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기른 「분신」들 사회에 돌려줄 차례”/남산식물원 보도보고 동참 결심/“시민 즐겨 찾아주는 게 바람일 뿐”15년간 각종 희귀식물을 가꿔온 사설식물원 경영자가 남산에 새로 조성될 대규모 식물원에 자신의 분신 같은 1천여 종 5만여 그루를 조건없이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남산 대규모식물원조성계획이 보도되자(한국일보 구랍 30일자 21면) 나무를 통해 밝은 사회를 가꿔온 김운초씨(62·서울 강서구 염창동)는 4일 희귀수목 수억 원어치의 기증의사를 한국일보사에 밝혀왔다.
『서울시민의 자랑거리 남산을 옛모습대로 가꾸는 일에는 시민이 모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기증취지이다.
사설식물원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국제식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15년 동안 정성들여 모으고 길러온 분신들을 기증하겠다고 밝힌 뒤 『서울시민들이 새로 조성될 식물원을 즐겨 찾아주는 게 바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수목을 가꾸기 시작한 것은 76년부터. 어려서 꽃과 나무에 남달리 관심이 컸던 터에 황해도 신천에서 피란온 후 어렵게 모은 돈으로 땅을 사두었다가 처분,식물원을 꾸민 것.
이때부터 전국 15곳의 고아원을 후원하는 본업과 함께 식물관계 서적을 사서 탐독하며 재배기술을 혼자서 익혔다. 「트로피카」 「식물사전」 등 외국전문서적 및 관련 잡지는 물론 미국 하버드대의 아놀드식물원 미 국립수목원 펜실베이니아롱우드가든 영국왕립Q가든 등 세계 굴지의 식물원도 직접 견학했다. 김씨는 기초지식을 익히면서 모은 책만 3천여 권에 이르는 식물박사이다.
이같은 지식을 바탕으로 수목류를 수집하기 시작,3천여 평의 식물원에 5만여 그루를 가꾸게 된 것. 식물원에 빼곡히 서 있는 수목의 종류도 대부분이 흔치 않은 것이어서 식물백화점을 연상케 한다. 「호랑이 가시나무」 「파키센드라」 「자귀나무」 등 이름도 생소한 것이 태반이고 국내에 자생하는 수목류도 거의가 고산에서나 볼 수 있는 종이다.
김씨는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견학한 세계 유명식물원과 재배기술정보 및 식물교환계약을 맺고 수집해왔다. 또 국제수목학회(IDS) 회원으로 가입,외국인들의 도움도 받고 있다.
수목의 종류와 그루수가 늘어나자 최근에는 세계각국의 식물원과 국내의 광릉수목원 서울대공원 부산시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등에도 증식한 희귀수종 등을 기증해 오고 있다.
김씨는 지금 가꾸고 있는 3백50종의 동백나무도 부산 동백섬에 기증,동백섬을 갖가지 동백나무로 꾸미기로 약속했다.
김씨가 이번에 기증키로 한 수목 모두가 소중한 것들이지만 특히 구상나무 콩배나무 미국 가문비나무 원추리 등은 기후·토양조건을 인공으로 조성해 공들여 가꿔온 희귀종이다. 또 임진왜란 때 왜장이 일본으로 가져갔던 희귀종 동백나무의 가지를 꺾어다 지난 88년 심어 가꾼 2세 동백나무도 있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식물원에도 냄새나는 식물만 전시된 맹인식물원이 있고 영국원예협회가 운영하는 위슬리가든에는 장애인들이 가꿀 수 있는 정원의 5가지 유형이 조성돼 있다』고 소개한 김씨는 『새로 조성되는 남산식물원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시민의 자랑거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남산 제 모습 찾기의 일환으로 92년까지 모두 19종의 새로운 식물원을 특성별로 조성하고 식물정보센터,실내조경전시장학습관 등도 마련키로 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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