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민도따라 나라마다 “천차”/미국 주정부 외교·국방 빼면 독립국가 버금/일본 중앙정부 재정 사후감독 등 엄격통제/프랑스 80년대 본격 추진… 정부권한 대폭 이관지난해 7월 강영훈 당시 국무총리가 터키의 이스탄불시를 방문했을 때 주지사와 지역군사령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강 전 총리를 영접했으나 유독 이스탄불시장만 나오지 않았다. 수도인 앙카라에서 아크불트 총리로부터 국빈 대우를 받았던 강 전 총리 수행팀은 방문도시의 시장이 환영나오지 않는 데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현지공관관계자는 이와 관련,광역단체장인 주지사는 중앙정부가 임명하지만 시장은 직선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주정부와 시정부 사이에는 일사불란한 행정체계가 작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당시 이스탄불시장은 야당(사회당) 출신이어서 중앙정부와 보조를 전적으로 맞추지 않는 미묘한 문제가 발생하기 일쑤라는 것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지만,지방자치의 정착역사나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 정도에 따라 실제 자치제도의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특히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 경우는 적잖은 시행착오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의 지자제는 2차대전 패전의 부산물이었다. 일본은 왕권이 확립된 19세기말부터 2차대전까지 중앙집권제도였으나 미 점령군의 권고에 따라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를 확립했고 대폭적인 자치권이 지방정부에 부여됐었다.
그러나 점령군 통치가 종료된 이후 중앙정부의 권한이 서서히 증대되기 시작,현재는 중앙정부의 보호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방자치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은 전국이 1도(동경) 1도(북해도) 2부(대판부·경도부) 43현으로 나뉘고,그 아래 우리의 시·읍·면에 해당하는 6백51시·1천9백99정·6백4촌이 있는 2단계 자치제로 되어 있다. 도·도·부·현은 시·정·촌을 지도·감독·보완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시·정·촌은 주택건설·병원운영·자체도로 건설 등 주민복지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들은 조례제정과 예산심의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등 제도상으로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약화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한 자치단체의 역량으로 해내기 어려운 큰 사업들이 생겨나자 중앙정부의 국고보조 등 각종 지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또한 중앙정부는 조례제정 등 입법적 측면에서는 통제수단을 갖고 있지 않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재무에 대해서는 사후감독권 등 엄격한 통제를 하고 있다.
프랑스는 나폴레옹시대에 형성된 중앙집권제를 계속 고집해오다 1980년대에 와서야 본격적인 지방분권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882년의 지방분권법,83년의 신권한배분법·신지방공무원법·신지방재정법 등이 잇따라 제정되면서,막강한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관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을 사전에 감독·승인하는 중앙정부의 후견적 감독권도 사후통제로 바뀌는 방향으로 지자제관련법들이 개정됐는데,최근 이 개정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원의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지방화를 향한 열띤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은 가장 완벽한 지자제를 실행하고 있는 국가이다. 국토가 광대할 뿐 아니라 국가형성 자체가 동부의 13개 자치주가 모여 만들어진 연방국가인만큼 미국의 50개주는 외교와 국방분야를 배제하면 독립국가의 기능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연방헌법 수정 10조는 「헌법이 연방정부에 위임했거나 주에 금지하지 않는 권한은 주 또는 국민에게 유보한다」고 규정,지방제도형성권을 주에 부여하고 있다. 주는 고유의 헌법을 가지고 있으며 입법·사법·행정이 연방정부와 똑같이 독립되어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갖고 있다.
미국의 지방행정단위는 대략 자치단체와 준자치단체로 분류할 수 있다.
시티(City)는 가장 기초적인 자치단체로 주민의사에 따라 구성되며 준자치단체는 주의 행정적 필요에 의해 설립되는 카운티(County)를 들 수 있다. 준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주민의사로 구성되는 시정부도 헌장과 주법에 따라 자치권의 한계가 설정되고 있다.
미국의 지방자치단체구역은 대부분 우마차시대에 획정된 것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고 재정이 빈약하며,난립양상마저 보였다.
따라서 경제·사회의 급변에 따른 행정수요에 대처해나갈 수 없어 점차 주에 각종 권한을 강화하는 현상이 생겨났으며 지방단체에 대한 중앙의 보조금이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나 일종의 신중당집권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소련도 15개 공화국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서 각 공화국은 원래 자유로이 연방을 이탈할 수 있고 외국과 국교를 맺을 수 있도록 돼 있으나 현실적으로 강력한 연방정부의 통제를 받아왔다.
최근 소련정치의 변화로 각 공화국의 분리움직임이 거세지는 등 일대 변혁을 맞고 있다.
소련의 지방행정단위는 공화국 밑에 도·각층의 직할시,군·읍·면 등이 있다. 소련에는 자치단체에 해당하는 기구로 소비예트(Soviet)가 있는데,각 지방행정단위별로 대의원 소비예트가 입법·행정의 최고합의기관이고 집행 기능을 대의원 소비예트가 구성하는 간부회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처럼 신흥공업국의 하나인 대만의 경우 국민당 정권이 이곳에 창설된 직후인 1950년부터 지방선거가 실시돼 나름의 지자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선거에서 국민당이 압승함으로써 사실상 중앙집권정치가 이루어져왔다. 지난 89년말 선거에서 상당수 야당 인사들이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면서 중앙과 지방간의 타협정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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