 조직운영체제를 벌써부터 지자제선거체제로 전환했다.
후보자 난립에 따른 금권타락선거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구시 유권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지자제에 거는 기대치 만큼이나 닥쳐올 선거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대선과 총선·보궐선거 등을 치르면서 생겨난 이 지역 주민들의 정치에 대한 높은 불신감 때문에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어 의외의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이다.
특히 지난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야기되었던 후보사퇴 등 불명예를 씻고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되살려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대구시 여성단체협의회 등 유권자 및 사회단체들은 「돈 안 쓰기 운동」 「돈 쓰는 후보 안 찍기 운동」 등 공명선거 조성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30년 만에 부활된 지자제의 전도는 유권자들의 이같은 각성 때문에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대구=유명상 기자>대구=유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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