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시한 D9일/“시간벌기”… 아직 비관론 우세/EC등 다자 동시접촉에 기대이라크가 4일 조지·부시 미 대통령이 제의한 제네바 외무장관회담 개최를 공식수락함으로써 5개월간 전면적으로 향해 치달려온 페만사태의 평화적 해결이란 극적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되고 있다.
타리크·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은 이날 관영 IAN통신을 통한 성명에서 『이라크는 세계여론과 국가들간의 규범·관례를 존중키 위해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대응한다』고 전제,자신이 9일 제네바에서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페만 위기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태발발 이후 책임당사국간 고위급회담으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9일의 베이커아지즈 제네바회동이 페만에 짙게 깔린 전운을 거두어 낼 계기가 될지는 속단키 어렵다. 오히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선 양측이 서로의 벌어진 틈만을 재확인하고 결전을 앞당길 수도 있다. 협상테이블을 함께하겠다고 하지만 양측의 주장이 달라진 게 없어 현재로서는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아지즈 장관은 회담수락을 밝히면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시리아의 레바논 주둔 등 포괄적인 중동문제가 동시해결돼야 한다는 이라크의 기존입장을 재천명했다. 그는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도 이라크의 무조건 철수를 고집한다면 제네바회담은 「불과 5분내에 성과없이 끝날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 역시 다를 바 없다. 3일 이번 회담을 제안하면서 『타협·양보 없다』고 못박았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수락이 페만사태 해결을 위해 유용하다』고 논평하면서도 15일까지 쿠웨이트 점령을 무조건 종식하라는 종전의 요구를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 관측이 우세하다.
회담을 제의한 부시의 의도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기보다는 국내 여론무마와 개전에 앞선 동맹체제의 결속강화에 있다고 미 언론들이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회담의 결렬이 개전의 결심을 굳힌 부시에게 남은 마지막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회담에 응한 이라크로서도 속셈은 있을 수 있다.
유엔의 무력사용시한인 15일을 불과 6일 앞두고 회담을 시작함으로써 임박한 미국의 침공시기를 최대한 지연시킬 심산인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워싱턴 전략국제연구소 중·근동정책담당수석연구원 마빈·퓨어워거 박사의 지적처럼 팔레스타인문제 등 미국의 이중적 대아랍정책을 국제여론에 환기시켜 미 주도의 대이라크 전선에 최대한의 타격을 가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시한이 임박하면서 잇따르고 있는 다방면의 외교적 노력과 함께 이번 회담으로 「대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부시 대통령과 하비에르·페레스·데·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이 5일 캠프데이비드 대통령 휴앙지에서 페만에서의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며 유럽공동체(EC)는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에게 10일 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한편 EC 외무장관들은 4일 회담을 개최,이라크가 철수의사를 표명하면 불침을 보장할 것이며 다른 중동문제에 관해 국제회의를 개최할 것을 결의함으로써 이라크에 평화에 한 발 근접한 신호를 보냈다.
EC의 온건노선을 주도하고 있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이에서 한걸음 더 나가 『유엔 결의문은 엄격히 이행할 것』이라고 전제한 후 아랍이스라엘분쟁,팔레스타인문제 등 광범위한 중동문제 국제회의가 시급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미국의 저지로 이에 관한 유엔의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고 선언만 채택된 것에 실망을 표시했다.
미테랑의 이같은 언동은 회담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 협상에 보다 진지하게 임하게 하는 강력한 압력수단임이 분명하다. 또한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평화주의자들을 대변하고 있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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