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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근해에 「해적 아지트」(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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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근해에 「해적 아지트」(세계의 사회면)

입력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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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소총등 무장 약탈·납치 잇달아/신출귀몰… 해군동원작전도 허사로싱가포르 근해 말라카해협에서 현대판 해적행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 지역을 항해하는 각국 선박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해골이 그려진 깃발과 긴 칼 대신 자동소총과 각종 흉기로 무장한 해적들은 컨테이너선 등 범행대상을 발견하면 수분내에 선상으로 올라와 현금과 값진 물건들을 약탈하고 있다.

따라서 말라카해협은 해적출몰사태로 인해 카리브해와 서아프리카의 라고스해역 등과 함께 항해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루 평균 2백여 척의 각종 선박이 통행하는 이 해협 주변에는 크고 작은 무인도와 암초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 해적들의 좋은 활동근거지가 되고 있다.

말라카해협에 준동하고 있는 해적들은 범행을 순식간에 저지르는 뛰어난 기동력을 갖추고 주로 현금을 노린다.

지난해 10월께 해적의 습격을 받은 호주선적의 한 화물선 선원은 『이 해협을 통과할 때 배의 속력이 떨어지는 점을 이용,4명의 해적이 쾌속정으로 배에 접근해 갈고리를 던져 걸은 뒤 밧줄을 타고 선상으로 침입해 권총과 칼 등으로 위협,선장실 금고에 있던 현금 1만3천달러를 턴 뒤 유유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말라카해협의 해적들은 70∼80년대 공산화된 인도차이나반도를 탈출한 보트피플선단을 무자비하게 약탈했던 남지나해상에서의 해상강도들과 범행수법은 비슷하지만 기동성이 더 뛰어나고 대담한 데다 기업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지난 89년만 해도 3건에 불과했던 말라카해협의 해적범죄 발생건수가 지난해에는 10배 가까이 크게 늘었고 올해도 계속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말라카해협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싱가포르는 해상경찰뿐 아니라 해군까지 동원해 해적소탕작전을 펴고 있으나 범행수법이 워낙 기민하고 치밀해 아직까지 단 한 건도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해적들은 선원들이 많이 오가는 갑판을 피해 금품이 보관돼 있는 선장실 등을 순식간에 턴 뒤 달아나기 때문에 범행 발생 후 상당시간이 지난 뒤에야 해상경찰이 현장에 도착한다는 것.

해적들이 범행 후 일단 공해상이나 무인도로 숨어들면 추적할 방법이 막연,해적단속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싱가포르 해상치안담당자는 『일단 해적선이 싱가포르의 영해를 벗어나거나 인근해역의 섬 등으로 숨어들면 추격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해상강도들은 금품강탈은 물론 납치·인질극도 자행하고 있다.

싱가포르항에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항으로 향하던 홍콩선적의 한 컨테이너선장이 지난 89년초 해적들에게 납치됐으나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적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변 동남아 각국의 지속적이고 강도높은 감시활동과 항해선박의 자체경비 등이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각국 해운회사측은 자기 회사 선박에 대해서 해적출몰이 잦은 위험지역으로 항해할 경우 각별한 주의를 요망하고,특히 야간 항해시에는 조명등을 켜고 경비요원을 선상 곳곳에 배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장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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