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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무서운 실수」/최해운 외신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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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무서운 실수」/최해운 외신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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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시점에서 KAL기 피격사건에 관한 지금까지 나왔던 보도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충격적 뉴스가 터져 나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미 시사주간지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가 지난 5일 소련 국방부가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에 대해 사고 해역에서 인양한 KAL기 탑승객 2백69명의 사체를 비밀리에 소각한 사실을 보도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7년 전의 분노를 새삼 일깨우는 끔찍한 소식이다.

이즈베스티야지는 지난해 12월20일자에 소련군 잠수요원들이 사할린 부근 마네론도 인근 해저에서 KAL기 잔해를 발견했다는 등 보다 구체적인 새로운 사실을 보도한 일련의 정황으로 미뤄 보도 내용들이 상당히 「사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과 언론들은 한소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6·25전쟁과 KAL기 피격사건에 대한 소련당국의 공식사과,더 나아가 배상 등 매듭이 이뤄지기를 희망해왔다.

그러나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양국 외무장관회담 당시 『KAL기 사건은 자위권의 발동이란 측면도 있으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유감이며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진 수준에서 어물쩍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지금까지 KAL기 사건에 대한 소련당국의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해명이나 사과는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소련당국의 「사과」보다 사건 자체에 대한 진상규명인지도 모른다.

진상이 숨김없이 밝혀진 후에야 사과와 보상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여부와 사과수준 등이 논의되는 것이 순서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련은 이 사건에 대해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넘겨줄 시점이 되었으며 만일 확실한 증거가 나올 경우 「이 무서운 실수」에 대한 비난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는 이즈베스티야지의 보도에 전적으로 공감을 느낀다.

자신의 국익에도 관계될 수 있는 예민한 사건에서 진실을 쫓는 이즈베스티야지의 용기있는 보도와 논평에서 바로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는 소련의 새로운 에너지를 보는 것 같아 반갑다.

마침 로가초프 소련 외무차관이 내한해 우리 정부와 「중대사안」에 대해 협의중이다.

한소간의 진정한 우호관계 정립을 위해 KAL기 사건의 진상규명과 사과 등 걸림돌을 빼내는 신중한 논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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