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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SOFA 개정/왜 필리핀 수준에도 못미치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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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SOFA 개정/왜 필리핀 수준에도 못미치나(사설)

입력
1991.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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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불평등의 대명사격으로 꼽혀온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2년간의 절충끝에 드디어 개정되었다. 그 동안 사회저변에 도사린 반미감정 촉발의 씨앗이 되어왔던 이 협정의 개정은 오랜 국민적 숙원이 다소나마 풀린 것이어서 일단은 환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와 같은 협정을 더 이상 죄시할 수 없다는 국민적 자존심이나 냉전체제의 종식,북방정책의 결실 등 달라진 세계정세에 비추어서도 SOFA협정의 개정을 통한 보다 대등한 한미 관계의 위상 재정립은 오히려 당연하고 때늦은 감마저 있다고 하겠다.개정된 협정의 주요내용은 미군에 대한 형사재판권을 과거의 자동포기라는 네거티브한 자세에서 벗어나 원천적으로 우리가 행사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미군이나 가족의 반입화물에 대한 세관검사 실시,미군이 마음대로 사용하던 시설과 토지에 관해 연1회 한미합동으로 반환 필요성을 검토해 완전반환의 길을 열고,미군부대 종사 한국인 근로자들의 노사분쟁 조정을 위한 공동심사위 구성,AIDS 등 질병유입 방지나 군용농산물 검역 등의 체제를 마련한 것 등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개정된 협정에 서명하면서 『상호존중과 우호에 바탕하여 보다 성숙하게 발전하고 있는 한미 관계의 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개정협정을 평가하면 과거의 터무니없었던 불평등에선 상당히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상호존중이나 성숙한 관계정립으로 가기엔 미흡한 점도 많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형사재판권의 경우 법체계의 차이 탓도 있다지만 미군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을 때 검사가 독자항소를 못 하도록 한 것,미군 피의자가 영내에 숨어버릴 경우 신병을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의 불비,미군부대 종사원들에 대한 노동3권 보장의 미흡,미군 사용 시설·토지에 대한 국익을 위한 배타적 몰수·사용해제 및 보상확보방안 부재 등이 벌써부터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개정된 협정은 일본·독일은 물론 필리핀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어 아직도 만만치 않은 불씨가 남아 있다고 하겠다. 오랜 기간의 국민적 반발과 말썽끝에 어렵사리 개정된 협정이라면 양국간의 성숙된 관계 재정립이나 세계정세의 변화에 비추어서라도 다른 나라들보다도 훨씬 전향적으로 평등하게 고쳐지는 게 마땅했던 것이다. 그와 같은 미흡은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정착에 헌신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우방 미국의 역할이나 기여도에 불필요한 흠결을 줄 수도 있음을 양국은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이 있다면 타국에 비해 아직도 불평등요소가 남아 있는 조항은 앞으로 합리적으로 고쳐지고 보완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해두는 바이다.

끝으로 과거 10년간 미군 범죄에 대한 우리의 재판권행사가 0.5%에 지나지 않았고,그 이유가 불평등조항과 함께 우리측의 의지결여나 수감시설 미비 등 준비부족 때문이었음도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개정된 협정에 따른 주권이라도 제대로 행사하고 난 뒤 아직도 미흡한 점을 점차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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