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만성적인 에너지부족·식량난 등의 실정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대부분의 원유를 공급해온 소련이 금년 1월1일부터 배럴당 25∼28달러의 국제가격으로,그것도 달러·마르크 등 경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해옴에 따라 북한의 에너지부족은 더욱 심각해지리라는 게 일반적 예측이다. ◆종래 북한의 대소 원유수입가격은 사회주의 국가간에 적용되는 소위 「우호가격」으로 배럴당 5달러 수준밖에 안됐는데도 89년 11월말 현재 체불액이 13억5천만달러나 됐다니 그들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마지 못해 중국이 금년중 북한에 대해 식량과 원유 공급을 늘리기로 약속했다고 외지는 보도했다(한국일보 4일자 2면). ◆북한처럼 소련에 원유를 크게 의존했던 불가리아도 올해부터 국제가격대로 경화를 지불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자 이라크에서 2백60만톤을 도입하려다 실패하는 등 여기저기에 눈을 돌리는 모양이다. 이란이 1백만톤을 팔겠다고 했고 인근의 터키가 1년 후 지불조건으로 40만톤을 제공키로 했다지만 양도 모자랄 뿐 아니라 지불 능력에도 문제가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서방측의 전문가들은 소련이 쿠바에 대해 그 동안 연간 50억달러의 경제 원조와 15억달러의 군사원조를 제공해왔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금년부터는 소련이 대외원조를 75%나 삭감할 예정이어서 쿠바도 그 영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동구권 등 모든 우방에 대해 교역에서 국제가격과 경화지불의 원칙을 주장하는 왕년의 종주국 소련 자신도 과거의 적성국 21개 나라로부터 식량원조를 받게 된 것이 공산권의 요즈음 형편이다. ◆공직에서 물러나 있던 중국의 등소평도 참을 수가 없었는지 지난 12월24일 당지도부에 대해 용어에 대한 왈가왈부는 그만두고 침체된 경제상황의 개선에나 주력하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는데,김일성은 해묵은 정치적 주장이 가득찬 신년사나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선택이 관연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김이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